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 쿼리도 리뷰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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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6 오후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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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1997

인원 : 2인 또는 4인 (3인은 비추)

난이도: 1/10

언어 의존도: 0/10

플레이타임: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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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과 할 수 있는 게임을 추천해주세요!>

이런 요청을 자주 받곤 합니다. 협력게임 하나비부터 악랄한 카후나까지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추천해왔지만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은 게임이 있었죠. 바로 쿼리도입니다.

초급자에게 추천하기 위한 3 조건(난이도 / 플레이타임 / 언어)을 충족하고 있는데도 추천할 수 없었던 이유는... 룰은 잘 알면서도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름 보드게임 경력 10여년차인데 스스로에게도 놀랐네요. 어제 보드게임 아레나에서 여자친구와 쿼리도를 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두 세판 해본 것만으로도 쿼리도가 어떤 게임인지, 누구에게 추천하면 좋을지 감이 오더군요.

규칙이 정말 쉽기 때문에 간략하게만 알아보고 바로 감상으로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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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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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리도는 정말 배우기 쉽습니다. 플레이어들은 각자 벽을 챙긴 뒤 자신의 기물을 자기 앞 중앙에 놓습니다.

요렇게 말이죠.

자기 차례가 되면 두 가지 행동 중 하나를 할 수 있습니다.

1. 이동하기

자신의 기물을 상하좌우로 한칸 움직일 수 있습니다. 벽은 통과할 수 없으며 이동한 위치에 상대방 기물이 있다면 점프하여 건너 뛸 수 있습니다. 이때 점프하여 도착한 곳에 벽이 있다면 상대방의 기물 좌/우 중 막히지 않은 장소에 대신 착지할 수 있습니다.

2. 벽 설치하기

자신에게 주어진 벽 중 하나를 보드 위에 설치합니다. 2칸 길이이기 때문에 정확히 2칸에 맞추어 설치해야 합니다. 애매하게 걸치면 안된다는 뜻이죠. 또한 설치하는 벽이 상대방을 고립시켜선 안되며, 상대방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길을 완전히 봉쇄할 수도 없습니다.

위 두 개의 행동 중 하나를 취하며 진행하다가 상대방 쪽 마지막 줄에 도달하면 이깁니다.

정말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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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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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 불여일견. 어떠한 게임인지 경험자의 반응을 볼까요?

네~ 처음으로 "죽는다"는 소릴 들어봤네요. 다투어도 조곤조곤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스타일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쿼리도는 그 정도로 악랄한 게임입니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룰을 읽어보면 "이게 그렇게 악랄해?" 싶겠지만 사실입니다. 동갑내기 친구랑 했으면 따귀를 그냥!!!

전투적인 성향을 가진 커플이 이 게임을 한다면, "다시 해!"라는 외침을 끊임없이 듣게 될 것이요. 온순한 성향을 가진 커플이 이 게임을 한다면, 한쪽은 뾰로통 해지고 한쪽은 어르고 달래는 모습을 보게 되겠군요... 어쨌든 쿼리도는 세 가지 흥미로운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1. 효율 싸움

한마디로 쿼리도를 요약하자면 "내 움직임은 줄이고 상대방 움직임은 늘리는 수 싸움 게임"입니다. 가볍게 한다면 "상대방을 빙 돌아가게 한다" 정도로 하하호호 웃으며 하는 파티게임 정도로 치부할 수 있지만, 실력 좋은 플레이어들은 벽 하나 설치하며 "최소 이만큼 상대방의 턴을 지연시켰다"고 계산을 합니다. 온라인엔 상대방의 움직임을 최대한 질질 끌려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벽을 설치 안하다가 아주 중요한 순간에 길을 막아버리는 악랄한 인간(....제가 그랬습니다)들도 수두룩 하죠. 4인플일 땐 변수가 많아 정확한 계산이 힘들겠지만, 2인플에선 상대방과 내가 골까지 도달하는데 필요한 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밀고 당기기를 하는 점이 아주 재밌습니다.

