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바고 리뷰

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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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7 오후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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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바고 박스 일러를 캡처. 거대한 석상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신비한 힘을 가진 아뮬렛을 비춘다

라이트게이머인 무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김태희 게임’으로도 불리는

토바고(Tobago, 2009년)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MBC스페셜 ‘태희의 재발견’의 한 장면. 오른쪽 아래에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 토바고.

사진 출처: https://bit.ly/2Tl7nUn

토바고는 아름다운 구성물로 유명했고, 전략입문게임으로

자주 거론됐음에도 게임성은 다소 저평가되고 있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소거법을 기반으로 하는)

추리 게임 혹은 디덕션 게임 중에 단연 원탑으로, 특히

2인일 때는 (저에게는 오부족을 능가하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장고를 유발하는 진정한 실력겜입니다.

어떤 지형에서든 주행이 가능한 ATV.

사진 출처: https://bit.ly/394JHdH

A. 게임 소개

(0) 간단 소개

플레이어들은 ATV를 타고 신비의 섬 토바고를 누비며,

보물 위치에 대한 단서들을 공유해 보물을 찾고, 기여도에

따라 나눠 갖습니다. 보물을 찾을 때마다, 석상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바닷가에 있는 아뮬렛을 비추는데, 주워서 갖고

있으면 다음 보물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섬의 보물을

모두 찾으면 이 승부는 끝이 나고 보물을 가장 많이 가진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1) 구성물

먼저 세 개의 모듈을 조립한 게임판(토바고섬)이 아래에

보입니다. 각 모듈은 앞뒤가 달라서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판을

조립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섬에는 여섯 가지 지형과

거대한 석상, 갈색 오두막, 초록색 야자수 등의 세 가지 지물

및 각 플레이어가 이동시키는 ATV가 있습니다.

아래는 단서 카드들로, 지형지물을 통해 보물의 위치를

나타냅니다. 게임 중 단서 카드를 바닥에 내려놓으면, 다른

플레이어와 이 단서를 공유하고 보물을 찾는데 기여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위 사진 오른쪽은 검은색 큐브로 나타내는 보물이 호수에

있는 동시에 오두막에서 한 칸 옆에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한편, 단서 카드 위에 보이는 노란색, 빨간색 토큰은 어떤

플레이어가 단서를 제공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위 사진은 보물을 찾으면 나눠 가지게 되는 보물 카드로

금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왼쪽 아래는 보물 카드들 속에 섞여

들어가는 저주 카드입니다.

위 사진은 아뮬렛입니다. 아뮬렛은 저주를 풀어주기도 하지만,

(버건디의 실버링처럼) 지불한 개수만큼 추가 행동을 할 수

있어, 보물찾기는 뒷전이고 아뮬렛을 주우러 바닷가를 서성일

때가 많습니다.

(2) 게임 진행

자신의 차례에는 ATV를 몰아서 이동하거나 단서 카드를

내려놓는 두 가지 주행동 중 하나를 할 수 있습니다.

부가적으로, 아뮬렛을 지불한 만큼 추가 행동을 할 수 있으며,

보물이 묻힌 곳에 자신의 ATV가 있으면 그 보물을 불러낼

수도 있습니다.

i) 주행동

ATV를 몰 때에는 세 번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한 번의

이동으로 같은 지형이면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다른 지형이면

한 칸만 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의 사진에서 강 지형에 있는 초록색 ATV는

세 번의 이동으로 빨간색 ATV가 있는 모래사장에 도착할 수

있어, 한 차례에 꽤 멀리까지 갈 수 있습니다.

한편, 네 가지 색깔의 큐브 중 하나에 단서 카드를 내려놓고

그 카드에 자기 색깔 토큰을 올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 색깔의

보물을 찾는데 기여하는 동시에 나중에 그 보물의 지분을

주장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손패를 보충합니다.

ii) 보물 불러내기

보물이 묻힌 곳에 나의 ATV가 도착하면, 보물을 불러내는

절차를 밟습니다.

예를 들어, 보물의 위치가 아래 사진의 단서 카드들로

특정되고 빨간색 플레이어가 보물을 불러냈으면, 불러낸

보상으로 아래쪽에 빨간색 토큰을 추가로 놓습니다.

더 아래쪽에 토큰을 놓은 플레이어일수록 기여도가 높은데,

‘토큰 개수+1’장의 보물 카드를 한 장씩 공개해 기여도가 높은

플레이어부터 차례로 가질지 말지 선택하게 됩니다.

가져가기로 하면 그 보물 카드와 함께 자신의 색깔 토큰을

가져가고, 가져가지 않으면 그다음으로 기여도가 높은

플레이어에게 선택권이 넘어갑니다.

보물 카드를 나눠 가지다가 저주 카드가 등장하면 남은 보물

카드는 모두 포기하고, 보물을 기다리던 플레이어들은 저주를

풀기 위해 아뮬렛을 지불해야 합니다.

보물을 나눠 가지고 나면, 석상들이 60도 회전한 뒤 빛을

내뿜어 바닷가에 있는 아뮬렛을 비춥니다.

