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 회사 회의실에서
저는 집에서 회사까지 차로 10~15분 거리에 삽니다.
다른 사람 집에 항상 가기도 여의치 않다보니 새로 찾은 방안이 휴일에 회사의 작은 회의실 가서 하는 것이지요.
취직한지 반년이 좀 넘은데다 부엌에 돈을 많이 써서 (그놈의 북유럽 아일랜드조리대...)
아직 차는 없지만 곧 차를 사게 되면 회사가 제 휴식처가 될 수도 있겠네요 -_-;
예전에 푸에르토리코를 가르쳐놓았던 2명과 차를 가진 친구 한 명을 데리고 회사로 갔지요.
결혼 후 유일한 취미가 보드게임이라고 하며 친구에게 말해놓았더니 언젠가 같이 하자고 했는데 그게 오늘이 되었지요.
저번 주처럼, 푸에르토리코와 모던아트를 가지고 갔어요.
(한 박스에 깔끔하게 들어가서 이것만 가지고 다니면 되다보니 =_+;)
처음부터 푸에르토리코를 꺼내서 설명합니다.
여러 게임을 할 때면 어려운 게임부터 설명해야 하더라고요.
쉬운 게임부터 여러 개 하면 나중에 그냥 체력이 빠져서, 어려운 게임의 룰을 들으려고 하지 않아요. -_-;;
푸에르토리코는 굳이 제가 혼자 다 설명하지 않아도, 룰을 아는 사람이 두 명이 더 있어서 편했네요.
턴이 돌아가는 방식만 설명하고 빠르게 튜토리얼로 넘어갔지요.
입을 털면서 시작됩니다.
푸에르토리코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항상 하는 말이지만,
이게 왜 이주민이냐... 사실상 노예아니냐. =_=;
뭐 그렇게 중요하겠습니까. 게임에 테마를 입히려면, 그 테마에 더 잘 녹아들기 위해서는 역사에 기반한 사실이 가미되면 더 좋은 걸요.
2판을 하고나서도 한 판 더, 한 판 더 를 외치며 4판을 연속으로 했네요.
여러가지 방법으로 다른 사람에게 엿을 먹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부터 푸에르토리코의 재미는 시작되나 봅니다.
이건 사실 전략게임이라고 하는데 저희에겐 입 터는 게임이라서 -_-;;; (사실 하나비 제외 모든 게임이..)
지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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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박소를 가져가는 형에게,
- 숙박소 좀 그만 가져가! 여관 진짜 좋아하네 ㅋㅋㅋㅋ
- 남자는 야놀자지. 숙박업이 쩔어. 망하지 않는 사업이지.
# 이주민을 배에 놓을 때,
- 너무 막 놓지마, 흑인이라고 무시하냐.
- 아니 누워서 쉬라고... 힘들잖아.
# 이주민이 너무 많아 자꾸 놀 때,
- 아, 흑횽들 파티하네 진짜. 좀 빌려줄까?
- 조낸 자애로운 남자네. 니가 유비냐? 직무태만이지.
# 시청이나 요새에서 이주민 놓는 칸이 한 칸인 걸 보고.
- 아니 이렇게 대형건물에서 한 명만 일하면 되는 거야?
-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대체 여기서 노예 흑횽들이 뭐하는데?
- 청소!! 청소가 얼마나 중요한데, 청소 안 하면 건물이 마비되는 거야.
# 광부만 주구장창 가져가는 사람에게,
- (미리 은행에서 돈을 챙겨주며) 가져가. 뭘 고민해. 고민하지 말라고. 어차피 가져갈 거잖아. ㅋㅋ
- 아오. 파독광부인줄?
- ㅋㅋㅋㅋ 국제시장 감명 깊게 봤어?
# 채석장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건물을 구매할 때,
- ㅋㅋㅋㅋㅋㅋ 정찰제 뒤지네. 공정거래위원회여?
- 아니 채석장이 뭔지... 전 들은 적이 없어서 -_- 알고나니까 앞에서 다들 가져가고 없더만요. 안되겠네 진짜 ㅋㅋㅋ
# 옥수수 제외 모든 작물들이 공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 아... 이거 독일 사람이 만들었지?
- 응. ㅋㅋㅋㅋ
- 논리적이여. 토하겠네. ㅋㅋㅋㅋ 여긴 옥수수 다이아로 안 바꿔주냐? 문명은 안 바꿔주면 간디가 쳐들어오던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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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토리코를 처음하는 사람과 하면 느끼는 건데,
두 번째 판에서는 항상 개척자를 골라 채석장을 가져가고,
아니면 건설막을 지어서 채석장을 3~4개까지 가져가면서 게임을 진행합니다.
전 판은 항상 없이 진행하여 모든 가격을 제 돈 주고 샀거든요.
한이 맺혀있어요 =_=a
그리고 사람들이 익숙해짐에 따라 이주민이 몰라서 끝나기보다 건물이 꽉 차거나 승점이 모자라서 끝나게 되고요. :)
게임을 연속으로 많이 돌리다보면 하나 둘 정신줄을 놓게 되고 실수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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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타일을 선택하고 움직이거나 돈을 집기에 멀리 있어 말로만 콜했을 때,
직업타일에 가까이 있는 사람이 직업 위에 올라가 있는 돈을 집어서 말한 사람에게 줘야 하는데
그냥 은행에 아무렇지도 않게 넣어버린다든가 -_-;; (자기가 실수한지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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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가 턴에 두 명만 짓고 다음 사람이 갑자기 생산자를 골라서 두 명은 안 짓고 넘어간다든가.
- (흔하게) 시장 턴에 다 나눠갖고 배에 아무도 안 올려놓는다든가...
이제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푸코를 접해보았으니
슬슬 확장팩을 돌릴 때가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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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아트는 4명보단 저번에 했던 5명이 더 신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열심히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는 게 더 재미를 주네요.
한 명은 열심히 계산하고,
사람들이 눈치를 엄청 보면서 게임을 합니다.
꼭 포커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카운팅을 해야겠다느니, 돈을 다 세면 재미 없어지는 거 아니냐고 하며 혼자 세다가 멘붕오는 사람...
이것도 열심히 입 털면서 하게 되는데 나중에 결국 사람들은 알게 되었죠.
"사는 것보다 파는 게 남는 장사라는 것을"
아무리 10원, 20원 이득보려고 해봐야 비싸게 판 사람이 이득이며 그것을 알게 된 때는 이미 늦었고...
조금씩 조금씩 알아감에 따라 승부욕이 생기며,
조마조마 하면서 경매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재미를 느낍니다.
언젠가부터 보드게임을 구매하지 않게된 게,
수박겉핧기식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이미 집에 있는 게임들 하나 둘 씩 열심히 돌려보며 "숙련자의 재미"를 느껴보려고 하는데,
조금씩 조금씩 게임들의 참맛을 알아가며 지내니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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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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