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 - 포인트 샐러드 리뷰 : "혼돈 속 셋콜렉션"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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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30 오전 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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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19년

게임 타입 : 드래프팅, 셋콜렉션

플레이 타임 : 15-30분

플레이 인원 : 2-6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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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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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샐러드는 보드게이머들이 흔히 사용하곤 하는 장르적 표현입니다. 보드게임 내에서 득점하는 방식이 다수 존재하며 게임 내에서 무슨 행동을 해도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면 포인트 샐러드 게임이라는 이명을 붙여주곤 하지요. 이 장르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는 역시 스테판 펠드가 가장 유명합니다.

이런 포인트 샐러드라는 이름을 정말 '점수 샐러드'로 바꾸어 낸 이 게임.

솔직히 언어유희를 이용한 게임 제목은 달갑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보통 기피하는 편인데... 친구의 강력추천으로 한번 해본게 이렇게 강한 인상을 남길 줄이야.

리뷰를 통해 한번 살펴봅시다!

P.S. 최근에 이름을 보고 인상을 찌푸린 게임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이 게임인데요.

역시 언어유희 제목의 게임은 일단 거르고 나중에 좋은 소리가 들려오면 살펴보는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확신을 준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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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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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샐러드는 간단한 셋콜렉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인원에 따라 게임에 사용 될 채소 카드를 모두 박스에서 꺼낸 뒤 골고루 섞습니다.

그리고 바닥에 채소가 보이도록 6장. 나머지는 균등하게 3개로 나누어 점수카드 덱을 만듭니다.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차례가 되면 두 가지 행동 중 하나를 해야합니다.

1. 채소 카드를 두 장 가져옵니다.

2. 점수 카드 한 장을 가져옵니다.

플레이어는 원한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점수카드를 뒤집어 채소 면이 보이도록 카드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단, 반대로는 할 수 없습니다.

바닥엔 항상 6개의 채소가 보여야 하며, 채소는 해당 열에 위치한 점수카드를 뒤집어서 보충하게 됩니다.

해당 열의 덱이 다 떨어졌다면 카드가 많은 덱을 두 개로 쪼개서 새로운 덱으로 만들어 게임을 진행합니다.

테이블 위에 카드가 모두 비면 게임은 종료되며, 각 플레이어는 자신이 보유한 점수카드마다 채소의 갯수/종류 등을 세어 점수를 매깁니다.

점수가 가장 높으면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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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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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은 어렵지 않죠? 이런 간단한 게임에서 어떤 재미를 느낄 수 있는지 이야기 해봅시다!

1. A / B

포인트 샐러드를 처음 접했을 때 마이클 샤흐트가 생각났습니다. 줄로레또, 아쿠라레또, 컬러레또 등 ~~레또 시리즈로 잘 알려진 디자이너이며, 오묘한 상황에 플레이어를 던져놓고 A와 B라는 단순한 선택지 사이에서 갈등하게 만드는 실력이 뛰어난 작가입니다. 플레이어들의 후기를 살펴보았는데 저 뿐만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이 비슷한 인상을 받았더군요. 포인트 샐러드는 그만큼 ~~레또류의 게임과 궤를 같이한다는 느낌을 주었는데, 그 재미가 ~~레또 시리즈와 버금갈 정도로 괜찮았어요.

포인트 샐러드에서의 고민은 크게 A. 채소를 가져가느냐 B. 점수 카드를 가져가느냐 두 가지로 나뉩니다. 플레이어들은 매 순간마다 달라지는 상황 속에서 A 와 B의 가치를 저울질 하며 판단을 내리는데, 이게 보기보다 쉽지 않아요. 채소를 두 개 가져가자니 조건만 맞으면 점수를 대폭 늘려줄 점수 카드를 빼앗길까봐 아쉽고, 점수 카드를 가져가자니 100% 확보되는 점수를 포기하고 가능성에 몸을 던지는 행위이니 그 또한 아쉬움이 남죠. 이 고통은 게임이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점점 커집니다.

