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탈출을 위하여 로빈슨은 몇 번 죽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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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9-21 오후 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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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 배송 이후로 6번 플레이했습니다. 그 중에서 5번 실패했어요.

리뷰 찍을 때 정말 기적같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운으로 탈출할 뻔하다가, 일이 생겨서 정리하고 나갔네요. -_-; 성공이 될 수 있었는데..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이다- 정도만 알아가셨으면 더 바랄게 없겠네요. 다른 분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만, 잘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쓸데없이 기므로, 요약해서 읽고 싶으시면 마지막의 결론만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사실 중간의 내용은 잡설이나 다름 없습니다 -_-;

마지막으로, 이 리뷰를 목수 로빈슨 2명과 요리사 로빈슨 3명, 탐험가 로빈슨 1명에게 바칩니다.

탐험가를 빼고 다 죽었고, 탐험가도 생사를 알 수 없지만.. 살아있을거라 믿어요.

로빈슨 박스 + 덱박스 입니다. 정리를 잘 못 했는지, 공간이 좀 부족한거 같아 덱박스에 모험카드(제작, 탐험, 채집) 3종을 보관 중입니다.

세팅 사진입니다. 맵, 시작 아이템, 발명 카드, 난파선 잔해 카드, 모험 카드 등등을 셋팅합니다.

저는 난파선 잔해를 랜덤으로 뽑는데, 난파선 구명 보트가 나왔네요. 사람을 한 명 배치시 나무 1개, 2명 배치시 나무 2개를 얻습니다.

1인이라서 그런지 식량 상자보다는 구명 보트가 맘에 드네요. 시나리오는 조난자들이고, 직업은 탐험가가 뽑혔습니다.

추가 말은 개를 쓰기로 했습니다. 프라이데이는 언제쯤 써볼지.. 잡설은 그만하고, 본 게임으로 들어가볼까요. (이하의 후기는 조난기 식으로 씁니다.)

섬에 난파된 로빈슨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 보이는 것은 목재 보트 잔해 뿐.. 자력 탈출은 힘들지만, 이 곳의 주변에는 선박의 왕래가 잦다. 충분한 나무를 확보하고 불을 피운다면, 탈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불을 피우기 위해서는 메마른 장작들이 필요한데, 나무에 가려 산은 보이지 않았다. 마음을 가다듬고 (투지 토큰 2 획득, 사기 레벨 1증가), 개와 함께 탐험을 나섰다. 혼자라면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여행을 도와줄 동료가 있다면 실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걷다가 발견한 것은 울창한 나무들과 새. 이 곳은 해변보다 안전해보였다. 이상한 토템이 있었지만, 과거 원주민의 흔적인 듯 싶었다. 다행히도, 토템 근처에 나무로 만든 칼이 있었다. 야생 동물을 죽이진 못 하더라도, 몸은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야영지를 이 곳으로 옮기고, 개와 함께 잠을 청했다.

전날 밤은 엉망이었다. 괴상한 동물들의 습격에 잠을 이루지 못 했다. 긁힌 상처는 덤이고, 자다가 벌레에 물리기도 했다. 바깥에서 잠을 청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하다못해 원시적인 오두막이나, 동굴이 있다면 좀 더 안전하게 잘 수 있을텐데..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하다. 주거지를 만드는 김에 지붕까지 만들기로 했다. 지금은 하늘이 맑아서 괜찮지만, 언제 비가 올지 모른다. 재료가 부족하므로, 난파선의 잔해를 이용하기로 했다. 생각과는 달리, 쓸만한 나무를 분리해내는 작업은 너무 힘들었다. 목재를 가져오고나니, 이미 해가 저문지 오래.. 집은 나중에 짓기로 마음 먹고, 다시 잠을 청했다. 잠들기 전, 난 탈출할 수 있다고 되뇌었다. 비록 미래가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 조금은 마음이 진정된 것 같다.

