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 중세 아카데미 - 리뷰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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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3-16 오후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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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2014

인원: 2-5인 (4인 최적)

난이도: 2/10

언어: 0/10

플레이타임: 30분

분류: 드래프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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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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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한가지 미리 말해둘게 있습니다. 전 얼마전까지 "드래프팅 = 카드를 한장 골라 옆으로 넘기는 방식" 이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분의 조언으로 드래프팅이란 후보군에서 하나를 골라가는 개념이라는걸 배우게 되었죠. 즉, 도미니언도 드래프팅 게임입니다. 이후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드래프팅을 더 넓은 시각으로 보려고 하지만 역시 한번 생긴 선입견은 좀처럼 바꾸기가 어렵네요. 티켓투라이드가 드래프팅군에 속한다는 이야기를 들을때면 아직도 너무나 어색합니다.

어쨌든 이 개념을 깨닫기 전까지 제겐 "카드 드래프팅"하면 떠오르는 트로이카가 있었습니다. 바로 스시고 / 페어리테일 / 세븐원더스 였죠. 지금껏 스시고 & 페어리테일 & 세븐원더스야 말로 드래프팅 계의 삼대장이라 믿어왔으며 많이들 그렇게 생각해왔지만, 2014년 중세 아카데미라는 새로운 초신성이 등장합니다.

유명한 보드게임 리뷰어 톰바셀 & 지 가르시아 / 보드게임긱(리뷰어) / 보드게임브라울 / 드라이브쓰루 등이 리뷰했으며 극찬에 가까운 호평을 내린 작품이지요. 당연히 보라에서도 근근히 언급되는 그런 게임이 될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소리소문없이 지하 3000m 로 처박히며 "중세 아카데미? 그거 뭐임?" 하는 정도로 끝나버렸죠. 실제로 플레이 후기도 딱 하나... 저 뿐입니다 -_-;; (찾아보니 양철나무꾼님께서 한줄 평을 남기셨네요)

아무도 모르는 중세 아카데미. 일단 규칙을 가볍게 살펴보고 감상으로 넘어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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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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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자체는 상당히 간단합니다. 게임이 시작되면 중앙에 7종의 보드가 깔리게 되며 각 보드는 기사가 되기 위해 들어야 하는 수업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모든 플레이어는 각 보드의 시작지점에 자신의 색깔 디스크를 올려놓습니다. 숙련도 같은 개념이죠.

그리고 각자 5장의 수업카드를 받아들면 카드 선택단계가 시작됩니다.

1. 사용하고 싶은 수업카드 한장을 선택 한다.

2. 선택한 카드를 자신의 앞에 비공개로 내려놓는다.

3. 손에 남은 카드를 옆으로 넘긴다.

4. 1~3번을 5번 반복하여 총 5장의 카드를 선택한다.

위와 같이 했다면 자신의 앞엔 총 5장의 카드가 비공개로 놓여있어야 합니다. 이제 카드 사용단계가 시작됩니다.

1. 선부터 차례대로 한장씩 사용하고 싶은 카드를 공개합니다.

2. 해당 카드를 확인한 뒤, 해당 보드에 놓여진 플레이어의 디스크를 숫자만큼 올립니다.

3. 돌아가면서 총 4장을 사용할 때까지 1~2번을 반복합니다.

4. 각 플레이어는 마지막 남은 한장을 버립니다.

이렇게 카드사용 단계가 끝나면 공주보드부터 시작하여 각 보드별로 스코어링 조건을 확인하여 점수 토큰을 분배합니다. 이제 새로운 카드를 5장 받고 반대방향으로 드래프팅을 시작합니다. 이렇게 총 6라운드를 반복하고 게임이 종료되었을 때,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사람이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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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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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아카데미엔 눈여겨 봐둘만한 점이 두 개 있습니다.

