7/24 여름방학 보드게임 방과후 수업 셋째 날

네오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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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8-3 오전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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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기록처럼 남긴 글을 보드라이프에 올리는 것이라서, 본문은 1인칭(일명 half word)으로 썼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하늘이가 또 안 왔다. 사회쌤이 연락해보니 방학 중에는 못 올 것 같다.
그런데 스팸도 안 왔다? 전화해도 안 받고.
자나???

학생들이 스플렌더를 좋아하고, 사회쌤의 스플렌더 연습을 위해서, 오늘 오프닝에도 스플렌더를 한 판 하기로 했다.
사회쌤과 리중딱은 고정, 나머지 두 명은 지원자 중에서 뽑기로~
남학생들은 전부 손을 들었고, 그중에서 짱과 사람이 뽑혔다.

사회쌤, 리중딱, 짱, 사람. 이렇게 스플렌더!
(사회쌤 파이팅~~!!!)

강동원, 썬, 발광이, 펭귄, 레전드, 치킨. 이렇게 6명은 포세일을 했다.

썬은 같은 반인 펭귄을 엄청 구박한다.
나는 펭귄 보고 나만 바라보라고 했다! 특히나 (여학생들이 있는) 좌측은 절대 쳐다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며~
그러자 펭귄은 눈을 부릅뜨며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시늉을 했다. (귀여운 녀석~ 단, 수업 내내 그러고 있거라~ ㅋ)

어렵지 않게 포세일에 적응한 학생들.
부동산 가치가 낮은 카드들은 펭귄 집이라고 놀렸다. 가장 가치가 높은 30짜리 우주정거장이 자신의 집이라고 주장하는 강동원에겐 "역시 지구인이 아니었군요? 안드로메다에서 오셨어요?"라고 했다.
개집 보고는 발광이 집이라는 강동원, 그걸 웃으면 부정을 안 하는 발광이... (뭐지?)
그렇게 적당히 웃고 떠들며 게임을 했다.

포세일은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경매 눈치 게임인 것 같다. 아이들이 경매 눈치 게임의 기초를 익히는데 좋아 보인다. 다만 너무 깔끔해서 더 이상 뭐가 없다. 즉, 두세 판 재미있게 하고 나면, 더 할 것이 없다 ㅡ.ㅡㅋ

마침 여학생 3명, 남학생 3명이었는데, 1~3등이 모두 여학생들이었다.
"여러분들? 이래서 결혼 후에 경제권을 여자가 가지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여학생들은 웃고, 남학생들은 당황해하고,
이어진 나의 말~
"전 그래서 결혼을... 아닙니다!"
학생들은 어리둥절? ㅡ.ㅡㅋ
(이해하는 녀석들만 이해해라~)

포세일이 끝난 후, 스플렌더 구경감~

스플렌더는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실은 어제저녁에 사회쌤은 나와 연습을 했었다. 오늘은 리중딱에게 (웃기지만) 복수하려고~
그런데... 졌다... ㅡ.ㅡ;;;;;
(인권보호 차원에서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월요일에 리중딱은 (나의 사주를 받은) 초짜 발광이에게 졌다. 울면서 집에 간 후, 동생 붙잡고 연습했단다.

화요일에 리중딱은 예선전에서 사회쌤을 이겼다. 그러나 그다지 컴팩트하진 못했다.
이어진 결승에서 게임 내내 나의 견제에 한숨만 쉬다가 졌다. 분명히 또 울면서 집에 갔을 것이고, 동생을 귀찮게 했을 것이다. ㅡ.ㅡ;;

수요일인 오늘의 리중딱은 칼을 갈고 왔다.
분명히 사회쌤은 초반 견제를 했단다. 어제의 리중딱은 견제를 전혀 견디지 못했다. 오늘의 리중딱은 사회쌤의 견제에도 어제보다 더 컴팩트하게 이겼다!
(사회쌤 어쩔???)

나중에 물어보니 동생(초5)과 가까이 사는 사촌 형들(중3, 고2)과 연습했단다. 하루하루 발전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짱과 사람도 어제보다 더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
역시 애들의 발전 속도는 뛰어난 것 같다.

스플렌더를 마무리하고, 오늘의 메인 게임인 가니메데의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학생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나의 설명이 시작되었는데...
20분이 지나자, 다들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과 함께 연신 하품을 했다. 몇몇은 졸기까지 ㅜㅜ
나는 혼자서 더욱 목소리에 힘을 주며 설명을 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결국, 보다 못한 사회쌤이 나섰다.
사회쌤은 전문가(?)답게 학생들 하나하나의 주의를 집중시키며, 문답식 설명으로 학생들의 대답을 유도했고,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설명을 했다.

