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료들과 진행한 보드게임 모임 후기입니다. (9~12차)

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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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 오후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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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올해 3월부터 회사 동료들과 보드게임 모임을 진행중인 라쓰입니다.

지난 7월부터 9월말까지 총 4번의 모임을 더 진행하였고, 오늘은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밀린 후기들을 적어보려 합니다.

* 지난 3~4월 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40481&id=&tb=board_community&game_category=

* 지난 5월 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17763&id=&tb=community_post&game_category=

* 지난 5~7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18058&id=&tb=community_post&game_category=

8월 1일 일요일.

이날은 원멤버 고씨, 임씨, 옥씨와 함께 집주인 이씨까지 4명이 모였습니다.

모임의 목적은 아픈 왕비를 위한 4명의 신하들의 땅 가꾸기. 레거시 게임 퀸즈데일을 끝장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퀸즈데일만 플레이 했는데... 엔딩을 보려면 적어도 온전히 하루정도는 더 필요해 보입니다.

퀸즈데일은 정말 쉽고 재밌지만 시작멤버 4명이 자주 모일수 없다면 결코 추천하지 못하겠네요.

퀸즈데일은 스포성 내용이 많아 자세히 적지 않겠습니다.

오후 3시 이후 임씨가 약속이 있다며 먼저 일어났습니다.

아직 모임을 끝내기엔 이른 시각이라, 3인 게임을 고르던중 고씨가 퀭한 눈빛으로 부탁했습니다.

"저... 어제 친구 결혼식전 모임으로 지방갔다가 밤새 술먹고 올라와서 지금 멘탈이 정상이 아니에요. 이씨 쉬운거로 부탁해요.

"아! 그래요. 그러면 적당히 쉬운 이거지. 어렵지 않으니 좀만 힘내요."

고전 PC게임 대항해시대를 너무 싸랑하는 제 마음을 담아 네비가도르를 꺼냈습니다.

"대항해시대 해봤죠?"

"아니요... 그게 뭔가요?"

"...? 나이가 젊어서 그런가... 옥씨는 해봤죠?"

"그럼요~. 대항해시대는 쓰리가 제일 명작이죠."

"무슨 소리십니까 ㅎㅎ 쓰리보다 포죠!"

네비가도르는 론델시스템이라고 동그란 원 안에 마커를 이동하며 하고싶은 행동들을 선택하며 진행됩니다.

보통 누군가 나가사키까지 도달하면 종료 조건이 되는데, 점수를 낼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하여 서로 겹치지 않도록 눈치싸움 하는 묘미가 있습니다.

게임 초반부터 소금에 모든걸 올인한 옥씨는 탐험도 버리고 교회와 공장에 몰빵하더군요.

퀭한 눈빛으로 난감해 하던 고씨도 얼마안가 익숙하게 플레이를 진행하며 탐험점수를 차지해 나갔습니다.

저는 식민지와 조선소에 몰빵했는데 눈치싸움이 먹혔는지 옥씨를 근소하게 이기고 우승했네요.

"고씨 어때요. 재밌죠?"

"와 이거 엄청 재밌네요! 이씨 게임 선택이 탁월했어요. 사실 게임 초반에는 좀 어려워서 원망했어요 ㅋㅋ. 근데 좀 하니 어렵지 않네요."

"대항해시대는 전투가 꿀잼인데. 여기엔 전투가 빠져서 그게 좀 아쉽네요."

"역시 사이어인 옥! 빌런씨이십니다. ㅎㅎ"

퀭한 눈빛으로 "한판 더!"를 외치는 고씨를 달래며, 이날 모임은 깜끔하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8월 16일. 월요일(회사 대체 휴일)

이날도 퀸즈데일을 끝내기 위해 원멤버 이씨, 고씨, 옥씨, 임씨 4명이 모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모임 전날 밤 고씨에게서 결혼 준비로 참석이 불가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침 9시. 옥씨가 좀 늦게 도착한다고 연락을 받아 임씨와 2인 게임을 먼저 시작했습니다.

최고의 2인 심리전 카드게임. 지킬 vs. 하이드입니다.

서로 카드 한장씩 내서 높은 숫자를 낸 사람이 카드를 따가는데, 라운드가 끝났을 때 서로 가지고 있는 카드쌍의 차이만큼 하이드쪽으로 마커가 움직입니다.

3라운드를 진행해서 하이드쪽 끝까지 도달하면 하이드 승리. 버텨냈다면 지킬 승리입니다.

"임씨, 지킬은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균형을 중시해요. 하이드는 균형이 무너져야 해요."

"와 이거 카드 몇장이 다인데, 컨셉을 엄청 잘 살렸네요. 정말 잘 만들었다!"

