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크루소: 저주받은 섬에서의 모험인지 정화인지..

찍사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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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9-30 오전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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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님의 요청으로 인해... ㅋ

간단하게 리뷰를 쓰기로 했습니다.

뭐 이미 로빈슨 크루소는 다들 컴포넌트 사진이나 일기같은 후기를 쓰셨기 때문에

저는 장점이나 단점 위주로 써볼까 해요. ㅎ

그럼 시작합니다~

1. 소개

로빈슨 크루소~ 는 잌나씨 트레뷰쳌(이라고 읽으시면 됩니다)이 만든 대작 협동게임입니다.

기존의 협동게임은 이유 없이 갑자기 서울에 괴 질병이 생긴다든가(팬데믹), 이유없이 화장실에서 불이 난다든가(플래쉬포인트), 이유없이 색슨족이 나타나서 성을 위협한다든가(카멜롯 뭐시기)라면, 이 게임은 모든 행동에 이유가 원인과 결과가 있습니다. 테마가 좀더 살아난다는 거겠죠?

그리고 협동게임의 고질적인 단점인 리플레이성을 여러가지 시나리오로 고쳤습니다. 대부분의 협동게임에서의 리플레이는 내 운을 시험해보자 였습니다. 운이좋아서 상황에 맞는 카드가 계속 나온다면 아무리 어려운 난이도라고 하더라도 깰수 있고, 아무리 쉬운 난이도라고 하더라도 운이 안좋아서 한방에 게임이 끝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금단의 섬[포비든 아일랜드]에서 탈출을 하는데 꼭 필요한 헬기 착륙장이 시작하자마자 가라앉으면, 2~3턴만에 게임을 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iOS어플로 당해봤어요 UU) 이 게임에서는 각 시나리오 별로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방법이 완전 달라집니다.(어떤 시나리오는 날씨가 매우 안좋기 때문에 빠르게 집과 지붕을 만들어야 되구요, 어떤 시나리오는 빠르게 탐험하고 굶어가면서라도 십자가를 빠빠빠빠빠빠빠빠빨ㄹ리이이이이이이이 만들어야 합니다.)

2. 장점

소개에서도 써놨지만 게임 테마가 아주 잘 살아납니다. 하루가 지나가거나 탐험/제작/채집을 할때마다 상황에 맞는 카드를 뒤집어서 확인하게 되는데 이 카드에 설정이 잘 녹아있습니다. 저는 항상 채집(자원모으기)를 하면 "이제 마지막으로 그자원을 채취했습니다. 자원이 고갈되었습니다"라는 카드가 항상 나와서 무분별한 자원사용을 막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ㅜ.

누군가가 섬의 새로운 부분을 찾기 위해 탐험을 떠났는데 탐험은 실패하고, 게다가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그래서 오두막으로 돌아오게되면 그 호랑이가 나중에 오두막으로 쫓아올수 있기때문에 노숙을 하고 호랑이의 위협을 피할지, 아니면 위협을 감수하더라도 집으로 돌아올지를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우리는 그 친구를 엄청나게 매도하며 나중에 먹을게 없으면 저친구를 잡아먹자고 했습니다. 얼마뒤 호랑이가 진짜 나타났는데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호랑이는 우리의 밥이 되었고!!! 호랑이 고기를 공짜로 얻었기 때문에 (원래는 사냥을 하려면 우리의 시간이 소모되는데 이경우에는 제발로 찾아온 거기 때문에 시간을 소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남아서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복덩이(?) 고깃덩이(?)를 불러온 것이지요. ㅎㅎ

제일 맘에드는건 수달무리라는 카드인데... 제 친구중에 별명이 수달인 사람이 있어서...ㅋ 수달무리가 나오면 섬에 있는 물고기를 먹어치워서 더이상 물고기를 식량으로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근데, 우리가 시간을 따로 내서 수달무리를 쫓아내면 그 물고기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좀더 게임을 능동적으로 하는 느낌이 들죠.

시나리오는 제가 모든걸 플레이해보진 않았지만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룰북에 나와있는 소개 시나리오인 첫번째 시나리오."조난되어 구조를 요청하는" 시나리오는 게임내의 모든것을 한번에 알 수 있는 시나리오 입니다. 날씨가 점점 안좋아지기 때문에 오두막을 짓고 지붕을 올려야 하고, 동물이 쳐들어오기 때문에 울타리도 치고, 무기도 만들어야 하며, 구조 봉화를 올리기 위해 나무를 많이 채집해야 합니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광신도들이 섬을 정화하러 갔다가 조난 당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섬을 정화할거야!! 라고 미친듯이 저주받을 섬을 뛰어다닙니다. 두번째 시나리오에서는 계속해서 안개가 끼기 떄문에 첫번째 시나리오처럼 느긋, 하게 집짓고 한번 버텨볼까? 라고 하다가는 섬이 안개로 뒤덮여서 게임이 끝나버릴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세번째 시나리오는 "아름다운 제인" 을 구출해서 탈출하는 시나리오인데, 아름다운 사람은 역시 얼굴값 한다고, 얘는 구출을 해줘도 할 수 있는 행동이 휴식 밖에 없고, 밥은 밥대로 먹습니다. 밥만 먹는 식충이 된장녀입니다. 된장녀를 싫어하신다면 이 시나리오는 패스하셔도 무방합니다.