나의 설명은 원칙과 강조가 핵심이라면, 사회쌤의 설명은 보충과 눈높이가 핵심이었다.
마치 나는 바람을 세게 불어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려 한 구름 같았고, 사회쌤은 따스한 햇살로 자연스럽게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해님 같다고 할까?

사회쌤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나는 조용히 테이블 별로 게임을 세팅했다. 그리고 반성했다.
무조건 강조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강함보다 부드러움이 더 좋은 것이다.
그렇게 사회쌤에게도 한 수 배웠다.

총 30분이 넘은 설명이 일단 끝이 나고, 세 개의 테이블로 학생들을 나누었다.
발광이, 펭귄, 짱.
리중딱, 레전드, 썬.
치킨, 사람, 강동원.

사회쌤은 발광이, 짱, 펭귄이 속한 테이블을 지도하고, 나는 나머지 두 테이블을 지도했다.
지난 이틀간의 실수(미안함?)를 상기하며, 썬에게 집중했다.

학생들은 설명을 들을 때의 어려움은 어디 가고, 막상 게임을 시작하니까 금방 적응했다.
썬도 내가 옆에서 차근차근 설명하니까, 금방 이해하고 게임을 했다.

가니메데가 어려운 이유는 게임을 하는 방법이 어려운 게 아니라, 처음 보는 아이콘과 학생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 때문이었다.
아이콘은 볼수록 눈에 익으니까 시간이 해결해 주었고, 시스템은 스플렌더를 예로 들어주었다.
(그래서 첫날부터 스플렌더를 가르친 것이다!)

가니메데 세팅 끝내고 학생들과 잠시 이야기하며 쉬고 있는데,

짱은 이러고 놀고 있었다.

한술 더 떠서 사람은 가니메데로 미플 서커스를 하고 있다 ㅡ.ㅡ;;;
(그런데 그걸 또 기다려주고 사진 찍은 나. 훗!)

리중딱은 스플렌더 말고도 이미 다수의 보드게임 경험이 있던 만큼, 이해도와 적응력이 뛰어났다.
그리고 본인의 스타일답게 좋아 보이는 한 가지를 파고들었다. (스플렌더에서도 파녹콤보만 파더니 ㅡ.ㅡㅋ)
빨간 카드 한 장당 2점짜리 우주선으로 10점을 내고, 명성도 6점, 명성 우주선으로 6점, 나머지 4점짜리 두 장으로 30점을 내었다.

레전드도 나름 적응 잘하고, 자신만의 전략대로 실행은 잘했다. 하얀 카드 한 장당 2점짜리 우주선으로 8점을 내는 등 분전했지만, 24점에 머물렀다.

썬은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내가 옆에서 설명해주고 조언한 대로 곧잘 이해하고 실행했다.
하지만 초반 우주선 카드 드래프팅을 완전 잘못해서, 점수를 제대로 못 냈다. 그래도 게임하면서 적응하고, 색깔별로 다 모아서 보너스 우주선도 달성하고, 우주선 카드 3장을 달성했다. 나중에 사회쌤에게 가니메데가 재미있었다고 하더라. (휴, 고생한 보람이~)

강동원은 뛰어난 실력을 보이며, 색깔 세트를 다 모으면 6점을 주는 우주선 카드를 두 개나 먹는 등 27점을 달성했다.
치킨도 분전했지만, 24점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사람은 뭔가 계산이 안 맞았는지 17점에 그쳤다.

사회쌤 테이블에서는 발광이가 멋진(?) 모습을 보여주며 이겼단다.
게임 막판에 네 번째 우주선 카드를 달성할 수 있었으나, 자신의 점수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우주선에 미플도 보내 놓고 명성도 조금 더 올리고, 짱이 네 번째 우주선을 달성하기 직전에 끝내버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단다.
펭귄도 한 끗 차이로 발광이에게 지긴 했으나, 상당한 이해력을 보여주었다.
짱은 초반에 많이 헤맸단다. 시스템의 이해가 부족했는지 카드 사는 것과 보너스 효과 쓰는 것에서 이해가 부족했다고. 보라색 미플만 잔뜩 가져오고, 다음 우주선 카드를 예측하고 움직이지 못했단다. 그럼에도 우주선 카드의 점수와 명성을 끝까지 올리는 등 분전했다.
(짱은 카드홀더를 써보고 싶다고 조르더니, 카드를 홀더에 꽂으면 카드 기능이 안 보인다고 카드홀더에 걸쳐 놓더라... 암튼 재미있는 녀석들 ㅋ)

발광이, 썬, 강동원은 가니메데가 재미있다고 했다. 특히 발광이는 무척 맘에 드는 모양이다.
사회쌤도 가니메데를 좋아하는데, 가니메데는 똑똑한 여자들이 좋아하는 게임인가? ㅋㅋ

오후에 두드림 수업이 있는 관계로 빨리 마치고, 뒷정리를 했다.

