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시간의 세계 - 크레이지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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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1 오전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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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게임은 크레이지 타임입니다.

크레이지 타임은 전형적인 쉽고 빠르고 재미있는 파티 게임.. 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법칙을 추가하는지라 약간 헷갈리는 요소가 있어요. 그 부분이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좀 힘든 부분으로 다가오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긴가민가한 부분도 한 번 돌려보면 전부 숙지가 되는데다, 1라운드만 지나면 바보가 된 사람을 보면서 빵빵 터지는 파티 게임입니다.

원래는 룰 설명을 안 하는 편인데, 크레이지 타임은 간략하므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중앙에 시간 정지 카드를 두고, 어떻게 카드와 언제 카드를 한 쪽에 치워둡니다. 플레이어들은 각자 정해진 장수만큼 카드를 나눠받고, 오른손으로 편하게 펼칠 수 있는 곳에 자신의 덱을 둡니다. 그리고 왼손으로 턱을 굅니다. 귀에 갖다대도 되고, 내려놔도 되지만, 어쨌든 플레이는 오른손만 써야합니다. (왼손잡이이라면 왼손만.) 그리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선 플레이어부터 시작하면서, 시간을 1시간 단위로 세면서 카드를 냅니다. 예를 들어서 플레이어가 A B C D 4명이라면, A 1시 - B 2시 - C 3시 - D 4시 - A 5시 .. 하는 식으로 세어가면 됩니다. 이 때 주의할 점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신의 카드와 자신이 세는 시간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내려놓은 카드가 5시라고 해도, 이번이 첫 번째 내려놓는거라면 1시 라고 말하면 됩니다. 어쨌든.. 그렇게 시간을 세어가다가, 타임 머신 카드(사람이 기계를 타고 가는 그림이 있습니다. 자료가 안 보이네요 -_-;) 가 나오면 시간 역행의 법칙 이 발생합니다.

말은 거창한데, 별거 없습니다. 그냥 다음 사람부터 시간을 거꾸로 세어가면 됩니다. 예를 들어 A - 1시, B - 2시, C - 3시 세어가는데, C가 내려놓은 카드가 타임머신 카드였다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D는 본래 말해야할 시각인 "4시"가 아니라, "2시"를 말해야 합니다. A는 "1시"를 말해야되구요. 타임머신 카드가 또 다시 나온다면? 다시 역행해서 올라가면 됩니다. 12시 다음은 1시고, 1시 이전은 12시입니다. 13시, 14시는 없어요.

이렇게 진행을 쭉 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내려놓은 카드에 적힌 시간과 자신이 말한 시간이 일치할 때가 옵니다. 예를 들어 제가 3시 라고 말했는데, 제가 내려놓은 카드도 3시인거죠. 그렇다면 최대한 빠르게 가운데 시간 정지 카드를 치면서 "시간 정지! 라고 외쳐야합니다. 바로 시간 정지 법칙" 입니다.

시간 정지! 쪽팔려도 외칩니다. 왜냐하면 법칙이니까.

그러면 가장 늦게 가운데를 친 플레이어 (먼저 쳤더라도, 시간 정지를 안 외쳤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반대로 시간 정지를 외쳤더라도, 가운데를 안 치면 소용이 없어요.)는 사람들이 앞에 내려놓았던 카드를 다 가져갑니다. 이 때 그 카드들의 합이 5장이 넘으면 5장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버립니다. 5장 이하라면? 다 가져가면 되요. 미쳐 돌아가는 시간의 세계에서 빠져나가기 점점 힘들어지는 겁니다. 반대로 정확하게 플레이하는 사람은 점점 더 카드 장수가 줄게 되겠죠.

가장 먼저 자신의 카드를 "무사히 플레이"한 사람은 1등이 되어 미친 시간의 세계에서 탈출하게 됩니다. 무사히 플레이란 것은, 혹시나 카드를 마지막으로 내려놓으면서 시간의 틈새에 갇힌다거나 (이는 차후 설명합니다.) 시간 정지인데 가장 늦게 친다거나 하면 그 사람이 카드를 먹고 계속 진행한다는 뜻입니다. 결국, 자신의 턴을 무사히 넘기고 다음 사람까지 가야 되요.

