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박이 후기입니다.

접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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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4-29 오후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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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7년 전 Starving Artists라는 게임을 보았습니다.

카드 위에 색 큐브를 올려 완성하는.

아름답죠.

어떤 구성물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 생각해보았는데

저는 단순 점수(點數, 점으로 나타낸 수)가 아닌 고유한 문양이 있는 주사위가 특히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점수 주사위로는 아름답게 만들기가 어렵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점박이(Spots)는, ‘생산 비용을 아끼기 위해 균일한 흑백 점수 주사위로 어떻게 게임을 만들면 좋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게임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이런 주사위를 사용하는 게임을 만든다면

달마시안을 소재로 삼아 주사위를 올려 완성을 하는 게임을 만들면 적절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게임이 실제로 나왔습니다.

점박이의 그림들은 유머러스합니다. 개들의 표정, 자세를 보고 그 개들의 생각, 감정을 생각해보게 되고, 거기서 귀여움을 느끼게 되어있습니다.

도무지 개로는 보이지 않는 놈도 있고, 개여도 달마시안이 아닌 것 같은 놈들도 있습니다.

개 이외 부분에도 점이 있기도 하고, 배를 까고 있는 놈도 있습니다.

3마리 각각에 주사위 자리 하나씩 배정된 그림도 아이디어가 무척 좋다고 느꼈습니다.

행동 카드(트릭)들도 테마 면에서 즐거움을 주어 흥미롭습니다.

RUN 같은 경우 ‘계속해서 더 굴리기’를 할 수 있는 행동이어서 ‘달리다’와 어울리고

HOWL도 다른 개를 부르는 것이라 그 기능인 ‘개 카드 추가’와 잘 어울립니다.

테마를 잘 살렸습니다.

게임 방식

점박이는 푸시 유얼 럭 게임입니다.

블랙잭으로 대표되는 푸시 유얼 럭이란

최근까지의 보상에 만족하고 멈출지, 리스크를 감수하고 더 시행을 할지 선택하는 것입니다.

주사위 푸시 유얼 럭으로는 요트 다이스가 대표적이죠.

푸시 유얼 럭은 보통 ‘얼마큼 욕심내느냐’, ‘어디까지가 안전한지 잘 파악하느냐’가 핵심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이 있듯

크게 얻으려고 할수록 보다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도록 만들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점박이는 푸시 유얼 럭이라는 점 이상으로 중요하게, 일꾼놓기 게임입니다.

행동 카드를 선택해 수행하면 그 행동 카드는 잠기고, 6개중 5개가 잠기면 다시 해금이 됩니다.

일꾼놓기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이게 섞여서 푸시 유얼 럭에서 기대한 느낌을 온전히 받지 못한다고 느꼈습니다.

일꾼놓기의 장점은 ‘행동 종류를 다양하게 두면서도, 방식을 직관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선택 풀을 유동적으로 주는데, 플레이어 간 선택의 영향이 커(드래프팅) 상호작용하는 느낌을 분명하게 준다’입니다.

점박이도, 푸시 유얼 럭인데 단순히 매 번 ‘하나 굴린다, 하나 더 굴릴지 선택한다...’가 아니고 ‘2개를 굴린다. 1개 더 굴릴 수 있다’, ‘3개를 굴린다. 1개 더 굴리는 것을 원하는 만큼 더 할 수 있다’ 등 다양한 행동이 있는 점은 좋았습니다.

인원수가 2인이든 3인이든 4인이든 행동 카드는 6종을 쓰는데, 5번째 행동이 선택되면 해금이 돼서 자연스럽게 ‘해금 시점의 첫 순서’가 넘어갑니다. 이 점도 좋다고 느낀 점입니다.

다음 사람에게 ‘해금 직후’ 상황을 주지 않기 위해 ‘완성’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행동이 내게 최대의 이득을 주는 건 아니어도 다음 플레이어에게 최대의 이득을 줄 수 있는 행동이어서 주지 않으려고 내가 선택하는 것을 생각할 수도 있는 점은 재미를 더해주는 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 ‘어떤 행동이 이 게임 안에 있는데, 그게 눈에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선택이 불가능하게 잠겨 답답하다’는 점은 제가 일꾼놓기를 싫어하는 요인입니다.

점박이도 그렇습니다.

푸시 유얼 럭 게임에서, 욕심을 얼마나 부릴 것이냐를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점박이에서 위험한 상태는 마당에 묻힌 눈이 많이 쌓인 상태, 재굴림 자원(간식)이 없는 상태입니다.

‘①1개 굴리기’, ‘②많이 굴리기’, ‘③위험한 상태에서 안전한 상태로 가기(마당에 묻힌 주사위를 빼거나, 터지지 않게 주사위를 수용해줄 카드를 추가로 얻거나, 간식 얻기)’ 중 선택을 하고 싶은데

일꾼놓기여서 원하는 행동 카드가 잠겨있어 선택을 못하는 상황을 많이 직면하게 됩니다.

6종 행동 중 단 하나만 남을 때까지 잠겨있으니, 겨우 2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계속 나옵니다. 위험을 해소하는 행동을 하고 싶은데 잠겨서 못해 답답하게 반복적으로 소극적인 행동만 하게 되는 상황이 나올 수 있습니다.

