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7. 파워그리드 리뷰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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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6 오전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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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04년

게임 타입 : 경제게임, 경매게임, 자원관리게임, 네트워크빌딩게임

플레이 타임 : 120분

플레이 인원 : 2 ~ 6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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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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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이 지나가는 지금도 보드게임긱 랭킹 20위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 명작, 파워그리드를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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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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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그리드는 매 라운드마다 발전소 구입 – 자원 구입 – 도시 건설 – 전력 공급 – 수입의 단계를 반복하는 간단한 경제게임입니다. 그러나 게임에서 이기기란 쉽지 않죠.

모든 발전소에는 소비 자원 및 전력 공급이 가능한 도시의 수가 그려져 있습니다. 높은 번호일수록 발전소의 효율이 훨씬 뛰어납니다. 발전소는 총 8개가 공개되며 언제나 오름차 순으로 배열 됩니다. 플레이어는 위에 놓여진 4장의 발전소를 두고 경매를 하며 자신이 가진 발전소를 더 좋은 것으로 바꾸어나가게 됩니다. 단, 예외적으로 ‘3단계’라고 불리는 게임 후반부에 이르면, 경매장에 나오는 발전소의 수는 6개로 줄게 되며 모든 발전소가 경매의 대상이 됩니다.

재미있게도 파워그리드엔 두 가지 턴 진행 방향이 존재합니다. 발전소 경매는 도시를 많이 보유한 사람부터 (파랑-검정-초록) 순서대로 시작하며, 자원 구입 및 도시 건설은 도시를 적게 보유한 사람부터 순서대로 시작합니다. 이로 인해 뒤쳐지는 플레이어는 자원의 구입과 도시 건설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할 수 있게 됩니다. 선두 플레이어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거죠.

파워그리드에는 시장의 원리가 잘 녹아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급은 한정되어 있고 수요는 늘어나기 때문에 자원의 값이 점차 올라갑니다.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시스템이죠. 이 때문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과 겹치지 않도록 언제 어느 타이밍에 발전소를 교체하는가도 중요하며 자원을 미리 사재기하여 상대방에게 압박을 주는 행동도 상당히 가치가 있습니다.

이렇게 자원을 구입하면 각 발전소에 자원을 보관할 수 있으며, 각 발전소마다 소비량 x 2 만큼 자원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언제 가격이 뛰어오를지 모를 자원을 사옴으로써 돈 절약 및 사재기 전략을 통해 상대방을 괴롭히거나, 경쟁이 심화될 미래를 대비하여 미리 자원을 쟁여둘 수 있습니다.

도시를 건설하고 난 뒤 전력 공급 단계가 시작되면 자원을 소비하여 수입을 벌어들입니다. 요약표를 보고 수입을 받아가면 되며, 이렇게 소비된 자원은 시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원 공급처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현재 시기(1단계-2단계-3단계)에 따라 제한된 양의 자원만 다시 시장에 돌아옵니다. 이렇게 일련의 흐름을 반복하다가 게임 종료 조건 (도시 17개 이상)이 달성되면 그 순간 보유하고 있던 자원으로 최종 전력을 공급합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도시에 전력을 공급한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동점일 경우 돈이 많이 남은 사람이, 그것도 동점이라면 도시를 더 많이 지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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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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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그리드는 프리드만 프리제의 대표작이라 불려도 손색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보드게임입니다. 나온지 12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보드게임긱 랭킹 18위라는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죠. 파워 그리드는 어째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일까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꼽고 싶습니다. 첫째는 물 흐르듯 진행되는 자연스러운 진행이요, 둘째는 확고한 매니아 층을 형성할 수 있는 게임 운영방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전소 & 자원 & 돈을 절묘하게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승자 결정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파워그리드의 진행은 굉장히 매끄럽습니다. 발전소 구입 -> 자원 구입 -> 도시 건축 -> 전력 공급 -> 수입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흐름입니다. 물론 일부 단계는 선부터 시작하고 일부 단계는 꼴찌부터 시작한다던가, 3단계가 시작되는 카드가 언제 나오느냐에 따른 발전소 시장 처리 방법이 다르다던가 하는 자잘한 귀찮음은 존재하지만 게임의 진행을 크게 해치진 않습니다.

보통 초보자들이 게임을 배우는데 있어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언어와 선택의 장벽이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 점에 있어 파워 그리드는 양쪽 모두 게임에 접근하기 쉽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 내내 영어를 마주치는 일은 없으며 매 차례마다 ‘발전소를 산다/안산다’. ‘자원을 산다/안산다’, ‘도시를 짓는다/안짓는다’, ‘전력을 공급한다/안한다’ 식으로 비교적 단순한 선택지를 주기 때문에 타 유로게임에 비해 비교적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죠.

