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단추용 보드게임

쉐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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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8-2 오전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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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해온 모임이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모임이라기보다

일반인이 저희 모임에 와서 같이 해보고 보드게임을 좋아하게 된 형태라서 그런지

보드게임 경험이라고는 할리갈리 정도에서 그치는 사람들을 한 사람씩 끌어들일 때가 종종 있습니다.

(최근에는 러브크래프트 팬이어서 아컴호러를 해보고 싶다고 온 사람도 있었지만 그 사람은 특수 중의 특수...)

그래서 예전부터 늘 "초심자가 오면 하는 게임", 말하자면 "첫단추용 게임"이 있어요.

그것들을 몇 가지 추천해볼까 합니다.

1. 핏 (최소 5인 이상)

5년 전에 처음 모임을 시작했을 때에는, 처음 오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첫게임은 핏이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종치기 게임이기도 하고요.

설명할 때마다 제가 늘 하는 말이 있었죠.

"이거 시작하고 세 번째 판부터 자리에서 안 일어나는 사람 못 봤습니다"

시끄럽고 정신없고 빠른 데다가 끊임없이 손과 팔이 교차하면서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스킨십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전체적으로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흥미를 느끼기에 정말 좋은 게임입니다.

한 번은, 한 사람이 9장 들고 있으면서 교환하려고 내려놓기를 "다섯 장!"이라고 외치기에 제가 대놓고

"그냥 그걸 모으라고!"라고 해서 다들 빵터진 적도 있었다는...... ㅎ

2. 젝스님트(5인 이상)

젝스님트는 초심자용 게임이기도 하지만, 설거지 당번 정하기 게임으로도 일품입니다.

역시나 게임 설명이 아주 쉽고요, 특히 이 게임의 경우는 바람잡이가 있을수록 재미가 급증합니다.

집에서 사람들 데리고 이걸 가르쳐줘서 하는데 여섯 번째 카드를 놓은 사람이 한 줄을 가져갈 때마다

다들 "우오오오", "으아아아"라고 소리를 내었더니 옆집에서 전화와서 무슨 종교집회 하느냐고;;;;

"계산을 너무 해도 뜻대로 안 풀리고, 계산을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망한다"라고 주로 설명합니다만

특히 저는 낮은 숫자 카드로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전략을 자주 써서 사람들에게 악평이 자자합니다. 허허...

3. 해저탐험(3인 이상)

초심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설명하기에 규칙이 약간 복잡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 규칙을 알고 나면 그 다음부터 상당히 재미있어지는 게임이죠.

저는 처음부터 모든 규칙을 가르쳐주지 않고, 일단 기본적인 것들만 알려준 다음에 상황 돌아가는 걸 봐서 추가로 알려주다 보니

첫 게임은 무조건 연습게임이라는 나름의 내규가 있는데요.

이 게임은 그렇게 한 번 해보면 다들 무릎을 치더군요.

일단 먹고 보는 사람과 일단 잠수하고 보는 사람이 같이 만났을 때가 정말 재미있습니다.

둘 다 서로 정반대로 생에 의지가 없다고 놀리는데요 ㅋ

일부러 보물 몇 개 먹고 잠수함 공기만 빼는 플레이어를 가리켜서 석션질한다고 하면서 맹비난을 합니다. ㅎ

본의인 듯 아닌 듯 못된 짓이 가능해서 사람이 웃지 않을 수가 없는 게임이죠.

4. 러브레터(3명 최적)

처음 하는 사람이 시작하자마자 암살자에게 저격당해서 차례를 한 번도 못 가져보고 넋이 나간 얼굴로 앉아있는 걸 보면,

"아, 이제 이 사람은 보드게임을 좋아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응?)

당해 보면 알게 되는 게임의 대표작이죠.

플레이타임이 짧고 회전이 빠르면서 운과 타이밍이 기가 막힌 상황이 곧잘 연출되어 초심자들도 정신없이 게임을 즐깁니다.

귀족 두 장을 손에 든 사람의 표정이 특히 아름다운 게임이죠......

5. 달무티(5-6인/4인)

달무티는 초심자에게 바로 권하기가 약간 어려운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런 클라이밍 게임류에서는 가장 쉬운 게임이죠.

이걸 하고 나면 유수한 명작들(위자드 익스트림, 렉시오, 갱 오브 포, 티츄 등)로 가는 초석이 생기는 거기도 합니다.

저는 항상 이 게임을 설명할 적에 규칙서의 첫 문장을 빼놓지 않고 들려줍니다. "Life is unfair"

지루할 틈이 없게 자리가 자꾸 바뀌는 것도 좋고, 벌칙 정하면 그것 때문에 또 끓어오릅니다.

이렇게 해서 보드게임의 맛이 어떤 건지를 느끼게 된 사람들에게

슬슬 사보타지 딜럭스, 아임 더 보스, 도미니언 등을 권하면서 자연스럽게 끌어올리는 거죠.

그러면 어느 순간 아그리콜라를 내밀어도 "규칙 잘 모르겠는데 일단 해 보자"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ㅎㅎ

*모든 이미지는 보드게임 긱 사이트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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