임씨와 심리전을 몇판 벌이던 사이 옥씨가 도착했습니다.

"오! 이건 뭔가요?"

"옥씨 앉아보시죠. 지킬 vs. 하이드란 게임입니다."

보면 볼수록 얼마 안되는 구성물에 게임이 정말 재밌었습니다. 임씨와 옥씨가 몇판을 진행하고 난 후 다음 게임으로 넘어갔습니다.

다음으로 꺼낸 게임은 티펜탈의 선술집입니다.

모임 초기때부터 제가 "울 와이프의 원픽" 으로 소개를 많이 해서 다들 기대가 높은 게임이었습니다.

각자 주사위 4개씩을 굴려 하나씩 갖고 다른 사람에게 넘깁니다. 이걸 4번 반복하여 얻은 주사위 4개를 얻게 되는데, 주사위를 맞는 칸에 놓고 행동합니다.

총 8라운드 동안 돈을 벌고 맥주를 생산하며, 종업원을 고용하고 더 좋은 손님을 모시게 되는 술집 운영 덱빌딩 게임입니다.

게임 진행이 어렵지 않고 적절하게 운적인 요소와 전략적 요소가 섞여 있습니다.

첫 게임은 1시간 정도로 옥씨가 큰 점수를 내며 이겼습니다.

"와 이거 올 때마다 해보고 싶었는데! 너무 재밌다."

"이건 플레이 타임이 좀 짧네요. 어서 리셋 고고!"

오전에 티펜탈의 선술집만 두 판을 연달아 했습니다.

식사 후 오후에는 오랜만에 테라포밍 마스를 꺼냈습니다. 모임 초기부터 워낙 많이 돌린 게임이라 이제는 다들 고인물이 되어가나 봅니다.

몇달만에 꺼낸듯 한데, 다들 어려움 없이 빠르게 진행했습니다. 오후 3시경 테포마가 끝나자마자 임씨와 옥씨가 정리하며 말합니다.

"우리 아까 했던 티펜탈 한번 더 하면 안될까요?"

"맞아요. 자꾸 생각납니다."

"그러시죠 ㅎㅎ"

티펜탈의 선술집을 다시 꺼내 두 판을 더 연달아 진행한 후에야 모임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이날 티펜탈만 4판을 했네요. 게임이 끝난 후 임씨는 결국 중고 장터를 뒤져 티펜탈의 선술집을 구매했습니다.

아! 그리고 헤어지기 전 임씨에게 여자친구와 같이 해보라며 "지킬vs.하이드"를 빌려주었습니다.

9월 5일. 일요일.

원 멤버 4명 모이기란 정말 힘들더군요. 이번엔 옥씨가 개인적 사정으로 참석이 불가했습니다.

이씨, 고씨, 임씨와 함께 옥씨대신 양씨가 참석하며, 4명이서 아침 9시에 모였습니다.

"이씨 지킬vs.하이드 재밌게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괜찮았어요? ㅎㅎ"

"저보다 여자친구가 더 잘하던데요! 엄지척입니다."

"만족스럽군요. 자 다들 모이시죠. 오늘 할 게임은 조금 난이도가 있어요."

오늘은 얼마전에 배송 온 알케미스트를 꺼냈습니다.

테마는 연금술로 2가지 재료를 섞어 물약을 만들고 재료의 성분을 알아내 논문을 쓰고 명성을 얻는 게임입니다.

재밌는 부분은 재료 2가지를 섞어 물약을 만드는 과정이 핸드폰 어플을 사용하여 진행되더군요. 물약 생성 법칙과 게임 룰을 설명하는데 1시간 정도로 조금 오래걸렸습니다. 게임은 초플이지만 바로 마스터 규칙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자! 다들 핸드폰 어플 준비해 주시구요. 띠리리링~!"

"와 이거 진짜 장난 아니다. 정말 재밌다."

"이거 작가 천재 아닙니까?!"

게임하는 내내 고씨는 재밌다고 감탄을 연신 뱉어 내더군요. 양씨는 OMR 답안지?를 잘못 썼다며 한장만 더! 를 몇번이나 외쳤습니다.

사실 알케미스트에는 추리만 있는것이 아닌 블러핑 요소가 다분히 커서 혼동을 일으키기 좋습니다.

"응? 잠깐만... 이씨... 이분 알고 쓰는 논문인건 맞아요? ㅋㅋ"

"악!! OMR 답안지 한장만 더 주시면 안될까요?"

"으... 저도 한장 더 주세요..."

"답안지들 얼마든 더 가져가시구요. 고씨 반박 할 수 있으면 해 보시죠 ㅎㅎ"

그렇습니다. 분명 잘못된 논문인 걸 눈치채도 반박하려면 어떤 어떤 재료를 섞어서 절대 그 물약은 안나온다는걸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죠.

