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est Night(Second Edition) 4회플 후기입니다.
지난주에 개봉기를 올렸는데 몇몇분께서 후기를 궁금해 하시더라구요. 도움이 될까 싶어 리뷰를 처음 작성해 봅니다. 각 잡고 쓰기엔 양이 방대하여 의식의 흐름대로 편하게 쓰겠습니다.
게임의 기본 테마는 네크로맨서에게 잠식당한 왕국의 마지막 수호자로서 29인 중 4인의 영웅을 운영하는 겁니다. 최종 목적은 숨겨진 성스러운 유물을 찾아 네크로맨서를 무찌르는 거에요. 이 유물 없이는 게임을 승리할 수 없습니다. 4인의 원정대는 이 유물을 찾아 왕국 곳곳을 탐험합니다. 그러면서 여러 적과 조우하고 불리한 사건들이 발생하며, 운이 안 좋으면 네크로맨서와 부닥치기도 하죠. 유물을 찾기 전까지는 네크로맨서를 되도록 피해다녀야 합니다. 왕국 곳곳에는 끊임없이 악이 출몰합니다. 이 악은 실체를 가진 몬스터일 수도 있고 왕국 곳곳에 특정한 부정적 효과를 부여하는 무형의 '기운'일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몬스터만 때려 잡는다고 이기는 게임이 아닙니다. 계속해서 일어나는 퀘스트를 해결하고, 숨겨진 유물을 찾기 위한 단서를 획득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왕국에서 유일하게 안전한 장소인 성스러운 수도원을 네크로맨서로부터 잘 지켜내야 합니다. 수도원이 무너지면 게임은 패배합니다. 사자마자 플레이하면 중간중간 헤메느라 몰입을 못할 것 같아 몇일 동안 공부만 했습니다. 룰북도 정독하고 플레이 영상도 꽤 많이 봤어요. 킥스때 주어진 작가의 개발일지 책자도 있는데 이것 또한 PDF로 여러번 참고했습니다.
이 정도면 되었다. 난 잘할 수 있을거야! 하고 첫플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바로 깨달았습니다. 게임을 할 줄 아는것과 잘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할 줄은 아는데 거의 뭐 아무것도 못하고 패배했습니다. 이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게임을 할 줄 아는것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내가 플레이하는 영웅들의 특징과 기술을 정확히 캐치하고 있어야 게임을 온전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각 캐릭터는 13장의 파워 카드를 가지고 있는데, 이 카드들의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게임이 원활하게 돌아갑니다. 저는 전체적인 룰만 이해한 것이고 각 영웅들의 기술은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플레이 했기에 완벽한 패배를 한 것이죠.
그래서 첫플 후 선택한 영웅들의 파워 카드를 다시 꼼꼼히 학습했습니다. 확실히 첫플 때는 각 영웅들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더라구요. 좋아 이제 됐어! 다시 자신감을 찾고 2회플에 들어갑니다. 첫플보다는 확실히 좀 낫습니다만 그래도 게임은 이길 수 없습니다. 다시 원인을 분석해 봅니다. 생각해보니 당연합니다. 게임 처음 하는 놈이 2회플 만에 승리하도록 설계했을리가 없잖아?! 그리고 작가는 아주 친절하게 게임의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여러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기본 난이도로 진행합니다. 승리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중간중간 룰을 확인하고 캐릭터 능력을 체크하면서 하다보니 한번 플레이 할때마다 3시간 이상이 걸렸습니다. 제가 요 몇일간 4회플을 했으니 플레이 시간만 10시간은 훌쩍 넘습니다. 그래도 하면 할수록 발전하는 제 모습을 확인합니다. 그렇다고 와 재밌다! 신난다!의 느낌은 아닙니다. 게임 자체가 어두운 게임이기에 이런 게임은 재밌다는 인상보다는 "또 하고 싶다"의 느낌이 중요한 것이죠. 확실히 또 하고 싶습니다. 게임 룰이 완전히 익지 않아 플탐이 3시간을 넘기는데도 매일 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주사위 하나하나 굴리면서 쫄깃하게 느껴지는 긴장감을 무척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캐릭터가 무려 29명입니다. 29 명중 4명을 선택하는 조합의 수는 상당합니다. 캐릭터마다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캐릭터의 특성을 연구하고 플레이에 실현시키는 과정이 꽤 즐겁습니다. 4회플을 하면서 겨우 8명 정도를 플레이 해봤으니 앞으로도 할 날이 많을 것 같아요. 해 본 8명도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계속 해보고 싶으니 리플레이성은 넘칠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은 29명의 캐릭터 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리플레이성을 높일 수 있는 많은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일단 30종의 적이 있구요, 이 적들이 게임마다 맵 카드를 통해 랜덤하게 깔립니다. 이벤트, 퀘스트, 미스테리 카드 또한 게임을 덜 지루하게 하죠. 단순히 맵에 깔린 적들을 때려 죽이면 끝나는, 그런 게임은 아닙니다.