이러한 고민은 인원에 따라서 또 다른 종류의 고통을 안겨줍니다. 소수의 인원과 즐기면 해당 채소/점수 카드가 그대로 남아있을 확률이 높기에 ‘어쩌면' 이라는 가능성을 염두하고 선택을 하게 되지만, 4인플부터는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이기에 다른 선택지를 과감히 ‘포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추후 설명하겠지만 이러한 이유로 게임 자체에 대한 호불호가 생깁니다. 그것은 단점 부분에서 다루기로 하죠.)

포인트 샐러드는 게임에 불필요한 군더더기는 모두 제외한 채 깔끔하게 단 두 가지 선택지만으로 게임에서 끌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재미를 뽑아냈습니다. 쉬운 규칙 사이에서 딜레마를 찾고자 한다면 포인트 샐러드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네요.

2. 뒤집기의 반전

자, 방금 전까지 A / B 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엔 a / b 에 대한 이야기를 해봅시다. 방금 한 이야기가 아니냐고요? 맞아요! A / B 가 큼직한 양자택일에 대한 이야기라면 지금 할 것은 조금 더 눈에 덜 띄는 양자택일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소문자를 이용했습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차례 때 보유한 점수카드 중 하나를 뒤집어 채소로 바꿀 수 있는 행동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 행동은 선택사항인만큼 초반엔 신경을 안쓰는 사람도 많습니다. 점수카드를 포기하는 행위이기에 게임 내내 3번만 해도 상당히 무리했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부담스러운 행동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 작은 행동 하나가 게임에 가져오는 영향은 생각보다 큽니다. 점수카드는 대부분 이득이 되는 효과를 가져오지만 상황에 따라선 아무런 득이 되지 않거나 되려 손해가 더 큰 상황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이런 애물단지 같은 점수 카드를 채소로 만들어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다면?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 손익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렇게 뒤집은 카드 하나로 상대방의 점수카드를 무력화 할 수 있다면? 그 가치는 말할 수 없겠죠.

이렇게 선택적인 행동인데도 게임에 묵직한 변화를 가져올만큼 중요한 행동이기 때문에 게임에 또 다른 재미를 가져다 줍니다. 설명을 들었을 땐 "뭐하러 점수 카드를 뒤집지?" 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기로에 서서 손가락 셈을 하며 점수카드를 뒤집느냐/마느냐 고민하는 것이 이렇게 흥미로운 재미를 줄 지 몰랐어요.

3. 교집합의 재미

포인트 샐러드는 흥미롭게도 점수카드마다 내가 가진 채소를 대상으로 점수를 각각 따로 매깁니다. 즉, 이미 사용한 채소가 다른 점수카드에도 쓰일 수 있기에 교집합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단적으로 토마토를 필요로 하는 점수카드 3개를 가지고 있는 것과 공통점이 하나 없는 점수 카드 7장을 가지고 있는 것. 플레이어가 취할 수 있는 턴의 최대 횟수를 생각해보면 적게 가져와 최대한 많이 득점 하는게 훨씬 유리한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카드간에 겹치는 구간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어떤 카드가 나와 궁합이 잘 맞는지 머리를 굴리며 최대한 이득이 되는 행동을 찾아서 하는 것이 중요해요.

카드 가치를 비교하며 모아가는 셋콜렉션 애호가들의 가려움을 긁어줄 수 있는 요소가 작은 박스 안에 담겨 있습니다.

워낙 간단하면서도 군더더기를 모두 제거한 게임이기 때문에 폭넓은 인원 지원 / 작은 부피 / 간단한 세팅 같은 것은 언급하지 않아도 괜찮겠지요.

그럼 게임이 가진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딱 하나만 이야기 하고 싶어요. 그게 너무나 크거든요.

1. 양날의 검 ㅡ 혼돈

자, 게임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마이클 샤흐트의 레또 시리즈와 포인트 샐러드는 같은 고민거리를 안겨주는 게임이지만 레또 시리즈에서 찾아보기 힘든 단점이 포인트 샐러드에 있습니다. 바로 게임이 가져오는 혼돈이예요.