다들 어려움에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표정은 희열로 가득차 웃고 있더군요. 오늘 지적 변태 양성소를 연 느낌이었습니다.

게임 중간에 식사가 배달 오고, 다들 보안이 생명이라며 개인판을 가리기 바빴습니다. ㅋㅋ

게임 두판을 연달아 하며 한판은 제가 우승하고, 다음판은 고씨의 역전승이 나왔습니다.

게임이 끝나고 나서도 여운이 꽤 오래가더군요.

다들 이건 이전까지 했던 보드게임들과는 좀 다르다며 각자가 느낀 알케미스트의 장점을 토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알케미스트 찬양이 무르익어갈 때즘 지난 모임때 즐겼던 티펜탈의 선술집을 다시 꺼냈습니다.

게임을 꺼내자마자 바로 임씨의 티펜탈 찬양이 이어집니다.

"고씨 이거 대박 재밌어요. 저 중고로 이거 샀어요!"

"와 그렇지 않아도 이씨 집 올때마다 이거 해보고 싶었어요."

"오 이건 맥주랑 양주 컴포가 이쁘네요."

알케미스트에 이어 티펜탈의 선술집도 감탄을 자아내며 2판을 연달아 진행했습니다. 이미 검증되었던 게임이기에 재미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다음 모임은 추석 끝나고 일정을 잡기로 하고 다들 기분좋게 헤어졌습니다.

9월 24일. 금요일.

이날은 추석 이후 징검다리 권장휴일로 별다른 일이 없다면 고씨, 임씨, 양씨와 옥씨까지 5인이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다들 얀센백신 접종자로 6인까지 모임이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오전에 양씨가 일이 생겨 오후에 합류하기로 했고 옥씨는 건강검진 이후 배가 아파 쉬기로 했습니다. 결국 오전에는 집주인 이씨와 함께 고씨, 임씨 3명이 모였습니다.

이날 꺼낸 게임은 얼마 전 배송 받은 사이드였습니다. 생각보다 게임 룰이 어렵지 않은 영향력 게임입니다.

사이드는 풀업그레이드, 메카 4개생산, 건물 4개건설 등 10가지 업적 항목 중에 누군가 6가지를 달성하면 게임이 종료되고 돈을 가장 많이 번 사람이 승리합니다.

3인이서 진행하니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전투가 벌어지지는 않지만 서로 으르렁 대는 느낌은 살아 있습니다.

오전중에 3인으로 서로 나라를 바꿔가며 2판을 진행했고 게임은 개인 취향을 좀 타는듯 합니다.

"아... 실수했네. 임씨랑 고씨가 붙어있어서 둘이 싸울줄 알았더니 터널 타고 나에게 올 줄 몰랐네요."

"전투력이 가장 낮더라구요 ㅋㅋ"

"게임이 생긴거는 복잡하게 생겼는데 하나도 안 어렵네요. 저는 슬슬 팩토리 털러 갈 겁니다."

오전이 후다닥 지나가고 2시반즘 양씨가 도착했습니다.

"오오 이건가요! 저 이거하러 한시간 반 걸려서 왔습니다!!!"

"어서 4인 가시죠."

양씨가 합류하고 4인이서 사이드를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3인때와는 다르더군요. 좁은 땅에 부대끼면서 전투가 더 활발히 벌어지고 긴장감이 넘칩니다.

빨간색 소련?국가를 잡은 양씨가 보라색 일본?국가를 잡은 고씨에게 쳐들어가며 외칩니다.

"러일전쟁이네유!"

"호오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까만색 독일? 맡은 이씨도 조심해야해요. 둘이 싸우고 나면 이씨 들어올거 같아요 ㅋ"

사이드는 4인 이상에서만 꺼내야겠네요. 너무 재밌었습니다. 생각보다 자신의 차례가 빠르게 돌아오고 서로 앞다투어 업적을 올리는 것을 보면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흥미진진하단 말을 몇번씩 내뱉으며 플레이 하다 고씨가 마지막 전쟁에서 승리하며 게임이 끝났습니다.

오후 5시경 임씨는 저녁 약속이 있어 먼저 일어서고, 그 후로 3인이서 한번 더 돌렸지만 역시 4인 플레이때의 임팩트가 나오지 않더군요.

이 날도 왁자지껄하게 웃고 즐기다 기분좋게 마무리 지은 후 점수판을 살펴보니, 4번의 게임 모두 고씨가 우승했네요. 이분은 정말 프로게이머시네...

다음 모임은 10월 말에 듄이 개봉된 후, 일부러 아껴서 봉인해 두었던 듄 임페리움을 진행해 보고 싶네요.

이상 9~12차까지의 모임 후기를 마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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