이 게임은 작가가 밝혔듯이 4 영웅에 최적화된 게임입니다. 변형룰을 통해 2, 3, 5 영웅으로도 가능하지만 추천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1인 4명웅 또는 2인 각 2영웅이 베스트입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가 한 턴당 많은 액션을 취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인원이 많게 되면 캐릭터 운영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는 현재 1인플을 정말 재밌게 즐기고 있는데 친한 사람과 2인플을 해도 정말 재밌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인플을 위해 각 영웅들의 파워 카드는 참조북 형태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영웅은 두 가지 스탯을 가지는데 하나는 신의 은총이고 다른 하나는 회피(은신)입니다. 은총은 체력과 같습니다. 피가 깎이는 것이 아니라 악의 기운에 성스러움이 소멸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체력 개념의 은총보다 회피 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막 돌아다니면서 적을 무찌르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죠. 적과 조우하면 공격만 있는 것이 아니라 회피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막 덤비다가는 한 시간 컷입니다. 내가 일정한 힘을 얻기 전까지는 네크로맨서를 피해 다녀야 하는데 그때 이 회피 스탯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회피 스탯이 낮은 영웅일수록 네크로맨서와 조우할 확률이 높아지고 실제로 같은 지역에 있게 되면 여러 페널티를 받기 때문이죠. 아무튼 이 스탯을 게임 내내 잘 관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게임은 순서의 제한이 없습니다. 순서의 자율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영웅을 먼저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게임의 양상이 달라집니다. 특히 마법 영웅은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영웅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순서의 선후가 굉장이 중요합니다. 마법 영웅의 능력을 먼저 쓰면 살릴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서 다른 영웅이 죽게 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게임의 양상을 다양하게 만드는 요소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그리고 영웅이 죽으면 새로운 영웅이 들어갑니다. 물론 기본 스탯이 깎이고 파워 카드도 2장 밖에 소유 못하는 상태로 시작하게 됩니다.
각 영웅은 매 턴마다 그 지역에서 일어나는 이벤트를 해결하고 그 후 액션을 합니다. 액션은 공격, 이동, 휴식, 명상, 기도, 탐색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한 턴에 한 액션이기 때문에 무엇을 선택할지 신중히 고민해야 합니다. 공격은 기본적으로 주사위 1개를 사용하는데, 각 영웅은 여기에 주사위를 더 추가하거나 값을 올려주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일단 주사위 값이 누적되는 개념은 없습니다. 즉 적의 디펜스가 4라면 내가 주사위를 굴려 4 이상이 나와야 공격에 성공합니다. 주사위가 추가되는 것은 말 그대로 이 공격을 두 번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주사위 두 개를 굴린다고 두 개의 값을 합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이 시스템으로 인해 앞서 말씀드렸던 숨겨진 유물이 꼭 필요하게 됩니다. 왜냐면 네크로맨서의 디펜스는 7이거든요. 내가 주사위를 2개를 굴리든 3개를 굴리든 4개를 굴리든 7은 절대 나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1을 해주는 아이템이 있으니 그게 바로 숨겨진 유물입니다. 그래서 네크로맨서를 공격해서 승리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이 아이템이 필요합니다. 또는 네크로맨서를 죽이지 않고 각 지역에 있는 숨겨진 유물 3개를 모아 안전하게 수도원으로 가져와도 게임은 승리합니다.
많은 게임들이 적의 체력을 여유롭게 두고 주사위 값 누적을 통해 파괴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6이하의 고정된 적 체력값에 대해 단일 주사위를 굴려 파괴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적의 체력이 깎인다는 개념이 없습니다. 처음 방식은 내가 주사위를 굴려 어떤 값이 나오더라도 적의 체력을 무조건 깎게 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특정 값 이상이 안나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1개의 주사위를 굴려 공격을 하고 각 영웅의 능력에 따라 주사위가 추가되는데요. 만약 3개를 굴릴 수 있다고 한다면 방어력이 5인 적을 상대한다고 할때, 3개를 굴려 제발 한개라도 5이상이 나와라! 하고 빌게 됩니다. 3개 중에 한 개라도 5이상이 나오면 공격 성공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바로 실패입니다. 주사위 3개를 차례로 굴려 데미지를 누적시키는 방법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좀 더 절박하다고 할까요.
같은 지역에 있는 영웅끼리는 아이템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도원에 아이템을 킵해 두어도 다른 영웅이 찾아갈 수 있습니다. 제가 4회플 하면서 느낀 점인데 뭐랄까 RPG 스럽다고 할까요. 몹도 잡아야 하고 퀘스트도 해결해야 하고, 숨겨진 유물에 대한 단서도 획득해야 하고, 네크로맨서로부터 최대한 도망 다니면서 힘을 길러야 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내 아이템을 다른 영웅에게 전달도 해야하고, 내 능력이 다른 영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계속 고민하면서 사용해야 하고, 수도원으로 밀려드는 악의 기운도 방어해야 하고,,, 암튼 참 할게 많습니다.
