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후기
어제는 크리스마스였지요.
저녁에 아는 형에게 카톡을 날렸더니,
사람들 몇명과 명절에 친척들 집에 모인 것 마냥 계속 티비만 보고 있다고 합니다.
보드 게임 들고 갈까? - 콜!
전 지금 프리합니다. 
이 형은 보드게임을 같이 하던 사람이지만, 거기 있는 다른 세분이 보드게임을 중학교 때 부르마블이외에는 안 해본 분들이라,
카멜업과 라스베가스를 들고 갔지요.
집에 들어서니 오다가다 여기 저기서 얼굴은 본 사이였던 분들이 계시더군요.
"오빠 보드게임이 뭐에요?ㅋㅋ 난 주루마블 말고는 몰라서.."
"이거 Spiel des Jahres네? 상 받았다는 거지?"
뭐 요런 반응...
그래서 제가...
" 보드게임 요거 쩔어요! 내가 결혼하고 나서 시작한 취미인데, 건전해 뒤짐. 유부남은 건전해야죠. "
라고 설명하며 -_-...
카멜업, 셋팅을 빠르게 하고.
종이동전은 빼고 커스텀리라를 넣었습니다.
종이동전은 돈 같은 느낌이 안 나서.... -_-;;
그 와중에 집주인 형이, "이 카드들 비닐 다 얘가 씌운 거야" 라고 얘기합니다.
- 헐? 대박.
- 이걸 다 잘라서 붙이고 씌웠다고요?
- 아니 이거 다 팔아요 -_-;
- 근데 난 이해 되는데? 에이비형 맨! 예이!
- 레알? 대박이다.
뭔가 유난스러운 느낌이 심하게 나는 게 싫어서 원래는 별 말 안 하는데,
프로텍터를 잘라서 붙이고 -_-;; 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냥 다 판다고~ 얘기는 했지요.
사람들이 과자 먹고 만지거나 하면 뒷면에 기름 묻는데 그걸 또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게임 자체가 재미 없게 된다고 변명 아닌 부연설명을 하면서 쿨럭....
설명은 5분도 안 걸리니까 후딱 설명을 하고요.
시작...!
나름 재미있게 흘러갑니다. 무난하게요.
보드게임을 처음하는 사람과 같이 하다보면, 이 사람이 즐거운지 눈치 아닌 눈치를 보게 되는데,
뭔가 심각하게 하는 사람도, 끝나고 나면 "재밌다~!" 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거..
"이거 재밌어요! 또 해요 또 해요!!!"
"보드게임 건전하네 좋네~!?"
다행입니다. 성공입니다.
그래서 살짝 미끼를 던졌습니다.
"이거 뭔가 걸고 하면 더 재밌어요"
"오 진짜 재밌겠다 뭐 걸까요!"
"맥주 사오기 콜?"
"오 콜콜. 1등 2등 암것도 안 하기"
"3,4,5등이 돈 나누고 맥주 사오기!"
"꼬! 굿굿"
여자애들이라 그런지 아예 저거 다 적어놓고 시작합니다.
확실히 돈 걸고 하면 집중도가 달라요.
주사위 하나에 일희일비하고
내기가 되다보니 룰이 빡세집니다.
우리는 하우스룰로, 자기 차례가 안 됐는데 행동을 하면 -1원,
카멜업의 주사위 굴리는 시스템이 조금 특이한데, 피라미드를 뒤집어 슬라이드를 열어 주사위 하나를 내리는 방식이에요.
가끔 지들끼리 껴서 안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흔들어줘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껴서 안 나오면 그걸로 -1원. -_-; 알아서 잘 흔들고 시작하라는...
나중엔 주사위가 "툭" 떨어지는 소리만 듣게 되지요.
피라미드로 주사위를 쪼는-_- 상황이 계속 나오고...
꺅꺅 거리며 게임합니다.
게임을 몇 판 해보면서 안 건데 커스텀리라를 집어넣으니 아예 지폐돈조차 필요 없더군요.
(원래 종이 동전 말고 종이 지폐도 들어있음)
사람들도 전부 동전으로 하는 게 게임하는 맛이 난다면서,
실제돈으로 하는 건 어떻겠냐고 해보고요.