2. 벽을 활용하는 방법

쿼리도의 벽은 상대방을 방해하는 용도입니다. 그런데 두번째 용도가 있어요. 상대방이 날 방해할 곳에 한발 먼저 설치하여 활로를 뚫는 것이죠. 물론 상대방도 같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먼저 길을 잘라버리느냐 / 아니면 일단 내 기물을 움직이며 타이밍을 재느냐 하는 심리전도 상당히 쫄깃 합니다. 첫 판에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는데, 두번째 판에 깨달으며 쿼리도의 재미를 한층 더 느꼈죠.

3. 상대방 말을 활용하는 방법

이걸 한타싸움(?)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게임 도중 상대방을 뛰어넘을 기회가 1~2번 정도 찾아옵니다. 이 점프는 대단히 중요한데요. 한번에 2칸을 움직이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좁은 골목에서 상대방을 만나면 일부러 상대방이 돌아다닐 지역에 벽을 설치하고, 괜히 느릿느릿 움직이며 상대방이 먼저 제게 다가오길 기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상대방이 같은 전략을 쓰면 극도의 눈치싸움으로 변하겠죠? 4인플에선 심리전이고 뭐고 난타전이 될 확률이 높겠지만, 이렇게 상대방 주변에 뚝딱뚝딱 벽을 설치해가며 제게 다가오도록 끌어들이는 소소한 재미도 있더군요.

전 규칙이 단순할 수록 깊은 재미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디자이너 시드색슨이 가장 제 성향에 가깝겠네요. 쿼리도는 딱 그런 게임입니다. 간단한 게임이니까 적당~하게 즐기면 딱 그만큼의 재미만 나오지만, 한 수가 얼만큼의 차이를 벌려놓는지 차분하게 생각하며 상대방과 겨루면 정말 재밌습니다. "아직 막진 않겠지" 하며 움직였는데 곧바로 막히면 말 그대로 "윽!!" 소리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한수로 인해 유리한 상황이 역전되면 자연스럽게 끙끙대며 고민해야 하죠. 단 한수로 인해 게임의 뒤집어지는 그 점이 아주 재밌더군요. 반대로 제가 둔 한수로 상황을 역전시키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구요.

대놓고 서로를 공격하며 밀고 당기는 줄다기리 싸움에서 큰 재미를 느끼는 플레이어들이라면 쿼리도는 취향에 딱 맞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게임 가격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쿼리도가 거의 4만원이나 합니다. 콤포넌트의 퀄리티가 너무 뛰어난 바람에 이런 가격이 책정된 것 같은데... 게임 자체는 재밌지만 그 재미를 위해 4만원이나 투자를 하라곤 못하겠습니다. (비슷한 게임으로 캔트스탑이 있습니다. 게임에 비해 가격이 말도 안되게 세요.) 쿼리도 미니는 약 3만원 정도 하는데 휴대성이 높아졌더라도 역시 좀 세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죠.

게임을 구입하시기 전에 어떤 게임인지 꼭 해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설명만 듣고 4만원이나 하는 매끈한 목재 쿼리도를 지르는건 좀 아니라 보거든요. 4만원이면 남녀노소 두루두루 재밌게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보드게임을 하나 살 수 있는 가격입니다. 작은 게임이라면 2~3개까지 살 수 있는 가격이구요. 보드게임아레나(www.boardgamearena.com) 에서 무료로 해볼 수 있으며, 정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칸이 그려진 종이에다가 사인펜으로 그어가며 해봐도 좋습니다. 취향에 맞는지 먼저 해보세요.

어쨌든 친구/애인과 한 판 해보고 "아 진짜! 야! 너 죽을래? 이거 끝나고 다시 해!" 라는 말을 듣는다면 좋은 쿼리도 파트너를 찾은 셈(?)입니다.

다음 판에 독기를 품고 길막을 시전하는 파트너를 향해 받아쳐주세요.

"아 나도 나지만 이건 너무한거 아냐? 이거 끝나고 한판 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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