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게임들 간단 후기와 잡설

EpicW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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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 오전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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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랜드 오스트리아 호텔

첫 플레이의 느낌과 좀 달라진 측면은 있으나, 여전히 좋은 게임입니다. 4인이 너무 루즈한 것은 그냥 2~3인 게임으로 생각하면 되고, 판마다 양상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직원 카드에 따라 달라집니다. 드래프트 룰을 한 번 밖에 적용 안 해봤으나, 좀 더 전략 게임스럽게 바뀌는 측면이 있었네요.

셋 콜렉션 + 주사위 + 일꾼 놓기 + 카드 사용 이라는 재미있는 특징들만 모아놓은 작품이니 평균 이상은 하리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만, 생각하던 것보다 더 나은 작품입니다. 2인은 1시간 안으로 돌릴만한 가벼운 게임으로, 3인은 1시간 30분 ~ 2시간 걸리는 중급 전략 게임으로 괜찮은듯 합니다. 2인과 3인은 서로 다른 맛이 있어서 괜찮은 것 같네요. 촐킨, 마르코 폴로보다 더 가벼운 게임으로 많은 분들에게 추천할만한 작품입니다. 룰도 많지 않고, 플레이 타임도 짧거든요. 확장이 나와주어서 주사위 보정 장치가 나온다면, 좀 더 묵직한 작품이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다만 단점도 없지 않은데, 2인은 상관 없으나 3인이어도 선은 조금 루즈한 느낌이 있고, 운이 꽤나 작용하는 게임으로 무거운 정통 전략 게임을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별로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또한 3원에 6 주사위를 공짜로 쓰고, 1개 더 있는 것처럼 쓰는 직원은 조금 사기인 것처럼 느껴지므로 하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리고 포지션이 가벼운 전략이므로, 좀 더 게이머스 게임으로도 즐겨볼 수 있다면 마르코 폴로를 좀 더 추천드리고 싶네요.

2. 미친 왕 루드비히의 성

마인크래프트, 롤러코스터 타이쿤 등이 흥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죠. 일단 무언가를 가져와서 만들어나간다는 그 자체가 큰 재미를 줍니다. 룰도 그렇게 어려운 편이 아니고, 자기 턴에 해야하는 것도 패스 or 구매 뿐이라 초보자하고 같이 하기도 좋습니다. 보너스 카드와 시작 시 정해지는 총애 타일에 따라서 플레이 패턴이 바뀌고, 할 때마다 다른 성을 만들어나가는 재미가 있어 리플레이성도 괜찮습니다. 전략 게임이라고 보기에는 가볍고, 파티 게임이라고 볼 수는 없고.. 뭐라 설명하기 묘한 게임이에요.

장점은 위에서 언급한 것과, 다 만들고 난 후 뿌듯한 무언가.. 라고 한다면 단점도 있습니다. 이걸 단점으로 봐야할진 모르겠는데, 점수를 내는 것보다 성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재미를 두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때로 그러기도 하구요. 하지만 보드게임과 취미의 존재 이유가 재미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열심히 한다는 전제 하에 승패도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애초에 남 좋으라고 막 하는게 아니기도 하구요.

또한 다른 주요한 단점은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구매, 패스 뿐이고 패스는 왠만하면 안 하는게 좋기 때문에, 게임의 양상 자체가 돈에 맞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사온다는 행위 하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방의 종류, 총애 타일에 따라 각각의 변주가 있긴 합니다만, 케일러스가 랜덤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게임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고 생각한다면, 미친 왕은 할 때마다 새로운 게임을 한다기보다, 저번 게임의 재판을 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그래서 확장사기가 좀 더 고민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3. 스탁 파일

괜찮은 파티성 게임입니다. 사실 전략이라고 보기에는 운의 요소가 너무나도 크고, 간단하게 서로 웃고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적당합니다. 플레이의 상호 작용도 괜찮고, 캐릭터를 쓴다면 전략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구요. 월 가의 늑대들에서 나오는 난장판을 구현했다고 할까요. 게임 하다보면 서로 저 더미가 어떻니, 이 더미는 괜찮니 하는 말이 오갑니다. 물론 그 말에는 근거도 신뢰성도 없지만요.