행동 간 선호도 차이가 분명하게 나뉘고 게임 초반부터 후반까지 행동간 선호도 차이가 바뀌지 않고 고정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돌팔이약장수 같은 경우 칩이 적은 초반에는 맨드레이크, 정원거미의 가치가 높다가 후반에는 그 둘의 가치가 낮아집니다. 초반에는 승점이 1점 정도 차이에 불과해 승점의 가치가 낮아 ‘터지면 승점 포기하지 뭐’ 하는데 후반에는 승점의 가치가 높아집니다. 이렇게 각 요소의 내용은 그대로이면서도 게임 초반, 후반에 따라 가치가 달라져 선택에 영향을 주는데

점박이는 그렇진 않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웬만하면 짖기(개 카드 추가), 구르기(마당에 묻힌 주사위들을 빼 재굴림)가 선호도가 높고(그래서 그 둘을 필수 포함으로 정해둔 것이겠지요.), 반드시 몇 개 이상 굴려야 한다는 행동이 선호도가 낮습니다.

행동 중 ‘발자국마다 ~한다’는 행동이 있는데, 안 그래도 짖기가 선호도가 높은데 그런 카드의 존재는 짖기의 선호도를 더욱 높입니다.

개 카드 더미는 맨 윗 장이 공개돼있습니다. 앞뒷면이 일러스트가 같게 만들어져 있어서 어차피 숨길 수 없으니 정보도 주고, 그것도 선택의 고민에 고려하라고 제시해준 것이겠습니다.

한 턴에 여러 장을 완성할 수 있으니, 한 장씩만 완성하는 건 보통 턴이 아까워 두 장 이상을 한꺼번에 완성하곤 해서, 맨 윗 장이 무엇인지는 크게 고려하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분들 리뷰를 보았습니다. ‘마지막에 운 영향이 크다’는 글을 봤는데

뭐, output randomness 게임이니 처음부터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완성’에 따로 한 턴이 들고, 그래서 승리할 사람이 차례가 오기 한 바퀴 전에 이미 결과를 거의 확정적으로 알 수 있어서 마지막에 좀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어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점박이에서의 주사위 값은 명목형 질적 값이어서 그 부분이 더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와 상대되게 연산이 가능한 양적 값인 석기시대 같은 경우 최솟값이 1로 보장됩니다.

음식 1개가 꼭 필요할 때, 부족말 둘을 음식 장소에 보내기만 하면 음식 1개는 보장되므로 나머지 부족말을 안심하고 다른 일터로 보낼 수 있습니다.

반면 점박이 같이 주사위 값은 명목형 질적 값인 게임은 재굴림을 10번을 해도 원하는 값이 안 나와 터질 수도 있죠.

어떤 분은 카드 간 밸런스가 안 맞지 않냐고도 하시더군요.

어떤 카드는 주사위 1개만으로 금방 완성할 수 있고, 어떤 카드를 주사위 4개나 배치돼야 완성이 되니까요.

커피러시가 생각이 났습니다.

커피러시는 달성이 쉬운, 재료 2개짜리를 많이 뽑은 사람이 이긴다고 그 뽑기 운빨 게임이라고 하신 분이 계셨는데요.

(저는 커피러시는 2개짜리 주문을 많이 뽑은 사람이 꼭 1등을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다만 반대로

달성이 어려운, 반대편에 있는 서로 다른 시그니처 재료가 요구되는 주문들만 많이 받으면 1등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박이는 요구 주사위 수 때문에 카드 간 밸런스가 안 맞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구 주사위 수가 많으면 완성은 늦어질 수 있어도 개 카드는 터지지 않게 주사위를 보관하는 기능도 있고,

한 턴에 굴리는 주사위 수가 매 번 고정이 아니고 많이 굴릴지 적게 굴릴지 플레이어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으니까요.

뭐, 뭐 나오면 안 터지는지 매 차례 생각하는 건 좀 번거로웠습니다.

‘지금 1개씩 굴릴 건데, 2나 5만 안 나오면 안 터져’,

‘지금 2개를 굴릴 건데, 5만 하나도 안 나오면 안 터져’ 등요.

구성물에 따른 제약 규칙

간식은 없으면 더 못 가져오고,

턴 시작 시 공급처에 주사위가 하나도 없으면

모든 플레이어가 터진 것처럼 개 카드에 위에 올려 놓은 주사위들을 모조리 공급처에 반납해야 합니다.

이스탄불 주사위 게임에서도 상품 토큰을 얻어야 하는데 부족하면 그 상품토큰을 가진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공급처에 반납시키게 하는데요.

무난하지만 징수 당하지 않게 눈치도 보게 하는 나쁘지 않은 규칙이지만

오래 전에 쓰인 단순한 방식이라

어딘가 신선한 다른 방식을 생각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리

1. 테마를 잘 살렸다, 귀엽다.

2. 일꾼놓기를 섞어 다양한 행동이 있는 건 좋지만 푸시 유얼 럭의 재미를 희생한 점이 있다.

3. 해금이 늦고 행동 간 선호도 서열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것 같아, 선택하는 통제감이 크지 않다.

제게 점박이의 위치

이 포지션의 게임은 요트다이스, 데드맨스드로우, 캔트스탑을 추천 드립니다.

※ 참고

ㆍ저는 테마를 중시하지 않는 편입니다.

ㆍ저는 일꾼놓기는 싫어하는 편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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