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커뮤니티에 대한 단상
보드게임커뮤니티에 대한 단상
(보드라이프의 운영에 대한 언급은 안하겠습니다. 이노펀딩을 제가 안해서 그럴지도 ㅎㅎㅎ)
이 이야기의 시작은
보드게임은 매우 불친절한 취미생활이라는 단순한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고작 게임인데, 게임을 제대로 하려면, 튜토리얼도 없고, 텍스트 잔뜩인 지겨운 메뉴얼을 몇번 정독해야 하고, 한두번은 이게 머지? 하는 생각으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고,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실수를 하거나, 룰을 어기면 주변사람에게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나의 문화유적답사기에서 이야기 하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유홍준의 글귀는
보드게임문화를 이야기 함에도 딱 맞아떨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아는 만큼 즐겁다.
이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게임을 즐기기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한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드게임 커뮤니티를 찾게 됩니다.
보드게임을 공부하기 위해서...
그리고 보린이를 벗어나기 까지 단계를 지나 어느정도 보드게임을 전파하는 단계가 되면
보드게임이라는 문화를 설명하고, 알려주는 상황에 부딧치게 됩니다.
그래서 보드게임 리뷰도, 보드게임 유튜브 영상들도 보드게임을 소개하고 설명하고 알려주는 이야기로 전달되게 되죠...
대부분 할리갈리, 젠가로 시작해서 카탄, 스플랜더를 지나 하드한 보드게임을 진행하는 단계까지
알게 모르게 학습과 학습이 반복되어 왔던 것이죠.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보드게이머들은 기본적으로 단순히 물품을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대상을 학습하는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보드게임 커뮤니티는 다른 게임이나 취미 온라인커뮤니티와는 많이 다릅니다.
거기에 실제로 얼굴을 맞데고 게임을 해야 하는 보드게임의 특성이 반영되다보니
남초커뮤니티임에도 불구하고
욕설이 없고, 상호존중하고, 논쟁을 적절히 회피하고, 논쟁을 할꺼면 장문의 글도 어렵지 않게 쓰는 등
(마땅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극히 어른스러운, 학회나 교사 커뮤니티와 비슷해보입니다.
어쩌면... 어른스러운척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대부분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보드게임커뮤니티보다 가볍죠.
익명성을 즐기고, 반말을 찍찍 하는... 의사소통보다는 배설에 가까운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해
자유로운 것이 상당수의 온라인 커뮤니티니까요...
얼마전에 디시인사이드 부루마블갤러리를 처음들어가보고 나서는 좀 놀랬습니다.
제가 알던 보드게임 커뮤니티와는 다른 게시판이었습니다.
반말을 찍찍... 대충 아무렇게나 글을 쓰는
어쩌면, 보드게임이 예전보다 훨씬 더 대중화된 지금이기에
당연히 찾아온 문화일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그들이 소비하는 보드게임이 그저 할리갈리 젠가가 아니고,
최신에 나온 어려운 전략게임도 쉽게 즐기고 있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보드라이프가 글이 리젠이 안된다고, 보드라이프가 힘이 없어졌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드라이프가 가지는 누적된 콘텐츠, 활용성 등은 그대로고
오랫동안 유지된 커뮤니티내의 문화가 색깔을 띠게되면서
그 색깔이 불편한 사람이 다른 커뮤니티를 찾아떠난다... 그 정도이지 않을까 하네요.
다른 색의 보드게임커뮤니티가 있다면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결국 보드게임 자료를 찾고, 최신 정보를 찾기위해서 보드라이프를 찾을테니까요...
보드게임이라는 취미생활은 공부를 해야하는 취미생활이니까요.
예전에 보드게임 동호회(만남의 장은)는 다음카페, 네이버카페, 네이트 클럽이 주요 플랫폼이였고
그때도 보드게임 자료를 찾기위해선 다이브다이스나 펑그리얌님등 네임드 유저의 블로그에 의존해야 했고
지금은 만남의 장은 소모임이 그 자리를 차지한 지금
보드라이프라는 통합플랫폼이 자리잡았음에도, 다이브다이스나, 네임드유저의 블로그 등은 여전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고
결국 보드게임 인구가 늘어난 지금은 그 영향력은 더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