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처음 하는 사람들 데려다 게임하기
여러 사람들과 게임을 하다보니 느낀 점이 있습니다.
파티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전략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간단하지만, 게임을 할 사람을 모을 때 꽤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설명을 했을 때 ㅇ_ㅇ... 하는 표정으로 아예 이해를 못 하는(안 하려고) 사람이 있고,
게이머의 기질이 있는지, 금방 응용하고 빠릿빠릿하게 알아듣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사람을 모을 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번엔 푸에르토리코 와 모던아트, 5인플레이가 하고 싶었습니다.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죠.
머리 좀 돌아가는 사람, 입 좀 잘 터는 사람.
사실 찾아보면 몇 명 있습니다, 보드게임의 세계로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요.
그런데 이번엔 많이들 바쁘네요. 시험, 부활절 휴일 등등이 겹치거든요.
그래도 어찌어찌 세 명을 모으고, 마지막 한 명은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한 명 불렀지요.
그에 대해 아는 건 LOL 랭킹이 좀 높다는 것 정도...
(랭킹이 높으면 그래도 승부욕 좀 있고 전략 게임 좀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_-;;)
흥미를 잃을까봐 조금씩 조금씩 칭찬하며 똑똑하게 플레이하는 듯 싶더니 중반 쯤 되어선 게임을 끝내버리려고만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내기를 하면 잘 할 것 같습니다. ㅋㅋ
뭐 어쨌든...
처음에 꺼낸 건 푸에르토리코지요.
설명이야 생각보다 오래걸리진 않았고, 사람들도 금방 이해했고 튜토리얼을 돌렸기 때문에 문제 없었습니다.
다들 처음이니만큼, 큰 생각 없이 직업을 잡다보니 이주민이 부족해서 게임이 끝났고,
게임 배경설명을 하다보니, 역시 왜 다 흑인이냐는 얘기가 나오고,
나중엔 섬의 주인이 된 듯, 흑횽들 다 놀고 있다는 둥,
노예 빨리 데려오라는 둥, 가볍게 입을 털며 진행이 되었습니다.
한 명은 다음 판에 바로 옥수수선적러쉬를 생각해냈고,
한 명은 건물러쉬를 하려다 실패하고,
다른 한 명은 생산왕이 되겠다며 생산하려다 옥수수 선적에 밀려 자꾸 물건들을 썩히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낀 사람은 이도 저도 못하긴 했지만 자리 탓이려니 하며 나름 재밌게 했지요.
예전에 파티게임만 돌리다 전략게임을 설명하려니,
사람들이 지쳐서 룰 설명을 듣기 힘들어해서, 일부러 푸코부터 꺼냈습니다.
이제 주변 사람들이 거의 다 푸코를 할 줄 아니까, 사람 모으긴 쉬워졌네요 :)
아내가 허락만 해준다면야... (...)
"오빠 나 한국 가서 쉬다 와도 돼?"
"응 그럼~ 다녀와." (제발 다녀와 ㅠㅠ)
"에이, 어떻게 그래... 나 없으면 울 거잖아."
"아냐~ 괜찮아 괜찮아, 내 걱정 하지 말고 다녀와."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냐, 나 없으면 오빠 힘들테니까 그냥 있을게"
"아하하.. 난 원래 외로움 타는 스타일 아닌데..." (...갓댐... 다녀오라고 너무 적극적으로 그러면 의심하겠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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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아트.
다음으로 꺼낸 게임은 모던아트.
저도 사실 처음 해봅니다. 기회가 자꾸 안 됐었거든요.
룰을 열심히 다시 읽어보고 했는데요.
미니 이젤도 있고, 그림들도 이쁘다보니, 사람들이 훅-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가림판은 만들지 않아서, 국경에서에서 쓰이는 가방으로 대신합니다.
제가 굳이 처음부터 입을 안 털어도,
먼저 나서서,
"이 그림으로 말할 것 같으면,
고흐가 사랑하는 여자를 생각하며 그린 그림인데..."
"처음 보는 그림인데?"
"그치? 보통 사람들이 아는 그림은, 유명하고,
이런 비싼 건, 니네같은 서민은 몰라. 이런 건 돈 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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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고 사세요, 이게 가치가 있는 거야."
"어떻게 될지 모르짆아?"
"다른 사람이 더블을 내는 순간 1위가 되고 누적가치가 60만이 되는 거라고!"
"에이.. 안 살래"
"그럼 내가 사지 뭐"
"잠깐, 내가 살게"
"늦었어. 내가 살 거임. ㅋㅋㅋ"
"에이, 하나 둘 셋 안 했잖아. 팔아 팔아."
"좋은 가격에 잘 사는 거야" (못이기는 척 주며)
(호갱님 또 오세요~)
"뭔가 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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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쿠, 김사장님, 좀 더 쓰세요. 클림트 키스잖아요. 이거 몰라요 이거?" (고개를 꺾으며)
"엣헴... 내가 사실 이 작가의 카드를 세 장 갖고 있는데, 1등으로 만들 거거든. 그러니 딱 20에 줘."
"25. 딜"
"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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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익숙하지 않다보니, 재미있는 상황도 있었는데요.
1라운드에 1등한 그림이,
2라운드에서도 1등이 거의 확실시 된 상황에서, 더블 경매로 그 그림이 두 장 나왔습니다.
그리고 고정가격 경매였죠.
그림을 낸 사람이 당당하게, 60을 부릅니다.
30+30 이니 장당 60인데, 더블로 낸 그림을 60에 책정해서 부릅니다.
사실 더블로 그림을 살 경우, 취하는 그림이 두 장이고, 팔 땐 장 당 가격을 받으니 아무리 봐도 60 보다 높은 가치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근데 너무 당당하게 60을 부르다보니 사람들이 착각에 빠져서
"뭐야... 사도 본전이네?"
라는 생각을 하곤 패스 패스 패스 하다가, 마지막 사람이...
"근데 이상한게.. 저거 1라운드 가치도 합산 되고, 더블이니까 장당 60이고 이거 사고 1등하면 60씩 이득 아냐?, 내가 잘못 생각 한거야?"
정적....
"내가 살게!!!!!!"
"나 나 , 내가 아까 사실 산다그랬는데 잘못 말함!"
"여기 돈돈, 돈부터 줌. 딜?"
왁자지껄...-_-;
하지만 룰은 룰이니, 패스한 사람은 치우고, 마지막 사람이 사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사람까지 패스 했다면, 경매에 내놓은 사람은 완전 꿀이었겠네요.
모던아트의 함정인, 열심히 그림을 싸게 사는 사람보다,
그림을 잘 파는 사람이 1등하기 쉽다는 걸 사람들이 이해하기까지,
2 판이 걸렸습니다.
시간은 생각보다 금방 갔고,
가정이 있는 사람들도 있어서 저녁을 먹으러 가야 하다보니..
아쉽게도 그만했어야 했네요.
사람들이 경매를 참 재밌어 하네요.
"이 그림, 클림트의 유디트와 키스입니다.
다들 아시죠? 이거 모르면 경매 참여도 하지 마세요.
이거 깔끔하게, 양심에 맡기고 불러주세요. 자유 경매 갑니다."
"와... 이거 진짜 갖고 싶었던 건데, 이거 대박인데? 그럼 난 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에이, 이 사람들 참. 그럼 난 3"
어차피 40 이상에 팔릴 걸 알지만 눈치 게임마냥 헛소리도 해보고...
말하면서 재밌게 할 수 있는 상황이 많이 나오네요.
다행입니다. 재미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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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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