물론 레또 시리즈가 무작위성이 없는 정갈하고 깊은 게임이란 뜻은 아닙니다. 게임이니 어느정도의 예측불가한 혼돈은 존재합니다. 테이블 위에 놓이는 카드/타일이 플레이어들의 뽑기 행동으로 인해 결정되는데다 누가 무엇을 가져갈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죠.

하지만 라운드의 시작과 끝은 늘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시작하며 카드/타일 가져가기 행동을 취한 플레이어는 해당 라운드에서 빠지기 때문에 몇인플이어도 어느정도 흐름이 보이고 질서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포인트 샐러드는 말 그대로 매 순간마다 대환장 파티가 벌어집니다.

일단 턴 단위로 생각해보죠. 채소카드를 가져가면 해당 줄의 점수카드가 채소카드로 새로 깔립니다. 동시에 새로운 점수카드가 공개되죠. 다른 사람이 원하던 채소를 가져가는건 부가적인 효과입니다. 만약 점수카드를 가져가면 성격이 다른 점수카드가 새로 공개됩니다. 누가 원하는 것일 수도 있고 쓰레기일 수도 있죠. 하나의 점수카드 덱이 다 떨어지는 순간 다른 덱이 쪼개지며 새로운 점수카드 세트가 됩니다. 무슨 점수카드가 위로 올라오게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플레이어 중 누군가 자신의 점수 카드를 뒤집으면 특정 채소의 다수/소수를 비교하는 점수카드가 모두 영향을 받게 됩니다.

무슨 행동을 해도 이렇게 다양한 사건사고가 벌어지는데… 6명이 이 게임을 한다고 생각해보죠. 저 대환장 파티가 5번이 반복되고 나서야 제 차례가 시작됩니다. 지난 턴에 놓은 상황과 이번 턴에 놓인 상황은 100% 달라요. 이쯤되면 전략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죠. 청소를 잘 안하는 저 같은(?) 사람들이 “혼돈 속에 질서가 있다"는 핑계를 대곤 합니다만… 다인플 포인트 샐러드는 아닙니다. 질서란건 존재하지 않아요. 혼돈이 내게 행운을 가져다 주길 바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포인트 샐러드는 6인플까지 지원하는 장점을 가짐에도 2-3인에서 전략과 혼돈이 가장 절묘하게 밸런스를 유지하는 이상한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게임 자체는 15-20분 남짓한 짧은 게임인데다 각 플레이어의 턴이 워낙 짧기 때문에 대기시간이 길지 않다는 장점이 있기에 다인플이 괴롭진 않지만... 차분하게 생각하며 게임을 이끌어가는 것을 좋아하신다면 다인플 포인트 샐러드는 피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레또 시리즈를 좋아하는 저로썬 궤를 같이하면서도 좀 더 변화무쌍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포인트 샐러드가 꽤 매력적인 게임으로 다가왔습니다. 가성비도 좋고, 제가 좋아라 하는 젝스님트처럼 2-3인플은 전략적인면이 도드라지고 4인플 이상에선 혼돈이 가져오는 즐거움이 도드라지는 양면적인 모습도 좋으며, 게임이 가진 산수적인 측면도 제 취향엔 맞았거든요.

비슷한 게임인 레또 시리즈를 가지고 있으면서 포인트 샐러드를 구입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론은 둘 다 소장하기로 했어요. 느긋하고 덤덤한 모습으로 상대방에게 중지를 날리며 "그게 마음에 들었어? 그럼 이것도 함께 먹으렴." 하는 신사적인(?) 게임이 레또 시리즈라면 친구들과 토마토 축제에 나가 여기저기 토마토를 던져대며 "와하하-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짧고 신나게 놀 수 있는건 포인트 샐러드라 생각했거든요. 그런 게임도 나쁘진 않지요.

모처럼 재미난 셋콜렉션 게임을 만난 것 같아요.

블로그 :: http://www.raccoonca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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