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섬 간단 소회

쫌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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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3 오후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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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섬에 대한 정성스러운 리뷰글이 상당히 많은데

편협한 견문으로 게임을 즐기면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바를 나눴으면 좋겠다 싶어 써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놈도 있구나 가볍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ㅋㅋ

1. 테마 관련 소회

정령섬은 한글판 출시 전부터 워낙 명성이 자자했던 게임이라 당연히 큰 고민 없이 보드엠 선주문에 참여했던 게임입니다.

솔직히 일러스트들이 제 취향이 아니었기에 게임성 하나만 믿고 있었던 게임인데 생각보다 테마가 충분히 와 닿으면서 게임 몰입도도 상당한 것이 명작이라 불리기 충분했습니다.

서세동점의 모더니즘적 시각에 입각한 게임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엔데버-대항의 시대나 푸에르토 리코,

최근 별빛바다에서 발매한 코임브라 등이 해당되는데 이 게임은 본격적으로 이런 게임들에 대한 서양 중심주의적 시각을 비판하면서 전혀 다른 관점인

'침략을 받는 자들의 시각'을 바탕으로 게임을 풀어나갑니다.

소싯적 위대한 성전인 줄 알았던 십자군전쟁에 대한 실체를 깨닫게 해준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세련되고 고상한 기사도 정신으로 무장한 십자군과 코란을 낀 무자비한 살육전을 일삼는 이슬람교도의 이미지는 실제 서로 도치되어야 마땅한 왜곡된 이미지임을 깨달았습니다.

이 책은 묵직한 팩트들로 철저히 십자군의 실체를 파헤쳐 그 실상을 낱낱이 공개했던 명저라고 생각합니다.

코에이의 명작 게임인 대항해시대2도 실은 아름답게만 느껴졌던 신항로 개척이 이후 신대륙 원주민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는 너무 교과서적인 내용이라 중언부언할 필요도 없습니다.

물론 가상의 섬 이야기이지만 앞서 살펴 본 의미와 시각에서 본다면, 침략자 '미화'가 아니라 어쩌면 실제 침략 받던 이들에겐 지당하고 응당한 '정의 구현'으로 이 게임은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원주민인 '다한'과 평화롭게 공존하던 섬의 정령들에게 어느 날 불청객들이 닥치는데 바로 식민지를 개척하기 위한 프로이센, 영국, 스웨덴 등의 강대국들이었습니다. 생태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정령 중 하나가 되어 원주민인 다한과 함께 침략자들을 물리치는 게임이 바로 정령섬입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원령공주'느낌도, ‘폼포포 너구리 대작전’ 느낌도 물씬 나는 이 게임은 사족으로 굳이 교육적 효과를 덧붙이자면 자연환경 보호와 함께 세세동점의 17세기 역사적 상황을 비판적으로 느낄 수 있는 훌륭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2. 게임성에 대한 소회

최근 핫하다는 게임들을 나름대로 구해서 플레이해본 것 같습니다.

하나 같이 큰 자리를 차지하거나 세팅에 시간이 많이 소진되었는데 이 게임임은 무엇보다 세팅이 간단한 편이며 자리를 크게 많이 차지하지 않아 쾌적한 환경에서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1인플도 즐기기 때문에 오토마와 관련된 행동 규칙 숙지가 낯설지 않았기 때문에 탐사, 건설, 정복을 하는 침략자들의 움직임이 친근하고 익숙하게까지 다가왔습니다.

끊임없이 자강불식하는 침략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개미떼를 바라보는 전지전능한 느낌까지 들었으며(물론 게임이 잘 풀릴 경우), 게임이 난관에 봉착하면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는 절박감에 타워디팬스를 한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정령들을 선택하는 재미 또한 이 게임의 주요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물의 정령, 돌의 정령, 번개의 정령, 공포의 정령 기타 등등 프로모까지 9개의 정령이 있는데 플레이 방식이 모두 달라 주요 전략이 매번 바뀌기 때문에 과장을 조금 보테면 매번 새로운 게임을 하는 것과 같은 신선함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번개의 정령 같은 경우엔 벼락을 내리쳐서 침략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는 전략이 유효한가 하면 돌의 정령 같은 경우에는 우수한 방어력을 이용해서 다한들의 반격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사용해서 같은 게임임에도 게임 양상이나 느끼는 바가 전혀 달랐습니다.

카드를 활용한 액션이 주된 플레이 방법인데 마치 RPG 게임처럼 정령이 ‘성장’한다는 것이 매우 잘 느껴지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시작은 정령이 현신할 수 있는 대개 두 군데 뿐이라 소소하게 시작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현신에 현신을 거듭하면서 자신의 현신들이 그득한 맵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으며, 기본 카드에서부터 미미한 시작이었으나 가면 갈수록 자신의 기본 카드를 보조 능력이나 주요 능력 카드로 추가·교체해나가면서 강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재미있습니다.

단순히 카드만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정령들의 ‘타고난 능력’도 있어서 카드의 어떤 원소를 몇 개 사용했는지에 따라 추가 효과가 있어 이를 퍼즐처럼 맞춰가면서 요리조리 계산하는 면면들이 꽤나 즐거운 고민들을 안겨줍니다.

당연히 정령이 강해지기만하면 후반부의 긴장도가 떨어지지만 침략자들도 초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노도와도 같은 기세로 증식하기 때문에 어떻게 게임을 디자인했는지 밸런스가 놀라웠습니다.

여기에 공포요소까지 있어 ‘이번엔 어떤 공포가 침략자들에게 두려움을 줄까?’ 기대해보는 재미가 있으며 원하는 공포가 나왔을 때의 쾌감이 짜릿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스토리성을 가미한 시나리오까지 추가되어 게임의 깊이나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는 점이 가히 혜자스럽다고 느껴졌으며 프로이센이나 영국, 스웨덴의 적대국 카드를 가미하면 적들의 행동 양상이 더욱 하드해지고 국가마다 다른 움직임이 더해지기 때문에 매번 어떤 정령을 선택하느냐, 어떤 적대국 카드를 사용하느냐, 어떤 시나리오를 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리플레이성과 깊이가 상당해진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감격스러운 점은 단지 1인플이 가능하다는 점을 능가해서 1인플로써의 게임성이 매우 훌륭하다는 것입니다.

보드게임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플레이해야한다는 점이 큰 제약인데 저 같은 경우도 퇴근 후 아내나 친구들이 오늘은 피곤하다며 보드게임을 거부하는 경우엔 홀로 메마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1인플을 자주 합니다. 이 때 정령섬은 적절한 플레이 타임에 세팅도 게임성에 비해 간편한 편이라 최적의 대안이 되어주었습니다.

어차피 적들의 행동이 다인플로 하나 1인플로 하나 오토마와 비슷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팀원과 협력한다는 맛은 가미되지 못했지만 속전속결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3. 총평

이 게임을 한줄로 요약하면 “원주민을 도와 침략자를 박멸하는 정령의 짜릿한 타워디팬스”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일견 게임에 대한 찬양 일색뿐인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게임의 일러스트나 외관이 취향이 아니었던지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상당히 재밌었기에 더 긍정적인 시각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부 오역의 문제 등이 있지만 보드엠에서 힘내어 확장까지 발매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ㅋㅋ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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