1. 보드 별로 모두 다른 특징

각 보드는 다양한 형태의 특징과 점수 계산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주보드 같은 경우 등수에 따라 토큰을 추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능력을 주며, 기사 보드에선 1,2,3 등에게 승점을 차등 지급하고, 자선 보드에선 가장 야박한 사람(꼴찌)에게 감점을 먹이기도 합니다. 게임이 끝나고나서야 디스크의 위치에 따라 승점을 지급하는 보드도 존재하죠. 게다가 일부 보드는 라운드 3이 끝나면 해당 보드 위 모든 플레이어들의 디스크를 초기화 시켜 새로운 경쟁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모든 보드는 양면인데다 모두 효과가 달라서 어떤 방향으로 놓고 게임을 하느냐에 따라 제법 독특한 재미를 주지요.

2. 동점일 때 승자 결정법

중세아카데미에선 동점이란 개념이 없습니다. 만약 두 개의 디스크가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면, 위에 올라온 쪽(더 늦게 도착한 쪽)이 밑에 있는 사람을 이긴 것으로 판정합니다. 즉, 성큼성큼 앞서나갔는데, 뒤따라온 플레이어에게 밟히면 등수에서 밀리는 억울한 상황이 자주 나오게 되지요. 이 간단한 규칙 하나 때문에 레이스 경쟁도 모자라 카드를 내려놓는 타이밍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위 사진은 각 보드의 뒷면 사진입니다. 백기사 & 흑기사 보드가 하나로 이어진 디자인도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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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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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은 스시고와 세븐원더스의 중간에 위치한 절묘한 게임이라 평합니다. 저 또한 중세 아카데미를 하는 내내 두 게임을 동시에 떠올렸으며, 게임을 하는 내내 스시고만큼 쉬우면서 세븐원더스만큼 재밌다고 생각했지요. 초보자에게 들이밀기 아주 좋은 게임 중 하나입니다. 자, 위에서 중세 아카데미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바로 개성있는 보드와 타이브레이커 시스템이었죠? 저 개인적으론 이 두 개가 없었더라면 중세 아카데미는 스시고보다 못한 게임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각각의 장점을 좀 더 살펴보자면....

1. 독특한 보드들

다양한 점수내기 방법도 흥미롭지만 전 라운드 3 이후에 디스크 위치가 초기화 되는 일부 보드를 가장 신선하다고 생각합니다. 드래프팅 게임에서 보통 한 종류의 자원/점수를 독식 당하면 게임 내내 끌려다니는 일이 많은데, 중세 아카데미에선 질질 끌려다녀도 다른 보드에 꾸준히 투자하면서 "이따 초기화 되면 두고 봐라..." 하고 이를 바득바득 갈며 재기를 노릴 수 있습니다. 게임 종료시에 크게 점수를 주는 곳에 꾸준히 투자를 할 것인지, 작지만 꾸준히 점수를 주는 곳에 꾸준히 투자를 할 것인지... 여느 게임과는 달리 디스크를 통해 직관적으로 현재 상황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다양한 고민거리도 상당한 재미를 줍니다.

2. 타이브레이킹 싸움

중세아카데미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타이브레이킹 싸움입니다. 동점이라는 개념이 없는 게임 특성상, 상대가 가진 3과 내가 가진 3은 "언제 내느냐"에 따라 힘의 가치가 다릅니다. 다른 플레이어에게 밟히는 순간 1등을 내어줘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눈치를 보며 한턴이라도 늦게 내려고 발버둥을 쳐야하죠. 문제는 이렇게 고작 4장만으로 "한템포 늦게 내기" 싸움을 해야하며 게임 내내 총 7군데나 견제 해야하기 때문에 계속 괴로운 고민거리를 안겨줍니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따라잡히면 "크헉!!" 소리가 절로 나오죠. "동점의 경우 늦게 온 사람이 이긴다"는 규칙 하나... 이 작은 규칙 하나가 수많은 레이스 속에서 카드 타이밍까지 고려하게 만드는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해요.