다만 아쉬운 점은 경매가 좀 바뀌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아니면 급하게 주식을 팔 수 있게 해준다던가요. 돈 없는 사람은 대놓고 찍어누를 수 있는 게임이라.. 물론 어찌보면 그게 테마에 맞는다고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냉정한 자본주의 세계를 구현한 게임이니까요. 한 카피쯤은 가지고 있어도 괜찮은 게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4. 위대한 짐바브웨

상당히 묘한 게임입니다. 처음 사기 전에는 신 카드, 전문가 카드 있길래 신을 숭배하는 게임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운송 게임입니다. 얼마나 물건들을 효율적으로 날라서 기념탑을 올리느냐- 가 게임의 주 목표인 것이죠. 저 같은 경우에는 게임을 로테이션 돌리듯 같은 게임을 연속해서 돌리는 일이 드문 편인데, 짐바브웨가 그 중 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구입 후 4일 동안 4판이 돌아갔네요.

그 중 한 판은 파토가 났고, 한 판은 킹 메이커가 있어서 안 좋은 기억이 나긴 합니다만, 게임이 주는 인상 자체는 상당히 괜찮습니다. 신을 모실거면 언제 모실 것인지, 어떤 신과 어떤 전문가를 조합할 것인지, 남은 라운드는 몇 라운드가 남았는지.. 그야말로 브레인 버닝 게임입니다.

운이라는 요소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에, 게임 자체의 전략성에서 나오는 무게감이 상당합니다. 그런데 처음 하는 제 친구들은 또 하고 싶어하더라구요. 저도 계속해서 생각이 나구요. 어떤 신하고 어떤 전문가를 조합하는게 나을지, 어떤 신은 단독으로 쓰는게 나을지 아닐지..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황혼의 투쟁, 메이지 나이트, 아를의 평원, 갤러리스트 같은 역작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돌려보고 싶은 게임이라고 할까요. 게임 자체가 한 수에 승패가 갈릴 수 있어서, 조금만 변하더라도 게임 전체가 변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미친 왕과 정반대죠. 같은 신, 같은 전문가를 써도 보드가 달라지고, 상대가 쓰는 전문가와 신이 달라지기에 게임이 상당히 역동적입니다.

하지만 모든 게임이 그렇듯 단점이 존재합니다. 게임 외적인 부분이자, 가장 큰 부분은 가격이 비싸서 접근하기가 많이 힘들다는 겁니다. 이 회사가 전체적으로 고가에 저물량 정책을 고집하기 때문인지 구하기도 힘들구요.. 그리고 게임 자체가 상호액션이 심한 것도 그렇고, 전체적인 테마나 게임의 느낌도 그렇고 상당히 취향을 타기 때문에, 체험하지 못 하고 구매하긴 상당히 꺼려질 것 같긴 합니다.

전략적인 게임이기 때문에, 실력차가 확연히 드러나기도 합니다. 특히 이런 류 게임을 처음하게 된다면, 좋아보이는 카드만 막 사다가 상대방이 30분 만에 게임 끝내서 허무할 수도 있구요. 그렇기 때문에 초보자와 한다면 첫번째 플레이는 튜토리얼이라 생각하고 게임의 모든 요소를 보여주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게임 내 구성물은 좋게 말하면 기능적으로 완벽하고, 나쁘게 말하면 너무 소소합니다. 가성비가 떨어져요. 그리고 기존 게임들과 닮은 게임이 없어서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좀 힘든 편입니다. 특히 2차 장인, 운송 관련해서 이해하기도, 설명하기도 힘듭니다. 그런데 그걸 이해하지 못 하면 게임의 밸런스가 흐트러지구요. 이래저래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되지만, 다수에게 추천드리긴 좀 힘든 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전략을 좋아하고, 색다른 게임을 하고 싶다면 꼭 한 번쯤은 해볼만한 게임이기도 하네요. 이 게임이 재미 없으면 Splotter에 미련 두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푸드 체인 거물을 열심히 구하는 중입니다. 언제쯤 구해지려는지....

