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th 제작사의 신작, 박터지는 새들의 전쟁 Perch 킥스타터 프리뷰
*들어가면서
처음 Perch를 알게된 건 유튜브 채널 Man VS Meeple에서 소개한 영상이었습니다. 킥스타터 펀딩 시작 3~4개월 전에 뜬 영상이었죠.
간단히 룰 설명해주는 걸 봤는데 너무 재밌어보였습니다. 와 이건 사야해!
근데 발매 정보도 없고 어디서 나온다는 이야기도 특별히 없더군요. 마음속으로 찜해두고 그렇게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킥스 펀딩을 시작한대서 봤더니, Earth의 제작사 Inside Up Games더군요. Earth 자체는 제 취향이 아니긴 했지만 제작사의 프로덕션 기술 레벨이 꽤 괜찮았었기에 더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TTS로 세부 룰북을 봤는데, 넥스트 라스베가스 포지션으로 너무너무 재밌어 보이더라구요.
내 기대는 헛되지 않았어! 외치던 찰나에 한국어판이 없네요...? 아니 당연한가?
솔플할 요량이면 딱히 상관없지만, 여럿이서 같이 즐기는 포지션의 게임은 사실상 한국어화가 필수입니다.
게다가 카드에 텍스트 분량도 조금 되고, 숨겨진 미션 카드들도 있어서 룰마가 번역해줄 수가 없기에 더더욱 필수적이었구요.
이전에 Earth가 옐로우스타에서 나왔어서 기대를 갖고 펀딩 페이지에 문의를 했었는데, 애매한 답변만 주더라구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작사에서 공식적으로 한국어화 서포트해주기는 어렵다 그러고ㅠ
솔직히 이 때 제작사 반응이 살짝 미온적이라 반쯤은 포기상태였습니다.
안되면 손품을 팔지 그냥 기다릴지 고민하던 차에 급 한국어화 발표가 났습니다. 만세! 그러면 더 볼 것도 없죠!
이렇게 Korean이란 단어가 반가웠던 적도 없었습니다. 보통 전 제물의 대상이었거든요.. 구매하고 난 뒤의 Korean 발표는 안반갑..
서론은 이쯤하고, 제가 무엇땜에 이렇게 Perch 한국어판을 기다렸나 한번 간략히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기본은 라스베가스
Perch는 올타임 패밀리 파티게임의 클래식, 라스베가스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주사위 대신 새를 놓는다는 건 빼구요.
매 차례, 플레이어는 자신이 놓고 싶은 지역에 새를 한 마리 둡니다. 그리곤 플레이어 순서대로 이걸 반복하죠.
모든 플레이어가 새를 다 놓고 나면 각 지역마다 누가 새를 많이 뒀나를 두고 영향력 비교를 한 뒤, 점수를 나눠 먹습니다.
라스베가스와 마찬가지로 영향력 점수가 동일한 플레이어들이 있다면 모두 점수를 못 먹습니다.
간단하고 별 재미없이 들리시죠? 이걸로 끝이면 정말 별 볼일 없는 게임이었을 텐데, 여기에 Perch만의 변주가 더해집니다. 그리고 게임은 혼돈의 카오스로 흘러갑니다.
* 변주 1 - 남의 새도 내가 조종할 수 있다.
매 라운드마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내 색깔 새 2마리 + 주머니에서 뽑는 새 2마리를 가져옵니다.
주머니에는 여러 색깔의 새가 고루고루 들어있기 때문에 내 색깔의 새가 뽑혀 나올 수도 있지만, 남의 새도 데려와서 놓을 수가 있죠.
동일 영향력 = 모두 꽝 법칙에 의해, 상대방이 먹고 싶어하는 칸에 한 마리를 더 놓아서 다른 사람이랑 영향력 점수를 맞춰주면 좋아 죽겠죠?
* 변주 2 - 영향력 많다고 장땡이 아니다.
변주 1과 더불어 혼란을 더해주는 요소입니다. 다른 색상의 새를 단순히 영향력 점수 동점용으로 쓰기에는 아무래도 효용처가 적으니 꺼려질텐데, Perch는 일반적인 영향력 싸움을 한번 더 꼬아뒀습니다.
바로 1등 점수가 무조건 제일 높은건 아니라는건데요, 1등 점수가 제일 제일 높은 칸이 있는가 하면 2등이나 3등이 제일 높은 칸도 있습니다.
다양한 점수 배점.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1/2/3등이 먹는 점수입니다. 왼쪽 첫 번째 카드는 아예 2등 점수가 0점이 됩니다.