간밤에 지진이 있었다. 다행히 상처를 입거나 하진 않았지만, 해안가로 가는 길이 흙으로 막혀버렸다. 치우려면 삽이 있어야할텐데.. 공교롭게도 삽을 만들만한 재료들은 해안가에 몰려있었다. 이제는 정말 외부의 도움만이 희망인 것이다. 고통스런 현실이지만, 살아나가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아직 나에게는 개도 있고, 머물 장소도 있다. 이 시련가지고 나의 사기를 꺾을 수는 없다. 야영지를 떠나기 전, 불을 피울 나뭇가지를 쌓았다. 지금은 장작 하나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나뭇더미를 쌓아 먼 바다에서도 보이도록 거대한 불을 피울 것이다.

저번 야생동물들의 습격 이후 주변에 큼직한 물체가 있었다. 공포에 휩싸인 나머지, 탐험을 자제하려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바깥으로 나갈 길이 막힌 이상 불을 구하려면 탐험은 불가결하다. 용기를 내서 개와 함께 초원으로 나갔다. 겁 먹은 것이 우스웠을 정도로 아무 것도 없었다. 오히려 돌아오는 길에 여러 물건을 발견했다.

아마도 옛 원주민들이 쓰던 물건들이리라. 질그릇과 손도끼, 동물 시체를 주웠다. 거기에 하나 밖에 없긴 하지만 투창용 창까지.. 야영지 주변에 있는 나무들을 손쉽게 벨 수 있을 것이다. 보관할만한 저장고가 없어 고기는 썩어버리겠지만, 이 정도 물건이 어딘가 싶다. 오늘 밤에는 고기로 체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희망은 있다.

지진도 부족했던지, 비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날씨도 으슬으슬 차가워지는 걸로 봐서, 얼마 못 가 눈이 내릴 것도 같은데.. 눈을 대비해 아궁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당장 급한 것은 오두막이다. 차가운 바닥에서 나뭇가지에 찔리며 자는 것도 지쳤다. 오두막과 지붕을 짓는데 개의 도움을 받을 순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저장해두었던 나무로 오두막과 지붕을 짓고나니 마음이 뿌듯했다. 조악하지만, 당장의 비바람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에 찔린 상처가 쓰리지만, 아직은 참을만하다. 오두막을 짓는 중 지켜보는 원숭이들이 께름칙했지만, 당장에 해를 끼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니, 대비는 해두는게 좋을 것 같다.

무인도 4일 째의 아침.. 허리케인이 몰아쳤다. 지붕이 조악했던게 오히려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바람에 망가지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지붕을 수리할 좋은 기회다. 걱정되는 것은 우기가 시작되었는지,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조금씩이지만, 오늘 하루 종일 내리는걸로 봐서 쉽게 그칠 것 같지 않다. 슬슬 눈과 비, 야생동물들에 대비할 때가 다가온다. 오늘은 지붕을 보수하고, 아궁이를 만들기로 했다. 운이 좋았는지, 내 손재주가 원래 좋았는지 실패하지 않았다. 만드는 도중에 손이 까지긴 했지만, 이정도는 우습지도 않다. 내일은 산을 찾아봐야겠다. 불을 피우려면 메마른 장작이 필요하다.

마침내 산을 찾았다! 이제는 불을 피울 수 있다. 그동안 조금씩 쌓아뒀던 나뭇더미도 쓸모가 있게 됐다. 돌아오는 길에 먹음직스런 산딸기를 먹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온 뒤부터 배가 아파온다. 독성이 있었던걸까.. 그동안 쌓아왔던 상처들이 더 아파오는 느낌이다. 집이 그립다.. 과연 탈출을 할 수 있는걸까. 사기가 조금씩 꺾이는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져온다. 주변의 지형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지진인가? 뒤집히는 세계 속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투명한 지퍼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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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재미도 없고 쓸데없이 길기만 한 글을 다 읽으신 분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만.. 그래도 로빈슨의 최대 장점은, 이런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사진을 더 잘 찍고, 글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정말 여행기 하나 뽑아낼 수 있을 정도로요.

