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서울 워게임 캠프 후기

예테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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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5 오후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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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토요일, 어제) 석촌에서 모인 워게임 캠프 후기입니다.

한동안 개인사정으로 참석을 못하다가 시간을 쥐어짜서 잠깐 갈 수 있었네요. 그 동안 산 워게임이 많아서 준비를 많이 해갔다면 시험삼아서 돌려볼 수 있었을 텐데 번역이 완료되지 않은 것이나 테플도 돌려보지 못한 것이 많아서 그럴 기회는 없었습니다 ㅠ_ㅠ 아마 올해는 더 참석이 어려울 거 같은데 다음에는 꼭 준비를 잘해서 뽕을 뽑으리라는 내적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참여자

우호, 선비욜롱, 번팅 (All Bridges Burning)

하이텔슈리, 로얄 (C&C 에픽)

페튼, 아이사, 다인, 크림키 (A&A 기념판)

예테보리, 화이트, 유우 (Brotherhood & Unity)

모임 시작 시간 이전부터 돌아간 핀란드 내전을 다룬 COIN 시리즈의 모든 다리가 불타고 있다(All Bridges Burning)입니다. 오랜만에 보니까 반가웠는데 저번에 제가 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적군이 꽤 세력을 확장한 모양이더군요. COIN 관해서도 잠시 대화를 나눴는데 간디부터는 이 게임보다 훨씬 어렵다고 하더군요. 반면 얼마 전에 TTS로 해볼 기회도 있었지만 피플 파워나 브리티시 웨이 같은 신작들은 훨씬 쉬운 편입니다. COIN은 첫 판을 하면 보통 아... 내가 이러한 행동을 해야 쟤를 막고 점수를 올리는데 이걸 하려면 B를 해야 하고 그러면 그 전에는 C를 해야 하고 상대의 D도 저지해야 하고... 라는 각을 게임 중후반부에 가서야 깨닫게 되더군요. 그걸 얼마나 빨리 알아차리느냐가 게임의 성패 여부를 가리고 숙련도를 말해주지 않나 생각합니다 ㅎㅎ;

C&C입니다. 어렵지 않은 규칙, 실제 전장을 간단하게 옮겨놓은 듯한 환경이 항상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ㅎㅎ

A&A 기념판인데 실물 A&A가 세팅되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저는 유럽 전장 위주로만 해봤기 때문에 동아시아와 태평양 전선까지 착실하게 구현된 A&A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ㅎㅎ

그토록 찾아헤매던 로마 공화국을 구할 기회가 있었는데 신품 하나 중고품 하나를 구해서 신품을 쿨하게 중고거래했습니다. 한글화할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끝나고 나면 질리도록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제가 직접 한 게임은 브라더후드 & 유니티였습니다. 유고슬라비아 분리 과정에서의 보스니아 내전을 다룬 게임으로 이미 여러 번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ㅎㅎ 화이트님이 세르비아, 제가 크로아티아, 유우님이 보스니아를 맡으셨습니다. 게임은 '오로지 공격!'을 모토로 삼으신 화이트님의 남하가 의외로 부진한 가운데 보스니아를 맡은 유우님의 군대가 사라예보 수복에 성공하면서 호각세로 흘러갔습니다. 중간에 보스니아군이 남부까지 내려가는 여타 다른 게임과는 다른 움직임이 나와서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아마 남동부 지역 방어에 성공했다면 유우님이 최종 승자가 되었을 듯 합니다.

저는 적당히 세르비아를 견제하면서 치고 올라가다가 중간에 보스니아가 차지하고 있는 중부 보스니아 및 서헤르체고비나 공격으로 점수를 먹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주사위가 정말 따라주지 않더군요. 중간에 4점짜리 카드를 써서 보충했다가 화이트님이 보충 취소 카드를 내미셔서 제가 대노하는 (..) 모습을 보고 황급히 취소하시긴 했는데... 추태를 부려서 죄송하네요 (...) 낙장불입이라는 말도 있는데 -_-a 결국 마지막 공세에서 중부 보스니아를 차지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승점에 필요한 서헤르체고비나 지역을 확보하지 못해서 최종 승자는 세르비아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간만에 일방적이지 않고 세 진영이 밸런스잡힌 게임이 나와서 즐거웠답니다.