3일 동안 지켜본 학생들 평을 하자면,

썬은 머리가 나쁘거나 센스가 없는 것이 아니다.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조금만 더 친절하고 부드럽게 지도하면, 아주 잘 따라온다 ^^
그런데... 차분하게 팩폭을 잘 날린다. 낯가림이 심해서 그렇지, 반대로 익숙해지면... (차라리 익숙해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입이 은근히 거칠다. ㅡ.ㅡ;;;;;;

강동원은 오버스러운 면이 강하다. 이것은 자신이 원하는 정체성을 일부러 드러내려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은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숨기는 역할을 한다. (?)
가끔(이 아니라 자주) 내뱉는 "죽인다~!!!" 소리만 안 하면, 딱 좋을 텐데...

펭귄은 확실히 머리가 좋고, 두뇌회전이 빠르다. 이 녀석의 두뇌는 암산부터 수읽기 등 수시로 반짝반짝한다~!
그런데... 입으로 다 까먹는다.
좋게 이야기하면, 재능이 뛰어나서 티가 팍팍 나는 것인데, 문제는 티가 나는 것이 아니라 티를 낸다. 칭찬도 남이 해줘야 칭찬이지, 본인이 본인의 능력을 인정받으려고 해버리면, 결정적으로 참견과 훈수까지... 그건 시기질투반발욕설폭력을 불러올 뿐~!!!
게다가 친구들의 구박 따위엔 굴하지 않는 강인한 멘탈과 두꺼운 철판도 가졌다는 것이다.
(이건 뭐... 없는 게 없네...)
흠... 과거의 추억을 떠올려서 답을 찾아봐야겠다 ㅡ.ㅡa

레전드는 오늘도 나사가 몇 개 풀려있다.
(진짜로 이럴 땐 됭둥이가 약인데...)
본인은 선생님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도 그 시절엔 선생님들이 모를 것이라 생각했듯이), 그건 50명의 학생들이 북적거리던 내 학창 시절의 이야기고, 지금은 두 명의 강사가 열 명의 학생을 바로 코 앞에서 지도하는데,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지. 지난 1학기에도 한 번 개별 면담을 했었는데, 한 번 더 자리를 마련해야겠다.

치킨은 에너지가 넘친다. 적극성도 넘친다. 자랑도 넘친다. 목소리도 넘친다. 리액션도 넘친다. 이건 뭐, 뜨거운 물이 넘치는 그릇 같은 존재다. 그래도 선생님에 대한 예의와 사리분별 능력은 있다. 그리고 사람과는 반대로 상당히 긍정적인 학생이다. 오버해서 실수하는 것만 조심한다면, 센스도 있고 큰 발전이 기대된다.

사람은 차분하고 조용한데, 신중하다기보다는 오버를 안 하는 스타일이다. 장난기도 많고 웃기도 잘 웃는다. 다만 어두운 느낌과 부정적인 이미지가 걱정된다. 많이 웃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 주고 싶다.

스팸은 내가 더 이상 뭘 더 해줄 것이 없다. 완벽해서라기 보단, 알아서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안 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늦잠 잤다는...)

짱은 아직 조금 애매하다. 만약 짱을 2학기에도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발광이는 확실히 차분하고 머리가 좋다. 현재 중1들은 자유 학년제라고 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중간, 기말 시험이 없다. 다만 학기초에 진단평가라고 해서 국영수 시험을 봤고, 사회쌤이 중간중간 사회 시험을 봤기에, 대략적인 수준을 알 수 있다. 발광이는 진단평가에서 전교 10위권의 학생이다. 거기에 성격과 다른 친구들의 평가가 무척 좋았다. (그러나 그 다른 친구에서 강동원은 없었던 모양이다. 둘은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 절친답다 ㅡ.ㅡㅋ)

성적 이야기가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펭귄도 전교 10위권 이내. 그다음이 전교 30위권 이내의 강동원, 사람이다. 50위권의 학생들이 레전드, 짱, 리중딱, 스팸, 치킨, 썬이다.
아! 물론 성적이 전부가 아니고, 성적이 좋다고 좋은 학생인 것도 아니다. 이 학생들은 성적은 물론 (성적보다 더 중요한) 수업태도와 성격이 좋은 학생들이다.
이토록(?) 우수한 학생들이 모였으니, 나와 사회쌤이 학생들에게 가진 기대가 클 수밖에~

오후에 수업하기로 예정된 두드림의 학생이 8명밖에 없다고 해서, 보드게임 수업을 듣는 우리 학생들 중에서 희망자를 받았다. 시간 되는 학생들은 오후에도 같이 하자고~~

이렇게 오늘 수업은 일단 끝~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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