그럼 라운드가 끝나게 되고, 1등은 남은 플레이어 중 한 명을 지목해서 쫓아냅니다. 쫓겨난 사람은 잠시 가게를 나가든가, 화장실을 가든가.. 어찌되었든 테이블의 대화가 안 들리고, 안 보일만한 장소로 이동합니다. 그 후 언제 카드 한 장, 어떻게 카드 한 장을 펼칩니다. 이것이 다음 라운드부터 적용할 새로운 "법칙"이 됩니다. 크레이지 타임은 3라운드로 진행하므로, 게임은 아래 법칙에 따라 진행됩니다.

1 -> 시간 정지, 시간 역행

2 -> 1 + 추가 법칙 1개 (1라운드 종료 후 1개 제정)

3 -> 1 + 추가 법칙 2개 (1라운드 종료 후 1개, 2라운드 종료 후 1개 제정)

3 -> 1 + 추가 법칙 3개 (1라운드 종료 후 1개, 2라운드 종료 후 1개, 3라운드 종료 후 1개 제정)

그리고 1등은 이 법칙의 이름을 명명합니다. 근데 사실 다 같이 정해도 상관 없어요. 정식 룰은 1등이 정하는거지만 사실 저같이 상상력이 안 받쳐주는 사람도 흔하기 때문에 -_-..; 어찌되었든, 언제와 어떻게를 모두 포함하는 이름을 명명해야합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만약 "카드 그림이 모래 시계라면" "1시간 대신 1시간 30분씩 센다" 라고 해봅시다. 임의로 명명해보자면.. 반보 앞서가는 사막의 법칙 이라고 지어볼까요. 법칙이 명명되었다면, 나간 플레이어를 호출합니다.

나간 플레이어가 웃으면서 들어옵니다. 웃으면서 환영해줍시다. 조만간 바보가 될 사람입니다.

이 사람에게는 법칙의 "이름만" 알려줍니다. 이 상황에서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이 플레이어는 틀리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다른 플레이어도 다 틀리게 되어있습니다. 이 게임을 하다보면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게 됩니다.) 어떤 플레이어가 방금 이 법칙이든, 시간 정지 법칙이든, 역행 법칙이든, 어떤 법칙이라도 "어긴다면" 다른 플레이어는 그 플레이어를 지목하면서 "시간의 틈새!"라고 외칠 수 있습니다.

시간의 틈새! 쪽팔려도 외칩니다. 왜냐하면 법칙이니까 (2)

만약 어떤 법칙이든 어긴게 맞다면, 어긴 플레이어는 카드를 먹으면 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렇게만 진행된다면, 게임이 말이 안 되겠죠. 누구든지 틀릴 때마다,방금 나갔던 플레이어는 "추론"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법칙은, 언제, 무엇을 하는 법칙이다! 라고 맞춰보는 것이죠. 만약 맞춘다면, 그 플레이어는 보상으로 자기 덱에서 5장을 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1등으로 나갈 수도 있죠.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하면 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마지막 라운드의 승자가 최종 승자가 됩니다. 나머지 사람은 미친 시간의 세계를 계속해서 헤매는거죠. 참고로 위에서 적지 않은 세부 룰 몇 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1. 한번 쫓겨났던 사람은 다시 쫓겨날 수 없다.

1라운드에 나갔던 사람이, 2라운드나 3라운드에 나갈수는 없다는 얘깁니다. 2라운드에 나갔던 플레이어도 마찬가지구요.

2. 에러플은 지적당한 순간에서 에러플이 된다.

