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나이츠 - 20150215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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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16 오전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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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여분이 다 떨어졌네요~ 사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전 것도 모두 올렸습니다.

저는 보드게임을 가르치며 상대방이 보드게이머가 될거라는 기대는 전혀 하지 않습니다. 기대가 높으면 실망이 큰법이거든요. 보드게임을 시작한 근 6~8년 동안 그렇게 생각해왔죠.

그래서 "보드게임 할래요? 재밌어요." 같은 말은 절대 안합니다. 보통 어쩌다가 보드게임 이야기가 나오면 그때 같이 해주곤 하죠.

그런데 묵묵히 취미를 지켜왔던게 이제서야 꽃이 피나봐요. 제 주변 친구들 중에서도 보드게임의 전략성을 인정하는 친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일부는 직접 콜렉팅을 시작했습니다.

먼치킨을 필두로 보드게이밍에 빠지게 된 여자아이도 있고.

겨울 내내 비만 오는 무료한 밴쿠버에서 남자친구랑 따분한 생활을 즐기다 카탄과 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겨울철 게이밍에 빠진 10년지기 여성친구도 있으며,

깊은 전략 게임을 좋아하는 동생도 생겼는데...

특히 숨겨져있던 재능(?)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온 친구가 있습니다. 오늘 나올 D군이 그 친구예요.

지난 겨울 한국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을 때, 이 친구에게 카톡을 하나 받았는데... 게임을 사모으고 있다는군요. 그런데 컬렉션을 보니 생각보다 헤비한 게임들이 있더라구요.

"어라. 이거 설마..." 했는데... 잘때마다 보드게임 리뷰 하나씩 보고 자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하는걸 보고 "나와 같은 녀석이 하나 더 생겼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오늘 한 게임들도 인쉬를 제외하곤 그 친구가 하고 싶다는 것만 골라 가져온거구요.

이젠 당연하다는 듯 제게 "이클립스 어떠세요" / "메이지나이트요? 언제든지 좋죠! " 같은 말을 하는걸 보면.... 저보다 더 깊게 심취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예전에 아무도 보드게임을 같이 하자고 날 찾지 않았을 땐 누군가 같이 해주길 그렇게 기다리곤 했는데... 그런 상대가 나타나니 꽤 기쁘네요.

"게임은 무겁고 규칙은 복잡할 수록 좋아요. 형 절대로 바쁜 생활 보내시면 안돼요. 놀 사람이 없어요." 하며 적극적으로 게이머즈 게임들을 하자고 압박이 들어올땐 좀 무섭긴 해요 ㅋㅋ

지금껏 알게모르게 밴쿠버 여기저기에서 "너굴너굴이란 사람 때문에 시작한 취미야." 라는 말이 떠돌아 다닌건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앞으로 종종 이 친구와 하게 될 다양한 게임들의 후기가 올라올 듯 합니다.

현재 예정중인건 세키가하라, 시즌스, 황투를 필두로 온갖 게이머즈 게임들이 될 듯 싶어요~ 그럼 간략 후기 시작~

버건디의 성 - 저는 온라인으로 자주했던 게임입니다. 리뷰도 썼었지만... 고수분들에게 영혼까지 털리며 배운 게임이었죠. 그런데 오늘 게임을 숙지만 하고 실제론 처음 해보는 친구 D에게 졌습니다. 초록색 성을 견제하고 선잡기도 게을리 하지 않았건만... 동물을 가져갈 수 있도록 내버려 둔게 타격이 컸어요. 앞으로 정말 자주할 것 같습니다. D군은 이 게임 사야겠다고 결심.

무거우면서도 전혀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정말 좋은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이제 레포갤은 기본이죠. 그냥 심심하면 꺼내서 스스슥~ 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이 되었어요. 결과적으로 1:1로 무승부가 났네요.

이제 확장을 넣을 타이밍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D군이요? 당연히 이거 산다고 결심했죠.

기프프 시리즈에서 원탑이라고 생각하는 인쉬입니다. 오목 + 오델로의 느낌이죠.

이걸 가르쳐줬더니 "와... 이거 재밌다. 재밌다." 하면서 열심히 하더군요. 이것도 1:1로 무승부가 났습니다. 4시간 밖에 못자서... 머리가 탁했던게 패배의 원인이라고 해둘게요.

중간에 J 군이 합류하며 D 군이 그렇게 노래를 불렀던 오부족 시작!

정말 좋은 게임이예요. 간단한 룰에 생각할 거리가 정말 많죠. 다들 게임을 하며 "와... 재밌는데 머리쓰기 정말 힘든 게임이구나..." 하고 몇번이나 되뇌었는지 ㅋㅋㅋㅋ

사실 한국에서 이 게임을 처음 배웠을 땐... 요령을 몰라 79점으로 꼴찌했습니다 ㅋㅋㅋㅋ 나중에 알고보니 평균 점수가 150점 쯔음이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 함께 하셨던 분들이 3연속 8점 비딩으로 선잡는걸 보고 헐... 하고 절 보시던게 이해가 가더라구요.

초반에 제가 고쳐주지 못했던 작은 에러플이 하나 + 막판에 저와 J 의 판단착오로 노란미플을 빼앗기며 점수가 크게 휘청~했습니다. 결과적으로 2점패네요. 다음엔 지지 말아야죠.

아, D군이요? 물론 이거 산다고 결심했답니다 :D

D군이 저녁을 만들어주는 동안 J군과 인쉬 한판.

이 친구도 오목 + 오델로의 컨셉에 충격을 받으며 멘탈이 흔들렸습니다. 초반엔 가볍게 제압했지만, 두번째부턴 익숙해져서인지 제법 이기기 힘들더라구요. 두번째 판 중간쯤에 접으며 식사.

대망의 마지막 게임, 테라 미스티카 입니다. 참고로 이건 경력 수개월의 D군이 두번째로 절 가르친거예요. 처음은 스몰월드였구 오늘은 테라 미스티카.... 게임 난이도가 훅! 올라갔죠?

게임 자체는 오묘~하더라구요. 푸코를 처음 했을 때의 그런 느낌인데... 일단 잘 모르니 적당적당 순간적인 판단만 하며 진행했습니다. (빨강이 멋있어서 골랐더니만... 게임 내내 정말 힘들었는데... 알고보니 고수용 종족이라는군요 ㅠㅠㅠㅠㅠ)

게임 내내 재밌었느냐? 라고 묻는다면 글쎄요... 다시 해보고 싶으냐? 하고 묻는다면 네! 입니다. 전략을 알게 된다면 정말 재밌게 할 수 있을거 같아요. 아직 마나 관리 / 테크트리 관리가 서툴러서 헛고생을 많이 했지만요 ㅠㅠㅠ

D군의 1점차 승리. 저는 저~~~ 멀리 혼자 남겨져 있네요ㅠㅠㅠ 게임 경력이 길다고 해서 처음 하는 게임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는건 아닌가봅니다.

게임 종료시 모습.

그동안 혼자 해온다고 생각했던 묵묵한 취미 생활이,

사실 주위 사람들에게 잔잔한 영향을 주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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