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이머가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06-활강곡예

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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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7-8 오전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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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보드게임 트레비 디자이너인 세하입니다. 꾸벅~

누군가에게 도움이나 읽을거리가 되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갖고 시작해보는데,

관점에 따라 이런 글들이 불편하신(?) 분들은 패스하셔도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

또한 글을 올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읽기 불편을 초래하거나 편집이 용이하지 않을 수 있으니 미리 양해바랍니다.

이번 글은 저의 첫 출판 작품인 트레비를 출판하기까지에 이른 과정 중 여섯 번째 글입니다

06. 활강곡예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여러 주변 분들의 조언과 뜻이 맞는 전문 퍼블리셔의 도움을 구하면서

게임제작은 보다 현실적이 되어갔습니다.

같이 플레이하고, 더 좋은 개선점을 찾고, 다듬어나가 지금의 완성 형태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동전 그림은 테마에는 적합하나 카드가 이쁘게 보이지는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트레비 자체를 테마 삼아 카드그림으로 대체해보기로 했습니다.

트레비의 사계절의 테마도 생각해보고, 이것 저것 시도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고민들이 아래의 초안 그림에서 엿보여지리라 생각됩니다.

<트레비 디자인 초안은 이랬습니다>

<편의성과 미려함을 개선하기 위한 수많은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습니다>

<박스 시안과 보드게임콘에서 시연할 목적으로 만든 최종 시제품용 디자인>

2018년 7월,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보드게임 콘에서

‘트레비’는 테스트 플레이라는 형태로 외부에 첫 선을 보였습니다.

함께 플레이해주시고, 좋은 말씀도 해주셔서 좋았지만,

특히 게임을 즐겁게 하시는 모습을 보니 마냥 즐겁고 좋았습니다.

물론 체험하신 분 중에 한 분은 나름의 관점에서 악평(?)을 해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비평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악평에 가까운...^^;)

그 당시에는 마음의 상처도 좀 컸습니다만, 사람마다 생각은 다 다르기 마련이고,

또한 제 게임이 보드게임의 대표 진리가 될 수는 없는 일이라서 나름의 형태로 소화시키기는 했습니다.

아마도 창작하시는 분들에게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비난과 악평 같은 상처가 없다면

말이 안 되는 얘기일 테니, 이런 것쯤은 사소한 일이라고 여기며 넘어가 봅시다. ^^;

이 시기를 거치며 드디어 펀딩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펀딩은 개발과 완전히 다른 영역의 일이었습니다.

아마도 저 혼자였다면 제대로 된 펀딩 준비는 물론, 펀딩 이후에도 머리싸매고 헤매고 있었을 것입니다만,

다행스럽게도 제겐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기에 부담은 적었습니다.

<이노에 올라온 트레비 펀딩 페이지>

제 게임이 등장하자마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수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습니다. ^^;

펀딩성공까지 이르기에도 여유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원인이야 분석을 해본다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때 당시에 유명한 외국게임의 한글화가

넘쳐나는 시기의 틈바구니였던 것이 악재로 작용했었을 수도 있겠고,

'트레비'라는 게임 자체가 사람들의 구매욕을 자극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많은 님들의 관심과 후원 덕분에 결국 제품화되어 나왔습니다.

후원자분들에게 다시 한 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꾸벅~

펀딩 목표를 달성하고 나서도 신경 써야 할 것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실제 상품이 생산되기 위해서 인쇄공정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한 번의 잘못된 핸들링으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도 하지만,

원하는 품질을 얻기 위해서 계속해서 지켜보고, 제안하고, 지켜보고, 제안해야 하거든요.