게임은 간단합니다.

이벤트 단계(이벤트 카드 한장 공개하여 이벤트 실행)

-> 만약 뽑은 카드가 모험 카드라면 실행하고 다시 뽑음. 보드 이벤트 칸에 2장이 이미 있었다면, 왼쪽 카드를 밀어내고 가장 아래 문구 실행.

생산 단계(야영지 및 기타 능력을 포함한만큼 생산 후 사용 가능 자원에 배치.)

-> 다른 카드의 영향으로 인해 고갈된 자원은 생산 불가

행동 단계(어떻게 움직일지 말을 배치 후 동시 실행.)

-> 이 때 얻은 자원은 행사할 수 없고, 말을 하나 배치하면 주사위를 굴리고, 두 개 배치하면 무조건 성공.

날씨 단계(시나리오와 단계에 따라 날씨, 동물, 눈 주사위를 굴린다. 주사위 결과를 처리한 후, 날씨 토큰은 모두 버린다.)

-> 눈구름 당 나무 1개 제거. 지붕 레벨을 "초과"하는 구름당 나무 1개, 식량 1개 제거. 제거 못 할 경우 못 하는 자원당 모든 플레이어에게 상처 1 할당.

밤 단계 (오두막이 없거나, 야외에서 잤다면 상처 1을 받는다.)

-> 각 플레이어당 식량 1개씩 먹음. 못 먹을 경우 상처 2 할당.

위가 전부입니다. 이 것 외에도 잔룰이 있지만 많지 않습니다. 난이도 자체도 그렇게 어렵다고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아이템끼리 충돌하거나, 기타 능력들의 적용 타이밍 같은게 헷갈릴 수 있겠지만요. 난이도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이 있다면, 과감히 도전해도 될 듯합니다.

게임 자체는 재미있지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스타일이에요. 정말 "전형적인" 협동 게임입니다. 그럴 분은 없겠지만, 작정하고 트롤하는 사람 있으면 절대 깰 수 없고(한 사람이라도 죽으면 게임에서 패배), 서로 토론하다보면 리더도 정해지는 경향이 있을 겁니다. (전 1인플만 해봐서;) 게임 내적인 운이 꽤나 작용합니다. 오히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현실적이라 할 수도 있겠죠. 실제 무인도에 떨어진다면, 제 생각대로 되는 일은 없을테니까요.

협동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

테마와 게임 내용이 맞아떨어지는걸 좋아하는 사람

주사위 운이 안 좋아도 웃고 넘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로빈슨은 필구 게임일 것입니다.

반대로, 경쟁 요소를 좋아하는 사람

계획대로 착착 돌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운을 싫어하는 사람)

게임을 별로 해보지 않아서, 룰북을 독파할 자신이 없는 사람에게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가 않군요.

잔룰이 적은 편이지만, 룰북 자체는 꽤나 길고(예외 상황, 아이콘 설명 등이 있어서.) 읽어야될 것도 꽤나 있거든요.

다 적고보니, 리뷰라기보다는 리뷰를 가장한 일기 같은 느낌이네요. 다른 리뷰 쓰시는 분들은 어찌 그리 잘 쓰시는지 궁금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좀 더 제대로 된(..) 리뷰로 찾아뵙겠습니다. 평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리플레이성 : ★★★★ (시나리오의 갯수는 고정이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많고 직업, 쓰는 카드 등 변수가 많다.)

난이도 : ★★☆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다만 난이도가 좀 있는 게임을 처음 한다면, 헷갈릴 수 있으므로 비추.)

보편성 : ★★★☆ (테마도 건전하고, 게임 내용도 괜찮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게임. 다만 경쟁 요소를 좋아한다면 글쎄..)

평점 : 8.5 (한글화 게임 중 오랜만에 나온 수작. 확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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