그러러다보니 적절한 순간에 상대방 말을 떡하니 놔주면 상대방을 1등으로 만들어버리고 알짜 점수는 내가 챙겨가는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동일 영향력으로 묶어버려 한 큐에 보내는 경우도 생기구요.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무궁무진한 양아치짓이 가능합니다.
* 격렬히 물고 뜯는 Take That 요소
여기에 더해 '숲속 동물들'의 존재가 추가되는데요, 이 동물의 제어권은 전 라운드 각 동물 지역 1등이 가져가게 됩니다.
이 동물들의 이동 범위는 다르지만 대부분 지역에 놓여있는 새들을 쫓아버리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남의 새도 마음대로 놓아 버리고, 강제로 1등을 만들어주고 알짜 점수를 채어 간다던가, 동물을 써서 아예 존재 자체를 지워버린다던가..
정말 어마무시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당하는 상대방의 기분을 즐겁게 해줄 수 있습니다. 벽겜? 그게 뭔가요?
각 라운드에 한번씩 쓸 수 있는 강력한 위력의 동물들. 방식은 다르지만 대부분 새를 쫓거나 위치를 바꿔버리거나 합니다.
* 변주 3 - 당한다고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당한 사람이 항상 손해보는 것만은 아닙니다. 특히 재미있는 지점이 분수대에서 먹는 점수인데요, 이 분수대는 쫓겨난 새들만 배치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점수가 다소 낮게 시작하지만, 아래 배치된 새들의 상황에 따라 중후반쯤 가면 상당히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때론 영향력 싸움에서 얻는 것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주요 변주점 하나인 분수대 점수. 아래가 채워져야 위의 새를 놓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상위 층 점수가 8점까지 있어서 이 부분을 공략하는 것도 꽤 좋은 방법입니다.
이러한 요소가 맞물려서 Perch는 새들끼리 물고 뜯는 혼란한 전장을 만들어냅니다. 몇몇 플레이쓰루를 봤는데 진짜 혼돈의 잡탕 도가니더군요.
서로 두들겨 패고 맞는걸 꺼려하는 그룹이 아니라면 아주 즐겁게 할 수 있을 게임입니다.
* 그러면서도 비교적 심플한 게임성
각 지역마다 몇몇 특수한 효과가 있긴 하지만 그 개수가 비교적 적고 능력도 직관적입니다.
사실 걱정했던 부분이, 각 지역마다 특수효과가 떡칠되어서 너무 복잡해지면 어떠나 싶었거든요. 하지만 TTS로 카드들을 살펴보니 대부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세팅에서도 특수 효과를 가진 Special 지역은 최대 3장까지밖에 바닥에 깔리지 않기 때문에 너무 많지도 않습니다.
동물들 역시 이동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인 기능은 새를 쫓아내거나 위치를 바꾸는 정도의 기능입니다.
라스베가스보다야 좀 더 파악할게 많지만 패밀리 게임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는 정도는 아닙니다.
Perch의 주요 특징점을 표기한 이미지. 쉽고 가볍고 예쁘게 친구에게 엿을 먹여보세요!
* 기타 - 리플성 및 2인플
매 게임마다 지역 카드 덱에서 몇 장만 사용하여 보드를 꾸미기 때문에 세팅 베리에이션이 꽤 다양합니다. 동물도 총 9종류가 되구요.
플레이어 성향따라서도 느낌이 달라지겠지만 게임에서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리플성도 상당해 보입니다.
영향력 게임에서 비추천하는 2인플의 경우에도 여러 플레이쓰루를 봤는데 꽤 괜찮은 것 같았습니다. 2인플에서는 중립 색상의 새를 하나 더 섞어 쓰면서 상대방의 계획을 망칠 수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이길 수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보이기 때문에 내 이득은 최대한 얻어내고 상대방의 점수에 고추가루를 뿌리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더라구요.
3인플 이상이 좀더 파티파티하게 진행되는데 비해 2인플은 좀 더 본격적인 대결 양상으로 보이네요. 기대가 됩니다.
* 마치며
아직 옐로우스타에서 본격적으로 홍보를 시작하지는 않으셨는데, 이전부터 너무 기다리던 작품인 관계로 먼저 홍보아닌 홍보를 해봤습니다.(업체랑은 1도 관계가 없습니다. Earth 제 취향 아니었어요)
간단한 룰, 박터지는 게임성에다 이쁘기까지해서 더더욱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제작사 Inside Up Games 프로젝트 관리 능력도 이미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생각이 들구요.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관심가지시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