그리고 요즘따라 계속 생각되는 점이지만.. 보드게임을 처음 접한 때에는 외적인 부분에 관심이 갔었습니다. 구성물이 얼마나 충실한지, 가격은 얼마나 되는지, 인원은 몇 명까지 되는지.. 그러다가 어느 기점부터 이 게임은 얼마나 재미있는지, 후기는 어떤지, 룰은 어떤지, 주변 사람들과 같이 할만한 게임인지.. 그런 것을 보게 되었었구요. 요즘들어 계속 드는 생각은 다시 외적인 부분입니다. 누구랑 같이 하는지, 게임 세팅을 어떻게 간결하게 할지, 설명은 어떻게 해야 잘 할지.. 세팅이 게임 내용에 비해서 쓸데없이 번잡하면 전체적으로 산만해지는 느낌입니다. 세팅이 편하고, 트레이나 오거나이저가 있으니 게임 내적으로 훨씬 더 집중이 잘 된다고 할까요. 물론 못난 플레이어가 세팅 탓 하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만 ^^..; 설명을 어떻게 해야 모두가 잘 이해해서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을지도 걱정거리구요. 사람이 제일 큰 고민거리인데, 같은 게임을 해도 마음에 안 드는 사람과 하면 재미가 급감합니다. 반대로 그렇게 좋아하는 게임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사람들만 있다면 웃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구요.

거기다 보드게임 자체가 하면 할수록 어떤 게임을 하느냐- 가 문제였다가, 누구와 게임을 하느냐-가 문제로 바뀌어가는듯 합니다. 옛날에는 황혼의 투쟁이나 아를의 평원 같은 취향 게임이라면 누구와 하든 상관없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사람에 따라 게임의 호불호가 갈린다고 할까요. 물론 어느 사람과 하든 더 좋아하는 게임을 하는게 낫긴 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시타델 6시간 플레이.. 이런건 할 수 없긴 합니다만 ^^; 참 고민거리가 많아집니다. 세상에 저와 성격, 취향 맞는 사람만 있고, 제 성격이 모난 데 없어서 모두와 잘 어울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또 아니니 힘드네요.

특히나 요즘따라 보드게임에 입문하는 친구들과 자주 하니 더욱 그런 점이 크게 느껴지는 듯 합니다. 친절하고 예의 바른 친구들도 많지만, 게임을 막 다루고 "얼마 한다고 게임 가지고 그러냐" 거나, "니가 게임 들고 오면 해줄게" 라거나, 룰 설명은 카톡하고 폰 게임 하느라 안 듣다가 "너 혼자 그렇게 이기고 싶냐" 라거나, 첫 판에서 이겼다고 "넌 게임 가지고 있으면서 나한테 왜 지냐, 어차피 질 걸 왜 가지고 있냐" 라거나.. 많은 사람들이 그러는건 아닌데, 저런 경우가 마음에 더 남으니 참 힘든 것 같습니다. 다들 서로 존중하고 재밌게 하면 좋을텐데, 그게 그렇게 힘든건가 합니다. 대다수는 안 그러니 다행이긴 하지만요. 거기다 요즘은 슬럼프인지 리뷰도 몇 개 묵혀두고 있고, 플레이하고는 싶은데 정작 만나서 설명하긴 좀 피곤하고.. 좀 재충전의 시기인 것 같기도네요.

잠이 안 와서 시작한 글이 좀 길어졌습니다. 약간 비몽사몽인데, 어찌저찌 쓰려니 글이 두서가 없네요. 리뷰에서 시작한 글이 푸념으로 끝났습니다 -_-; 정리 안 된 글 읽느라 고생 많으셨고,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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