그렇게 맥주 빵, 치킨빵, 실수시 과자 한봉지 등등 내기가 점점 커집니다 -_-;;;;;;
맥주 마시면서 해서 그런가, 주사위 눈금대로 가야 하는데 막 네칸가려고 하고
사막 타일에 도달하지도 않았는데 지멋대로 사막타일을 지나 뒤로 한칸 가고 -_-;; (누가 봐도 고의는 아니었음. )
사람들이 눈 다 크게 뜨고 지켜보며 사기치지 말라고, 손목 나간다고.
오함마 준비하라고 빵빵 터지면서 했네요.
그렇게 세판인가 했나요,
"저 게임은 뭐에요! 저것도 해봐요 저것도 해봐요!"
다이스 트레이를 꺼내자,
"이 오빠 아이템이 많네 ㅋㅋ 왜 우린 아직 이걸 모르고 살았지?"
"내일도 와요 ㅠㅠ 다른 거 또 뭐 있어요!"
열심히 보드게이머를 만들고 있습니다. 으하하하....
라스베가스 설명 빠르게!
설명도 쉽고 이해도 빠르지만, 아직 동점 주사위 탈락에 대한 감이 별로 없어서, 처음엔 원래 반응이 없어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작하면 달라지죠.
첫라운드는 각자 한 곳씩 몰빵하며 몸을 사립니다.
두번째 라운드부터 조금씩 달라지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니까요. -_-;;;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한 번 질러보고 싶고,
견제도 해야하고, 점점 목소리가 커집니다.
자 이제 살짝 맛을 봤으니, 또 돈을 겁니다. -_-;;;; 하우스여.....
이번엔 1등, 3등이 좋고(돈 안냄) , 2등, 5등이 제일 후진 걸로 -_-;;;;
이제 사람들이 좀 익숙해지니, 훈수를 두기 시작합니다.
사실 말이 훈수지, 그냥 견제에요. 생각 못하게 다들 크게 말하죠.
"3이네!"
"4구만! 4야 4"
"1이네! 뭐함 1안가요?"
사실 저기 중 어딜 가도 다 삽질이라는 거....
사람이 신기한게, 주변에서 다들 막 여기 가라 저기 가라 하다보면 홀린 것마냥 한 번 쯤 이상한데 두게 되지요.
하지만 라스베가스에서 한 번 잘못 놓으면 그 라운드 망하는 경우도 있어요 ㅋㅋ
이 쯤 되면 주사위를 이상하게 굴리는 게 조금씩 보여요.
자 그럼 빡센 룰 들어갑니다.
던져서 다이스 트레이에서 주사위 나가면 주사위 빼기.
굴릴 때 트레이에 동시에 안 굴리고 하나 툭 떨어지거나 했을 때 주사위 빼기
카지노에 걸려고 주사위 집는 순간 그걸로 끝 선택변경불가.
나중에는 카지노에 주사위놓다보면 눈금이 바뀌어놓아질 수도 있는데
그것도 놓다가 옆으로 한칸 굴러 눈금 바뀌면 주사위 버리기 등등 -_-;;;
"아 술이 안 먹힐 수가 없네"
"이래서 도박은 패가망신이야"
이것도 꺅꺅 거리며 게임하다가 보니 결국 사람들이 사야할 맥주는 한짝이 넘어가고 과자는 잔뜩.
"왜 아주 이 집 세탁기 사주기 하지?"
"그르까요 ㅋㅋㅋㅋㅋㅋㅋ"
"스팸 사주기빵 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 받았어요 ㅋㅋ
"오빠 카멜업 한 판만 더해요!"
"괜히 상받은 게 아니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자리는 안 바뀐 상태로 게임을 셋팅하는데 아까랑은 방향을 다르게 놓았습니다.
뭔가 새로운 게임 같다며 또 신나게 한 판.
"오빠 보드게임 또 뭐 있어요! "
"집에 많아 열개 넘엉"
"오빠 집 어디에요 멀어요? 갔다올까"
"ㅋㅋㅋㅋㅋㅋ 내일 해 내일."
이러고 트럼프 꺼내서 또 내기하면서 -_-
새벽 5시까지 원카드 훌라 ..... 새로 배운 티츄같은 왕과똥구녕(?) ㅡㅡ;
열심히 하다 들어갔어요.
내기를 한 게 있어서 또 만나기로 했다는 게 함정...
사람들이 입도 잘 털고 재밌게 게임 하는 걸 보니, 다음은 레지스탕스 쿠-_-와 보난자 뱅 국경에서 모던아트 등등이 생각납니다.
다음에는 이걸 가져가야겠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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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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