이 게임에서 에러플은 "지적당해야" 에러플입니다. 알아차리지 못 하고 지나가면 에러플이 아닙니다. 즉, A B C D 가 게임을 하다 C가 법칙을 어겼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몰랐든 알았든 계속 진행을 했고, B가 진행할 차례가 되어서야 D가 C를 가르키며 "시간의 틈새!"라고 지목했습니다. 그렇다면, 에러플을 한 사람은 C가 아니라, B가 됩니다! 왜냐하면 C의 에러플에도 못 알아차리고 계속 진행 중인 "가장 최근의" 플레이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B가 패널티를 받습니다. 이를 응용해서 나갔던 사람이 법칙을 못 알아차리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3. 지적을 잘못하면 지적한 사람이 틈새에 갇힌다.

에러플을 잘못 지적하면, 잘못 지적한 사람이 패널티를 받습니다. 카드를 먹이고 웃어줍시다.

4. 자신이 나갔던 라운드의 법칙을 바로 그 라운드에 맞출 필요는 없다.

어찌되었든 게임의 최종 승자는 마지막 라운드의 승자이기 때문에, 법칙을 확실히 알게 되더라도 아껴두었다가 마지막 라운드에 맞추는 것도 좋습니다. 아니면 유력한 플레이어 한 명이 보일 경우, 마지막 바로 전 라운드에 1등이 되어서 그 플레이어를 내보내는 것도 괜찮죠.

크레이지 타임은, 조금은 복잡할 수도 있는 게임입니다. 사실 하다보면 머리 아픈 측면도 있습니다. 웃다가 지치고, 법칙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합니다. 난 정상적으로 게임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상대방이 웃으면서 삿대질 합니다. "시간의 틈새!" 그러면 대체 그 놈의 법칙이 뭔지 생각하게 되죠. 심지어 자기는 법칙을 들었는데도, 까먹고 플레이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러나 과정이 전혀 힘들지 않고 재미있는 것이 크레이지 타임의 매력입니다.

하지만, 크레이지 타임만의 진정한 매력은 "시간"과 관련이 있습니다. 다른 게임이었다면, "저거 에러플 아냐?" 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크레이지 타임에서는 모두의 시간이 멈춰버립니다. 서로 눈만 왔다갔다 하다.. 무언의 눈치가 오고갑니다. "지금 이거 맞지?" "아닌거 같은데.." 그러다가 "에라 모르겠다!" 누군가 시간을 깨고 시간의 틈새! 를 외치게 되죠. 그 순간 터지는 웃음과 즐거운 분위기는, 정말 글로 설명할 수가 없군요.

그 외에.. 언제와 어떻게 카드는 숫자가 제한되어 있지만, 리플레이성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플레이어 임의로 제정할 수 있는 카드를 섞어서 하면 되기 때문이죠. 사실 거기서부터 맛이 살아날 게임이기도 하구요.

처음 나왔을 때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게임입니다. 2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이 정도 재미를 주는 게임은 드물거든요. 가격대 성능비나, 게임 자체 재미나 가벼이 볼만한 게임이 아닙니다. 이 때까지 다른 멤버에게 5번쯤 들이밀어보았는데, 단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네요. 사소한 점이지만, 화이트채플처럼 강한 테마가 아니라, 그런 것을 싫어하는 분들에게도 들이밀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혹여나 아쉬울 수 있는 점이라고 한다면, 파티 게임임에도 머리를 써야한다는 측면인데.. 이 머리 쓴다는 것도 전략 게임처럼 최소 비용, 최대 효율을 찾는 딱딱한 것이 아니라, 서로 웃음이 오가는 와중에 자신을 괴롭히는 (?) 법칙이 무엇인지 찾는 류라 즐겁게 게임이 가능합니다. 오히려 단점이라고 한다면, 파티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라운드가 진이 빠지거나 늘어지는 측면이 있어서, 짧은 하우스 룰 (초기 카드를 조금 적게 받고 시작 or 한 라운드 줄임)로 보강하곤 합니다. 물론 멤버에 따라 그걸 즐기는 경우도 다수 있습니다.

자신의 순발력을 체크하고 싶다면, 서로가 얼마나 바보 같은지 보고 싶다면, 30분간 멈추지 않는 웃음을 주는 크레이지 타임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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