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꾼들의 아버지
사적인 모임 카페에 올린 글을 조금 수정해 이 곳에도 올려봅니다.
케일러스는 일꾼 놓기 게임의 선구자로 알려진 작품입니다.
2005년 발표되어 해당 년도 에센페어차트 1위, 긱순위는 3위까지 올랐었고
1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긱순위 전체21위, 전략16위의 상위권에 랭크되어있죠.
단지 일꾼 놓기의 시조라서 긱 상위권에 있는건 아닐 거라 생각해서 한번 구입해봤습니다.
오랜 세월 꾸준히 팔린만큼 판본이 여럿되는데
1판, 2판, 프리미엄판에 이어 3판까지 나온 상태입니다.
(이미지 출처: 보드게임긱)
박스케이스는 2판때의 것이 가장 널리 알려져있는 듯하네요.
(이미지 출처: 보드게임긱)
13세기 프랑스의 왕 필립4세가 케일러스 지방에 자신의 성을 건설하는 것을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
전 3판을 구입했구요...
3판 케이스에는 필립4세 양옆에 두 명의 인물이 더 묘사되어 있습니다.
룰을 익히고 나면 이들이 누군지 알 수 있죠.
구성물은 매우 단촐합니다. 브래스를 구입했을 때랑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이 겜 구매를 꺼렸던 이유들가 몇가지 있었습니다.
오래된 게임이란 점,
자주 품절되던 점 등등이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컴포넌트 색상이 넘 촌스럽다는 것이었죠
아래 프리미엄판 보드는 중세시대의 고풍스런 이미지가 다른 판본보다 훨씬 낫지만
(이미지 출처: 나무 위키)
문제는 프리미엄판은 중고 매물이 올라오지 않는 한 구할데가 없다는 것ㅠㅠ
아쉽지만 3판을 구매할 수 밖에 없었죠.
근데 막상 직접 살펴보았더니 보드 자체 디자인은 괜찮더군요...
문제는 건물 타일!!!
엑셀이나 한글에서 표 그려보신 분은 알겠지만
바탕색을 대충 그라데이션으로 넣으면 촌스럽게 되기 쉬운데
이 겜의 건물 타일 배경이 그러했던 것입니다....
망할 건물이 전체 이미지를 좀먹고 있었던 거죠...
건물 유형은 총 5가지이고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주색 중립건물
소유자가 없는 건물. 세팅때 모두 배치됨
-갈색 목조건물 / 회색 석조건물
향상된 액션을 제공하는 건물들
-초록색 주거지
수입 늘려주는 기능을 하고 특수건물의 베이스가 됨. 이미 건설한 기존 건물 위에 덮어 지을 수만 있음
-파란색 기념비
많은 승점을 주는 건물들. 초록색 주거지에만 덮어 지을 수 있음
타일로 구성된 건물 외에도 메인보드에 박혀있는 특수/기본건물들이 있습니다.
자원은 총 6가지..
대충 게임에서 사용되는 빈도는 돈>음식>나무>돌>옷감>금 순이고
가치는 금>음식=나무=돌=옷감>돈 순서입니다.
개인에게 주어지는 컴포넌트도 매우 단순합니다.
일꾼과 소유권 표시용 목재토큰이 전부..
게임은 건물칸(액션공간)에 있는
큰 하얀색 원기둥=집행관이 턴마다 조금씩 전진하다
피니쉬라인에 도착할때까지 진행됩니다.
집행관이 전진한 위치마다 플레이어들이 건설해야하는 성의 구역이 달라집니다.
일종의 시대 구분 개념이라고 볼 수 있죠.
성은 지하감옥/성벽/탑으로 구분되며
승점과 부수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주요 루트가 됩니다.
아래 사진은 게임 종료 후 각 플레이어가 성 건설에 기여한 상태의 예시
성 건설에 기여를 많이 하면 왕으로 부터 총애를 받는데
총애는 4가지 테크로 표현되며 올릴 수록 높은 혜택을 받습니다.
총애는 촐킨의 기술 발전과 유사하나
촐킨 기술이 액션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패시브라면
케일러스의 총애는 그냥 순간순간 받는 1회성 혜택입니다.
총애의 혜택은 1회성이긴 하나 높은 단계로 갈 수록 큰 혜택을 받기 때문에
4가지 유형마다 테크를 탄다는 느낌이 듭니다.
건물은 짓는 것만으로도 승점을 주며, 그 건물위에 일꾼을 올려놓는 것으로 건물에 부여된 액션이 수행됩니다.