3. 단점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룰북입니다. 일단 애매한 룰이 많을 뿐더러, 자잘한 잡룰이 많기 때문에 두, 세판 할때까지 에러플이 장난아니게 많았습니다. 각 카드마다 어떠한 일이 발생하는데 도미니언의 룰북처럼 그 카드를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에 그 카드가 지시한 것에 해당하는 룰북을 주욱, 읽어서 카드를 해결해야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정 시나리오의 추가룰 같은 경우, 매우 단순하게 써놨고, 룰북에는 써있지조차 않기때문에 인터넷의 FAQ를 뒤져야 하는 상황이 많이 나옵니다. 미국의 유명 보드게임 사이트인 BGG에 누군가가 여태까지 나온 모~든 FAQ를 모아서 정리한 파일이 있는데 무려 68페이지 입니다.(58페이지였나;; 어쨌든 엄청 많고, FAQ안에서 내가 원하는걸 찾기도 참 힘듭니다;;;)

두번째 문제는 1, 2인일때 사용하는 프라이데이(라고 쓰고 넌 사람도 아니야!)라고 읽는 보조 일꾼 입니다. 프라이데이는 섬에서 찾은 조난자인데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플레이어처럼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특수룰이 적용되어 프라이데이는 노숙을 해도, 비를 맞아도, 눈을 맞아도, 밥을 먹지 않아도 체력을 잃지 않는 로봇(?)같은 존재인데, 매우 약하여 자칫하면 금방 죽습니다. 그래서 게임을 여러판해서 게임 룰에는 익숙해지더라도 프라이데이라는 로봇을 잘못 사용하면 안그래도 힘든 게임을 아무 망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 로봇에는 사용설명서가 동봉되어 있지만 아쉽게도 원주민 언어라 읽을 수 없어서 써보면서 배워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프라이데이 로봇 보다 멍멍이가 더 도움이 될때가 있더군요.

특정 시나리오는 확률적으로 좀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두번째 시나리오의 경우 안개가 계속해서 끼게 되는데 40%의 확률로 게임에서 나오는 정화의 종이라는 아이템을 만들 수 없습니다. 이 아이템을 만들지 않아도 게임을 이길 수는 있지만 있는 아이템을 못만들수도 있는 시나리오 계획 자체가 맘에 안드네요.

룰북에는 첫번째 시나리오를 초심자를 가르치기 위한 시나리오로 사용하라고 그러는데, 이게 작가의 욕심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게임의 모~든 면을 다 체험할 수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게임의 모~든 룰을 가르쳐야 합니다. 비디오 게임의 튜토리얼을 보면, 처음부터 모~든 걸 가르쳐주진 않잖아요. 처음에는 우리가 지금 알아야 할 기본적인 것만 가르치고, 거기에 익숙해지면 이것도 있어~ 저것도 있어~ 라고 추가적인 요소를 알려주는데, 첫 판에 2시간 짜리 게임의 모든 요소를 가르쳐 주려면 여간 힘든게 아닙니다. 저는 프로모 시나리오 777명의 생존자들. 이 게임길이도 더 짧고(첫번째 시나리오는 12턴인데 비해 프로모 시나리오는 8턴만에 끝납니다) 게임의 승리목표도 더 간단하고, 설명이 더 쉽지 않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4. 마무리

엄청난 카드의양 덕분에 같은 카드를 여러번 보기 힘들어 아직까지도 게임을 할때마다 놀랍니다. 특히 보물카드를 찾는데 무인도에서 "금"을 찾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여러분들이 직접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의식용 그릇"이라는 보물이라 쓰고 저주라고 읽는 카드도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엄청난 대작인데다가 한글화까지 되어 우리에게 더 친숙해진 로빈슨 크루소, 기회가 있다면 꼭 해보시기 바랍니다.

(제 카피로 게임을 한게 아니기 때문에 제 이름은 777명의 생존자에 들어있지 않습니다. ㅋ.ㅋ)

(아, 프로모 시나리오랑 프로모 동물은 좀 맘에 드는데, 랜덤으로 성격을 부여해주는 카드는 게임난이도를 너무 어렵게하고 테마에 맞지 않아서 쓰진 않았습니다. 어린이 군인이 나오면 참;;; 군인은 사냥 전문인데 어린이는 사냥을 가지 못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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