(3) 게임 끝

보물 카드를 나눠 가지고 나서 카드 더미가 바닥나면 즉시

게임이 끝나고, 갖고 있는 보물 카드에 그려진 금화 개수가

가장 많은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B. 게임 소감

(1) 설명할 게 많은 규칙

이 게임은 긱 웨이트 2.12밖에 안 되는 주제에 설명할 게

많습니다. 지형지물 소개, ATV를 모는 방법, 단서 카드로

보물 위치를 특정하는 방법, 아뮬렛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행동, 보물을 분배하는 절차 등 어렵진 않지만

‘간단한 게임 주제에 뭐가 이렇게 많아?’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말이죠. 예전에 제가 설명할 때,

한 분이 졸다가 자리를 떠셨던 기억이 나네요ㅠ

(2) 보물 분배

규칙 중 핵심은, 기여도에 따라 보물을 분배하는 절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물 카드에 그려진 금화는 두 개에서

여섯 개로, 최대 세 배 차이가 나는 만큼 단순히 기여를

여러 번 하는 것보단 높은 기여도를 가지는 게 중요해지니까요.

(3) 대박 터트리기

기여도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보물의 위치가 어느 정도

특정됐다 싶을 때 아뮬렛을 하나 사용해 한 차례에 단서 카드

두 장을 내려놓는 겁니다. 게다가 이렇게 내려놓은 단서

카드들로 보물의 위치가 특정됐고, 마침 나의 ATV가 거기에

있기까지 한다면 자신의 토큰을 하나 더 내려놓은 채 보물을

불러낼 수 있어, 최고의 기여도로 보물 카드 세 장을 가져가는

대박을 터트리게 되는 겁니다.

(4) 보물은 묻힌 것인가? 묻는 것인가?

그런데, 이런 대박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손에 들고 있는 카드 중에서 보물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두 장을 미리 봐둔 후에, 그 위치로 나의 ATV를 이동시켜두고,

그 다음 차례에 아뮬렛을 하나 사용해 앞에서 찾은 카드

두 장을 내려놓으면, 앞서 말씀드린 대박을 터트릴 수 있게

되는 거죠.

이런 플레이를 통해, 이 게임은 보물이 묻혀있는 곳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거꾸로(!) 나에게 유리한 위치에 보물이

나오도록 논리적인 조작을 가하는 게임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특징은 손패가 4장인 3, 4인플 보다는 손패가 6장인

2인플에서 더 도드라집니다.

(5) 난이도

당연하지만, 이런 플레이는 토바고의 플레이 난이도를 꽤

높입니다. 슬루스를 포함한 다른 소거법 추리 게임에 비해서도

확실히 스트레스가 심한데, 뭐든지 평소와 달리 거꾸로(!)

하면 힘든 법이니까요.

하지만 위의 사진과 같이, 지형의 위아래에 붉은 줄이 그려진

카드들 덕분에 불가능할 정도는 아닙니다. 이 카드는 산으로

연결된 곳 중 가장 넓은 곳에 하얀색 보물이 묻혀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한 장만으로도 보물의 위치가 많이

좁혀지거든요.

(6) 신데렐라가 너무 많아

‘신데렐라가 너무 많아’의 박스 일러

비슷한 느낌의 게임으로 ‘신데렐라가 너무 많아’(Too Many

Cinderellas, 2014년)가 생각나네요. 이 게임은 카드 18장과

토큰 몇 개가 다인 미니멀 게임으로 테마가 정말 잘 살아

있는데...

각 플레이어는 왕궁의 대신이 되어 자신이 데리고 있는

신데렐라 후보 네 명 (카드 네 장) 중 한 명을 신데렐라로

만들기 위해, 루머를 퍼트려 다른 플레이어가 데리고 있는

후보들을 음해합니다.

신데렐라 후보가 되기도 하고, 루머로도 사용되는 카드들

여기서, 루머를 퍼뜨리는 행동이 바로 논리적으로 조작을

가하는 단계라, 토바고와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저는 이 게임을 꽤 플레이했지만 항상 어렵더라구요;

(7) 저주 카드의 역할

토바고로 다시 돌아와...

이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논리적인 조작 때문에 골치

아프지만, 그렇다고 마냥 브레인 버닝으로만 흐르진 않는데,

바로 저주 카드의 존재 때문입니다.

어렵게 대박을 터트렸는데, 저주 카드를 뽑기라도 한다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되면서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큰 기쁨을

주게 되거든요. 표정 관리가 힘들 정도로 말이죠.

이런 운걸기(Push Your Luck) 요소 때문에, 저주 카드가

아직 남아 있으면, 대박을 노리다가도 항상 멈칫하게 되고,

보물 카드를 뽑을 때마다 긴장감이 흐르게 됩니다.

(8) 실종되는 테마

장점 위주로 말씀드렸지만, 도드라지는 단점도 있습니다.

보물을 찾는 것이 아니라, 보물을 묻는다는 점은 브레인 버닝을

요구하고 이 게임을 유니크하게 만들지만, 테마와는 맞지 않아

신나는 탐험을 기대하는 분에게는 실망감을 안겨드릴 수

있거든요.

C. 마무리

토바고도 한때는 뛰어난 구성물로 유명했고, 전략입문게임을

추천할 때 꼭 한 자리 끼던 게임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다소

유치하고 철 지난 전략입문게임으로 저평가받고 있는 거

같습니다. 거의 잊혀진 게임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 게임은 정해진 보물을 찾는 소거법 추리 게임이

아니라, 자신의 ATV가 있는 곳을 보물이 묻힌 곳으로 만드는

게임으로, 다른 디덕션 게임들과는 격이 다른 유니크한

게임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긱웨이트 대비 규칙이 다소 많고, 테마몰입을 방해하는

면이 있긴 하지만, 특히 디덕션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 번 플레이해보시길 추천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 출처를 밝히지 않은 모든 사진은 보드게임긱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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