일꾼은 놓일 때 액션이 수행되는게 아니라 촐킨이나 도미넌트스피시즈처럼 일꾼이 회수될 때 수행되죠.
전 일꾼 놓기를 스톤에이지에서 처음 접했고 이어 아그리콜라를 했었기 때문에
르아브르에서 건물을 지어가면서 액션의 가짓 수를 늘리고
다른 이의 건물을 사용하면서 사용료를 낸다는 개념이 신선하다 느껴졌었는데요..
알고보니 케일러스때부터 이미 시작된 것이었네요.
또한 특정 액션에는
훗날 도미넌트시피시즈 → 촐킨으로 발전하게 될
다음 턴을 대비해 일꾼 미리 놓아두기...요소 까지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자식이 할 일들을 이미 다 해두셨던 아버지 -ㅁ- !!
많은 일꾼놓기 게임이 케일러스로부터 시작됐지만
그런만큼 케일러스 때는 없었던 요소도 있긴 합니다.
일꾼 늘리기와 그에 파생되는 규칙(일꾼 먹여살리기)가 없다는 것이 그 예.
(그런면에서 아콜은 일꾼놓기 게임을 한단계 발전시킨 기념비같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러나 이후 게임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요소도 있는데
바로 다른 플레이어의 액션 수행을 무효화 시키는 보좌관이라는 존재입니다.
전에 언급했듯 이 게임에는 집행관이라는 존재가 액션칸에서 전진해가면서 시대 흐름을 결정합니다.
보좌관은 집행관을 따라다니면서 액션이 활성화되는 범위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보좌관이란 놈은 매수가 가능해서 플레이어가 돈을 쥐어주면 위치를 옮길 수 있습니다.
1등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플레이어들이 단합해서 보좌관을 뒤로 물리면
보좌관보다 앞서 있는 일꾼은 아무 일도 못하고 귀환합니다.
일꾼 놓기 게임에서 담합으로 한 플레이어를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은 처음 봅니다.
물론 이런 플레이가 가능한 경우는 흔치는 않고 여건이 맞아야 발생할 수 있겠지만
이후 파생된 수많은 일꾼놓기 게임들 틈에서 이 게임만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게 해준 장치라고 봅니다.
원기옥 모으듯 여러 세력이 힘을 합쳐야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인만큼
플레이어가 많을 때 빛을 발하겠죠?
또한 보좌관을 집행관보다 앞쪽으로 전진시켜두면 집행관의 이동속도가 빨라지는데
여기서는 촐킨의 태엽 한단계 더 감기의 스멜이 납니다.
정보는 완전공개로 랜덤성은 제로.
(초기 타일 세팅이 조금씩 바뀌긴하나 영향력은 눈꼽보다도 크지 않음)
플레이어간의 상호작용만이 유일한 랜덤요소이지만
푸코처럼 퍽퍽한 게임은 아닙니다.
룰 외에 파악해야 할 정보들로는 각 총애 효과와 건물들의 기능이 있는데
한판만 돌려보면 감이 옵니다. 익숙해지는데 그리 시간 걸리지 않습니다.
플레이 시간은 한두시간 남짓..
리플성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모르겠네요.
3인 자폐플을 마친 모습.
3명(???)의 플레이어가 각기 다른 스타일로 플레이하며 업치락 뒤치락했습니다.
하이라이트는 초록플레이어가 기념물 건설로 막판 대 반전을 노리던 상황에서
빨강플레이가 기념물액션 선점+집행관 빨리 이동시키기로 1등을 유지한채 게임을 끝내버린 것!
파랑이 막판 탑 건설에 많이 투자하여 초록과 순서 역전하여 2등은 했습니다.
초록은 예상보다 게임이 빨리 끝나 기념물 못짓고 잉여자원을 많이 남긴 채 꼴등 ㅠㅠ
단순한 구성물과 간단한 규칙에
이걸 가지고 얼마나 전략적인 게임이 되겠냐 싶었는데
한번 테플을 돌려보니
비주얼만 빼면 그냥 요새 나오는 게임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순위값하는 작품이란걸 알 수 있었습니다.무엇보다 일꾼 놓기 시스템이라는게 시작부터 이정도의 완성을 이룬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놀라웠구요
심한 과장을 끼얹는다면 르아브르와 촐킨은
케일러스가 그려놓은 틀안에서 놀고 있는 게임이다-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전략적인 고민거리는 두 작품에 비해서 단순한 편이긴 합니다.)
그냥 일꾼게임의 시조라고만 표현하기엔 부족한
명성에 걸맞는 수작이라고 평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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