전체적으로 상당히 가볍고 재밌는 카드 드래프팅 게임입니다. 전체적으로 스시고처럼 아주 간결하면서 세븐원더스처럼 다양한 재미를 주고있죠. 누군가에게 카드 드래프팅 게임을 가르쳐야 한다면 스시고 & 페어리 테일 & 세븐원더스 보다도 중세 아카데미를 먼저 고르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은 게임이라곤 생각하지만... 모든 보드게임 리뷰어들이 이 게임을 호평하는걸 보고 있노라면 조금 고개가 갸우뚱 합니다. 분명히 보드게이머들이 싫어할만한 요소가 여기저기 산재하고 있거든요.

1. 약하디 약한 테마

테마는 최고의 기사가 되기 위해 각각의 수업(보드)을 듣는다는 컨셉인데... 사실 게임내내 전혀 와닿지 않습니다. 스시고는 회전초밥을, 세븐원더스는 발전&전쟁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조금이라도 테마를 입혔다지만 중세 아카데미는 아무리봐도 테마가 약합니다. 누군가 "중세 아카데미는 정말 짙은 테마 냄새가 나!" 라고 한다면... "뻥치고 있네 ㅋ" 싶을 정도로요. 물론 중세시대를 그린 아트워크가 예쁘긴 하지만 압도적인 퀄리티는 아닙니다. 테마를 매우 중시하는 분이라면 이 게임은 테마를 물풀로 처덕처덕 발라댄 어설픈 게임처럼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2. 시스템의 태생적인 한계

모두가 아시겠지만 전 주사위 게임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아무리 멋지고, 훌륭하고, 짜릿한 게임이라도 "그런데 주사위로 전투를 해 ㅋ" 라고 한마디만 하면 급정색을 하죠. 중세 아카데미도 마찬가지입니다. 카드 드래프팅이라는 시스템 자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시는 분이라면, 그 누가 이 게임을 칭찬한들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게임일 뿐입니다. Boardgamegeek 유튜브 채널에서 이 게임을 플레이 하고 리뷰한 적이 있는데 Aaron 이라는 게이머는 "정말 나랑 안맞는 게임이야. 그냥 재미가 없어." 라고 가혹한 평을 남겼습니다. 함께 했던 3명의 리뷰어들은 "괜찮은 게임인데? 니 취향에 아닌가보다" 며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평소에 드래프팅에 재미를 못느끼신다면 이 게임은 피하세요.

3. 깊이의 한계

만약 세븐원더스가 아직까지 확장이 없었더라면 세븐원더스와 비등비등한 싸움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단, 게임성 vs 게임성이 아니라 게임성 vs 편의성의 대결구도에서요. 중세 아카데미는 세븐원더스엔 없는 장점들(쉬운 아이콘 / 쉬운 플레이 / 짧은 플레이 타임) 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성은 비슷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세븐원더스가 이미 쟁쟁한 확장들을 확보한 지금, 중세 아카데미는 깊이면에 있어 세븐원더스에 상당히 밀린다고 느낍니다. 이 게임을 주변에 소개할 때도 "세븐원더스만큼 재밌다"는 평은 있었을지언정, "세븐원더스보다 뛰어나다"는 평은 없었습니다. 게임이 가진 깊이의 차이겠지요.

다만 언젠가 친구에게 게임을 소개해준 뒤 한참 지나고 나서, "세븐원더스는 팔고 중세 아카데미를 남겼어" 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세븐원더스를 부담스러워 하더라. 비슷하면서도 쉬운 중세 아카데미를 더 좋아했어." 였습니다. 게임성이 아닌 편의성의 승리였던거지요. 중세 아카데미가 세븐원더스를 이긴 특이한 케이스인만큼 너무 귀담아 듣진 마세요. 세븐원더스의 다양한 재미 / 깊이에 큰 재미를 느끼고 스시고의 단순함에 크게 실망하신 분들이라면 중세 아카데미 또한 실망할 확률이 높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전 스시고가 너무 단순하여 크게 실망했던 사람 중 하나인데, 중세 아카데미만의 특징 때문에 썩 괜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