애초에 생산을 하려고 마음먹었던 사전 견적과 실제 생산을 하며 발생하는 사후견적은

체감의 정도가 훨씬 다릅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추가비용이 발생하기도 하고,

처음 계획했던 모든 일들이 딱딱 맞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기간이나 비용, 그에 따라 신경써야하는 머리아픔 등등 개인이 하기엔 너무나 힘든 점이 많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제게는 비교적 수월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 과정을 퍼블리싱 측에서 대신 핸들링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물론 계속해서 같이 얘기하고, 고민 나누고, 방향을 틀고, 의견 충돌 하는 등 지속적인 협업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출시 기획 때부터 그런 과정에 빠짐없이 함께하길 강력히 원했고, 저도 강력하게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누군가 개인이 저 과정을 혼자서 밟겠다고 한다면

(실제 인쇄 과정에서는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었던 편이었던 저도) 뜯어 말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팀을 이뤄 펀딩을 하는 경향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어려운 일도 함께하면 덜 힘드니까요.

드디어 제 게임이 배송되어 온 순간, 결과물에 뿌듯해하거나 감상에 젖는 등

여유부릴 사이조차 없이, 늦은 시간까지 펀딩 배송을 함께 도왔습니다.

왜냐하면 그 시기에 곧 부산 보드게임콘 행사가 있어서 이에 맞춰 준비를 또 해야 했거든요.

그런 덕분에 의외로 첫 게임 출시에 대한 감흥이 적었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의외로 첫 출시에 대한 감흥이 적었던 이유는,

그 때 할 일이 더 있어서 바빠서였다기보다는,

‘앞으로 더 많은 게임을 출시할 준비를 해야지’하는 미래를 향한 의지가

더욱 가득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제가 좀 욕심이 많죠? ^^;;)

제가 피로가 누적되는 걸 보니, 글이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펀딩 당시 업데이트 페이지에도 올렸던 제 글을 첨부하면서 오늘 글을 정리할까 합니다.

참, 이제 보드게임 첫 출판에 대한 얘기가 끝났냐구요? 아닙니다. 아직 조금 더 남았습니다. ^^;;

첫 출시 후에 또 무슨 일이 이어졌는지 듣고 싶으신가요?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다음 글은 이 글 시리즈의 마지막 글이 될 것입니다.

꾸준히 읽어주신 분들 덕분에 끝까지 잘 마무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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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이라는 것이 취향도 타고, 각자가 선호하는 무게감이 달라서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국내 창작품이라고 하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더 큰 문제는 비용입니다.

개인이 출판하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기에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적절한 구성품,

그렇지만 제품의 질을 절대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의점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지금도 그 고민을 항상 안고 있는 상태입니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한 가지는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게임을 만들기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이나 제 개인의 가치관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를 테면 이런 것입니다.

제 게임을 들고 제가 아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옆구리 쿡~ 찌르면서 같이하자고,

재미있다고, 당신도 좋아하게 될 거라고 말하는 것에 부끄럽지 않게 되자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드는 것이 필수일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여전히 제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 시간이 나냐고 물어봅니다.

같이 보드게임 한 판하자고 슬쩍 운을 띄워봅니다.

그러고는 ‘트레비’ 시제품을 꺼내고 세팅을 준비합니다.

짧은 규칙 설명인데도 시큰둥한 반응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절대 당황하지 않습니다.

어느새 그 사람이 몇 장의 카드를 손에 든 채 진지하게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이고,

규칙에 맞게 몇 장 내렸다는 이유만으로 즐거워할 것이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에게 혹은 이 게임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그런 기대가 절대 부끄럽지 않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혹시 저의 이런 무모한(?) 자신감에 의구심이 드신다면, 같이 한 번 해보자고 말씀 건네주십시오.

찾아뵙겠습니다.

3분 안에 끝나는 짧은 규칙 설명 후에,

별 것 아닌데 의외로 간단하지 않음에 조금 당황하시면서,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카드 몇 장 내려놓고는 자신의 머리 좋음에 감탄하며 슬며시 미소 띠게 될 때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요.

어쩌면 자신이 저지른 장고의 기억을 까마득하게 상실하고,

다음 플레이어에게 빨리 좀 안하냐고 재촉하실 지도 모를 일이지요. 암요.

<‘트레비’ 펀딩페이지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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