2판에서는 1판과 여러 확장들을 합본으로 내면서 새로운 영웅 능력과 아이템, 적, 시스템 등이 추가되었습니다. 더 이상 확장이 필요없을만큼 이것 하나로 완성된 게임이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웅 저 영웅 선택해 가면서 100시간은 너끈히 할 것 같아요. 각 영웅마다 특유의 고유한 능력이 있는데 이것을 게임에서 내가 얼마나 제대로 활용하느냐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어요. 처음에 13장의 카드 중 3장만 갖고 시작합니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많이 활용해도 6장 넘어가기 힘들어요. 한 캐릭터의 능력을 온전히 활용해보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에 한 캐릭터를 플레이 해봤다고 하여 쉽게 질리지 않습니다.
썼던 능력은 좀 더 잘 써보고 싶고, 안 썼던 능력은 또 새로 써보고 싶고 그렇네요.
다만, 플탐이 기본 2시간은 넘는 게임이기 때문에(룰 잘 모르고 캐릭터 능력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플레이 들어가면 4시간 걸림), 어느 정도 준비를 한 상태에서 시작하셔야 합니다. 아니면 게임 하다가 지쳐서 포기하실 거에요. 내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준비는 되어야 합니다. 선택한 4개 영웅의 능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보고 들어가셔요.
모든 게임은 맞는 주인이 있다고 하죠. 저는 이 게임이 정말 좋습니다. 3시간이 넘게 걸리는데도 매일 하고 있으니까요. 아직 한 영웅도 완벽하게 활용 못하는 상태인지라, 29명을 모두 활용해 보기까지는 꽤 많은 플레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일단 룰은 이제 대부분 이해하고 있어서 플탐은 점점 짧아지고 있긴 합니다.
오늘도 전 패배했지만 점점 플레이가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은 좋습니다. 1-2인플 게임으로 추천합니다. 편하게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건강 챙기시고 언제나 즐거운 브드라이프 되시길. 자세한 개봉기는 이곳(클릭)에서 확인해주세요.
추가) 게임을 재밌게 만드는 여러 장치가 있는데요, 위에서 미처 말씀 못 드린 부분을 추가합니다.
1. 노란색 테두리의 적 토큰은 형체가 있는 몬스터를 의미한다. 따라서 나를 반격한다. 하지만 파란색과 빨간색 테두리의 적 토큰은 유형의 몬스터가 아니라 일정한 효과를 부여하는 "형상" 또는 "기운"이기 때문에 반격을 하지 않는다. 파란색은 해당 지역에만 영향을 미치지만, 빨간색은 게임 모든 구역에 영향을 미친다.
2. 수도원에는 기본적으로 악의 기운이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일정 지역에 이미 적 토큰이 4개 깔려 있고 그곳에 새로운 적을 추가해야 할 경우는 그 적이 수도원에 생성된다. 따라서 각 지역의 적이 4개 이상이 되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수도원에 적 토큰이 4개 이상 쌓이면 게임은 즉시 패배한다.
3. 숨겨진 유물은 10개의 단서를 획득해야 찾아낼 수 있다. 이 단서는 게임 중 발생하는 다양한 미스터리 카드를 통해 획득할 수 있다. 이 숨겨진 유물을 수도원에 3개 모으면 게임은 승리한다. 하지만 3개를 모으기 위해서는 30개의 단서가 필요하다.
4. 퀘스트 카드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시간제한이 있다. 그 시간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강력한 페널티를 받는다.
5. 네크로맨서는 턴의 시작시 주사위 1개를 굴려 그 값과 각 영웅들의 회피 값을 비교한다. 영웅들의 회피 값보다 높게 나왔다면 네크로맨서가 그 영웅들을 탐지한 것이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영웅의 지역으로 이동한다. 어떤 영웅도 탐지하지 못했다면 맵에 표시된 화살표 주사위 값을 따라 이동한다. 그리고 매 턴마다 네크로맨서가 있는 지역에는 새로운 적이 하나씩 추가된다.
6. 네크로맨서와 같은 지역에 있더라도 영웅의 회피값이 0이 아니라면 공격을 받지 않는다. 다만 같은 지역에 있게 되면 여러 페널티가 주어진다. 경우에 따라서 일부러 회피값을 낮춰 내가 있는 곳으로 네크로맨서를 유인해야 할 때도 있다.
7. 네크로맨서의 매 턴마다 보드 밑의 악령 수치가 1씩 올라간다. 이 수치가 10과 20에 도달하면 네크로맨서도 고유의 파워 카드를 갖는다. 수치가 25 이상이면 모든 적의 방어가 1 상승하고 수치가 30 이상이면 모든 적이 수도원에 생성된다.
8. 영웅의 파워 카드는 소진의 개념 외에 활성화/비활성화의 개념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여러 카드를 시기적절하게 선택적으로 활성화/비활성화하는 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9. 게임을 할 때 어두운 판타지 음악을 깔고 하면 몰입감이 매우 상승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