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2 - 아동센터 후기 & 아이들이 보드게임을 하는 이유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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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3 오전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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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후기도 힘차게 시작 ㅡ !!!

오늘은 혼자 사무실에서 스위시를 해봤어요. 이게 보기보다 굉장히 어려운 게임이더군요. 머리속으로 카드를 돌리고 뒤집고 하는데, 카드 세장이 덮히면 머리속에서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2장은 아이들도 쉽게 맞출 수 있지만, 3장부터는 무리예요. 이런 하드코어한 난이도 덕분에 저학년 아이들은 건드리지도 못하는 게임 중 하나입니다.

늘 "캐쨈~ 같이 놀아져여~ (캐나다 선생님, 같이 놀아줘요)"를 외치며 달려오는 울 꼬마 아가씨. 옆에서 스위시하는걸 보더니만, "나도 해보고 싶어요" 하고 징징 대더군요. 같이 해보았지만 역시 꼬마아이에겐 무리... "나도 하고 싶은데..." 하고 중얼거리며 옆에서 카드를 겹쳐보는 것으로 씁쓸함을 달래고 있습니다 ㅋㅋㅋ 이런 모습마저도 너무 귀여워요.

"이렇게 하면 되려나~" 하며 맞춰보고 있네요.

고학년들은 생각보다 굉장히 잘합니다. 특히 중학생 남자아이는 공간지각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서, 3개는 가볍게 보고 많게는 4~5개까지 겹쳐보더군요. 제가 아이에게 압도적으로 밀리는 게임은 이게 처음인것 같습니다 ;;;; 좋은 적수를 만나서 & 그 아이의 장점을 발견해서 저도 아주 기쁘네요. 둘이 열심히 했습니다.

보난자를 칩으로, 잭스님트를 숫자로 이용하여 노땡스를 진행했어요. 그야말로 악랄한 운영을 보여주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애들 입에서 "야이쒸!!!"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등골을 빨아먹었어요 ㅋㅋㅋㅋ 그래도 게임은 이렇게 배워야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한번 호되게 당하더니 그 다음부턴 아주 악랄하게 게임을 운영하더이다. 껄껄껄 ㅡ

제가 다른 아이들과 노땡스를 하는 동안 4명이 따로 모여 함께 미니빌! 아이의 표정이 아주 좋은데 차마 얼굴을 공개할 수 없는게 아쉽네요.

고학년 한명이 제 역할을 맡아주는것 만으로도 제 부담은 한결 줄어듭니다.

약간 진지한 이야기지만, 아이들이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는 보드게임이 재밌어서가 이유의 전부는 아닙니다. 아이들에겐 "같이 놀아주는 사람"의 존재가 가장 중요하더군요. 그렇게 좋아하는 스플렌더 / 미니빌 / 킹오브도쿄 같은 게임이 있다고 해도 제가 없으면 아이들은 잘 하려하지 않습니다. "같이 스플렌더 할까?" 이러면 빵끗 웃으며 "네!!" 하고 우다다 달려가지만, "스플렌더 하고 있어. 쌤은 지금 못해." 하면 시무룩 해지더니 조금 하는 둥 마는 둥 하다 금방 정리해버리고 공기놀이를 하곤 합니다. 제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반응차이가 아주 커요.

아무리 작은 일이더라도 제 할일을 안하면 얄짤없이 "안놀아줄거야" 하며 엄격하게 대하고,

공부하다 막혀 물어본 문제를 기억하고 있다가 "쌤이 풀이법을 도와준건 인정하지 않아" 하며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또 내주며 괴롭히고,

욕설이라도 들려오면 귀신같이 달려와 "어떤 녀석이야!! 당장 교무실로 와!!" 하며 호랑이처럼 변하기도 하지만...

게임만 시작하면 바보같은 목소리로 헛소리 & 농담을 던져대고,

때론 "이게 애한테 할짓이야?" 할 정도로 야비하고 치사하게 게임하다가 혼자 자멸하는 악당 역할도 자처하며,

게임을 하면서 아이의 터진 양말을 손에 들고 "발냄새가 심해서 구멍이 났나보지?"하며 능글능글 웃으면서 양말을 촘촘히 꿰메주는,

그런 특이한 선생님하고 시간을 보내는게 더 재밌나 봅니다.

그냥 승패에 상관없이 "아주 잘했어~~ " 하고 하이파이프를 짝! 하는 그 순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가 봐요.

덕분에 어린 아이들이 어떤 어른을 좋아하는지 / 무엇을 바라는지 / 어떻게 반응하는지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젊은 나이에 아빠 공부를 하고 있네요 ㅋㅋㅋㅋ

어쨌든 다시 미니빌 이야기로. 울 꼬꼬마의 옆모습이예요. 이걸론 얼굴 추측이 힘들기에 요것만 살짝 공개하는것으로... ㅋㅋ(아동센터의 허락도 받았습니다.) 옆모습이 아주 귀엽죠? 주기적으로 바꾸긴 하지만, 지금 제 핸드폰의 바탕화면도 이 아이예요.

그리고 다 같이 모여 두부왕국!! 전에도 말했지만... 상황이 워낙 열악하여 명함의 뒷면을 이용하여 대강 만들어서 즐기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예요.

게임 도중 저희 모두 빵터진 사진입니다. 울 꼬마아가씨가 왕자님이었는데, 공주를 찾을 시간이 되자 "으으으으으음~~~~" 하고 조금 고민하다가 손을 번쩍 들고 "화장실 갔다와서 찍을게여!!!" 하고 힘차게 말한 뒤 화장실로 달려가버리더군요 ㅋㅋㅋㅋ 덕분에 모두가 벙쪄있었는데,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돌아와선 헤실헤실 웃는 꼬마에게 모두가 빵터진 상황입니다 ㅋㅋㅋㅋㅋ 능청스럽게 "공주는 누구냐면여~" 하고 게임을 이어가니 어찌나 귀여운지 ㅋㅋㅋㅋㅋㅋ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웃었네요. 가끔 아이들의 이런 엉뚱함이 정말 즐겁습니다 ㅋㅋㅋ

우측에 있는 남자아이가 스위시 마스터(!) 이구요. 우상단에 있는 여자아이도 울 꼬마 아가씨만큼이나 저랑 친한데, 이 아이에 대한 썰은 나중에 풀어야겠어요.

아 참, 울 꼬마 아가씨 왕자님은 화장실에 가 있는 동안 혼자 엉뚱한 착각을 하는 바람에 게임 내내 너무나도 뻔했던 시녀를 찍어버려 결국 공주을 찾을 수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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