한편 옆자리에서는 슈리님이 요새 밀고 계시는 몰락 시리즈 중 하나인 제국의 몰락(Downfall of Empires)이 돌아갔습니다. 중간에 초침님이 참석하셔서 이쪽도 3인플이 가능하게 되었네요.

브라더후드 앤 유니티를 한참 하고 있으니까 다른 분들이 오셔서 구경을 하셨는데 저희도 마지막 턴 중반이긴 했습니다만 앗차! 다들 게임이 끝나셨구나! 싶어서 좀 당황스럽더라고요. 이쯤까지 하고 정리하자고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진행 속도가 그렇게 느린 편이 아닌데 그렇게 말씀드리기도 죄송스러워서 결국 빠르게 게임을 끝마치고 다시 테이블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저는 곧 집에 가야 해서 그냥 다른 게임들을 구경하다가 가기로 했네요.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북아프리카 전선을 다룬 Shifting Sands입니다.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인 걸로 기억하는데, 마커만 조금 두꺼운 재질로 만들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 점이 아쉽더라고요. 하지만 2008년 게임이라는 얘기를 듣고 납득했습니다.

요새 워게임 캠프에서 가장 치열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몰락 시리즈 워게임 둘 중 하나인 제3제국의 몰락(Downfall of Third Reich)입니다. 저는 몰락 시리즈를 보고 음... 가볍게 할 수 있는 워게임이구만... 하고 넘어갔는데, 단톡방에서 연 단위로 빡빡하게 계획을 세워서 어떤 수가 최선일지를 놓고 토론하시는 모습이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ㅎㅎ 밸런스가 편중된 것은 아니지만 독일 플레이어가 기계처럼 효율적인 수를 둬서 게임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게임이 무너진다고 하더군요.

최대한 많은 게임을 해보는 것이 좋은지, 몇몇 게임을 깊게 파고들어가는 게 좋은지 정답은 없을 겁니다. 저는 되도록 많은 게임을 해보자 주의긴 한데요 (일단 절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합니다) 만약 몇몇 게임을 깊게 파게 된다면 다른 이들과 즐기기 위해서 어떤 게임을 내세울 수 있을까는 조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승리와 비극의 후속작이자,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태평양 전선을 다룬 정복과 결과(Conquest & Consequence)입니다. 최근에 저도 규칙서 번역을 위해 구입했는데, 확실히 국공내전 부분이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아 까다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하루에 1쪽이라도 완료하면 좋을 텐데 절대적 여유시간도 부족하고 제가 세월아 네월아 타입이라 언제 완성될지 모르겠네요. 페튼님이 정복과 결과를 해보고 싶다고 자주 말씀하셨는데 소원성취를 하셔서 그런지 북중국을 외교단계에서 빠르게 위성국화하시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귀가해야 해서 더 게임하는 것은 못 봤지만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됐을지...!

아무튼 승리와 비극은 같은 형식의 게임이라도 해야 하는 게 다들 비슷비슷해서 가끔 지루한 데 반해 정복과 결과는 국공내전으로 비대칭적인 플레이어 역할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승비가 주는 지루함을 환기하는 효과는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요새는 승비가 더 재밌다고 하긴 했는데, 저도 몇 게임은 더 해보고 평가를 다시 내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연초에만 해도 정기적인 워게임 모임이 잘 굴러갈 수 있을지 내적 의심이 있었는데 그래도 올해 꾸준히 출석해주시고 열성적으로 게임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게 느껴집니다. 워게임이라는 이름이 주는 부담감도 있지만 그래도 쉬운 게임 역시 많이 돌아가고 있는 만큼 전쟁 및 역사 테마의 보드게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언제나 환영합니다. (어제 돌아간 게임들도 COIN이나 정결을 빼면 다들 그렇게 어려운 게임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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