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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02] 하드코어 보드게이머는 태어나는 걸까요? 아니면 만들어지는걸까요?
보드게임 좋아하시는 분들은 비 보드게이머를 보드 게임 세계에 입문시키기 위해서 정말 철저하게 계획을 짜고 파티 게임부터 천천히 단계를 밟아가면서 어려운 게임을 소개시켜 주시려고 노력하잖아요.
저도 얼마전에 보드게임을 거의 접해보지 못한 여자분에게 전파를 할 일이 생겨서 무슨 게임을 가져갈지 고민고민 하다가 바퀴벌레 포커와 딕싯 그리고 파워그리드를 준비했습니다. 게임이 끝나고 소감을 물어보니까 파워그리드가 제일 재밌었다고 하더라구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다음 모임에서는 아그리콜라를 내밀어 봤습니다. 밥 먹이기 어려워 하면서도 틈틈히 선도 뺏어오고 남이 필요할 것 같은 것도 견제로 미리 뺏어오는걸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가족룰로 게임 했었는데, 직업과 보조설비가 있다는 말에 눈을 반짝이면서 다음에는 자기 집에서 같이 하자고 하더군요.
반면에 보드게임을 꽤 많이 사고 플레이하는 한 지인분의 여자친구는 그 지인분과 꽤 많이 같이 게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전략게임에는 적응을 잘 못하고 룰도 이해를 잘 못하더라구요. 어려운 보드게임에는 별로 재미를 못 느끼지만 남자친구를 위해서 해주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이 분도 보드게임을 다 싫어하는건 아니고 미니빌, 라스베가스 같은 가벼운 파티 게임은 재밌게 했습니다.
두 사례를 보면서 문득 보톡스에서 거만이님이 하셨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덕후는 처음부터 덕후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는거라고. 진짜 그렇다면 차라리 파티게임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보다 난이도가 좀 있는 게임을 바로 들이밀면서 덕후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해보면 "이 사람이 나중에 나와 메이지 나이트를 돌려줄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매번 모임에서 서서히 게임 난이도를 높이는 시간을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제 상황이
1. 다른 사람들과 보드게임을 해도 거의 내가 가진 몇 개 안되는 게임만을 가지고 해야한다.
2. 내가 살 수 있는 게임은 나의 주 보드게임 파트너인 아내와 2인플이 가능해야한다.
3. 아내가 가벼운 게임에는 재미를 붙이지 못한다.
4. 고로 파티 게임은 거의 없다.
이라서 가볍게 웃고 떠들면서 파티게임만 할 사람은 끌어들이기가 힘들더라구요. 외국에 살고 있어서 보드게이머로 끌어들일만한 인재풀(?)이 매우 좁은데, 한명 한명을 소중히 생각하면서 천천히 끌어들이도록 노력해야할까요? 아니면 어려운 게임도 막 들이대면서 덕후 유전자가 발현하는지 알아보고 발현 안하면 빨리 포기하는게 좋을까요? 사실 정답은 제가 외국인들 모임에 어떻게든 나가보는건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네요.
비 보드게이머들을 끌어들여본 경험이 많은 보라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보드게이머는 태어나는걸까요? 아니면 키워지는(?) 걸까요? 물론 "사람마다 다르다"는 언제나 통용 가능한 정답도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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