물론 그렇다고 하여 모든 사람이 파워그리드를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이 가진 독특한 게임 운영방식 때문이죠. 파워그리드는 계산으로 시작하여 계산으로 끝난다고 해도 좋을만큼 발전소의 시세, 자원의 가격, 도시를 짓기위한 비용, 이번 턴에 들어오는 수입 등을 쉴틈없이 계산해야 합니다. 예상치 못한 지출은 곧 1달러가 부족하여 자원을 사지 못하거나 건물을 짓지 못하는 등 뒤쳐지게 만드는 요소가 되거든요. 특히나 자원의 수요에 따라 시장 가격이 변동되거나 종료 타이밍이 언제 올지 항상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꼴찌가 먼저 자원을 싸게 구입하고 건물을 짓는다는 재밌는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꼴찌가 선두와의 격차를 금방 따라잡을 수 있기도 한 것이 파워그리드 입니다. 게임 내내 끊임없이 엎치락 뒤치락 다툼이 벌어지기 때문에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손익을 계산을 합니다. 모두가 열중해서 돈을 계산하는 이런 분위기는 건조한 테마보다 더욱 큰 호불호를 낳게 되죠.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모든 확장 뿐만 아니라 디럭스 및 곧 출시될 파워그리드 카드게임에도 큰 관심을 보이지만 정말 싫어하는 사람은 본판만으로 만족하거나 아예 첫 플레이 직후에 팔아치워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게임의 종료 조건이 상당히 매력적이고 독특합니다. 누군가 17번째 혹은 그 이상의 건물을 짓게 되면 게임은 종료되며 그 순간 가지고 있던 자원으로 최종적인 전력 공급을 하게 됩니다. 이때 가장 많은 전력을 공급한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하죠.

처음 파워그리드를 접하는 분들은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감을 잡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게임의 종반에 이르게 되면 이러한 승리조건이 무엇을 뜻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바로 발전소 / 자원 / 도시의 절묘한 밸런스 입니다.

발전소가 뛰어나 20개가 넘는 도시에 전력을 쏟아 부을 수 있더라도 자원이나 도시가 부족하면 그만큼 효율성이 떨어지며 게임에서 패배하게 됩니다. 자원이 넘쳐나도 낙후된 발전소를 가지고 있거나 도시가 지나치게 많다면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없어 패배합니다. 도시가 넘쳐나도 발전소가 부족하거나 미리 쌓아둔 자원이 없다면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지 못해 게임에서 패배합니다. 돈이 아무리 넘쳐나도 발전소/자원/도시가 부족하다면 전력을 공급한다는 궁극적인 목적을 잊은 셈이니 게임에서 패배합니다.

결국 충분한 발전소, 충분한 자원, 충분한 도시가 충족 되어야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완벽한 밸런스를 찾기 위해 끊임없는 계산을 반복하게 되는거죠. 게다가 똑같은 전력을 공급하며 게임이 끝나는 일이 자주 벌어지기 때문에 1~2달러를 더 절약한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하는 일도 종종 벌어집니다. 이렇게 ‘전력은 똑같이 공급했다. 그러나 돈이 약간 부족해서 이기지 못했다.’는 억울함(?) 때문에 자꾸만 파워그리드로 돌아오게 됩니다.

위에서 파워그리드는 극단적으로 좋아하거나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저는 중간정도에 위치해 있습니다. 언제든지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찾아서 하지는 않는, 혹은 파워그리드 자체에 아무런 애정이 없다고 봐도 되죠. 자, 그럼 제가 파워그리드를 통해 가지는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1. 강렬한 초반과 후반. 그러나 미묘한 중반.

파워그리드의 초반과 후반은 상당히 재밌습니다. 그러나 중반부가 조금 미묘하게 느껴져요.

초반엔 자신의 건물을 열심히 확장하고 발전소를 개량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게다가 한 지역마다 하나의 도시만 들어설 수 있기 때문에 누가 먼저 좋은 위치를 선점하느냐로 눈치싸움을 벌이죠. 후반엔 언제 끝날지 모를 게임을 위해 부족한 자원을 열심히 사재기하며 상대방을 견제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도시는 충분한가? 자원은 충분한가? 발전소의 화력은 충분한가? 동점일 경우 돈으로 승리할 수 있는가? 등 열심히 계산을 하며 서로 눈치를 보죠.

그러나 중반엔 이러한 견제가 조금 덜해지는 타이밍이 옵니다. 지역마다 2명의 플레이어가 건물을 건설할 수 있기 때문에 자리 싸움은 초반에 비해 비교적 널널해지는데다, 지금 당장 발전소 구입에 열을 올리거나 자원을 사재기 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발전소 / 자원 구입에 열을 올리지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 자원이 불필요한 풍력 발전소를 두고 벌어지는 불꽃 튀는 경매말고는 야금야금 도시를 늘려나가는 행동을 반복하기만 하죠. 개인적으론 이렇게 긴장감이 떨어지는 중간 구간이 제법 지루하게 느껴지더군요.

2. 실수를 찾기가 힘들다.

보통 게임이 끝나면 ‘아, 그때부터 망했구나’ 하고 어느 정도 실수한 부분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과 함께 수를 되짚어 보는것도 소소한 재미 중에 하나죠. 푸에르토 리코, 오부족, 아그리콜라, 버건디의 성 등이 그런 좋은 예입니다. 그런데 파워그리드 만큼은 게임에서 지더라도 ‘무엇이 악수였는가?’를 알아내기가 굉장히 힘들게 느껴집니다.

좋은 예인진 모르겠지만 이런 회색 띠 같은 느낌입니다. 분명 어떤 계기로 인해 점점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아주 조금씩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 정확한 시점을 알기가 꽤 힘든거죠.

만약 발전소 구입에서 실수가 있었다면 어떤 발전소가 문제였던건지, 자원을 지나치게 구입했다면 언제 어느 타이밍에 구입한 것이 실수였는지, 무리한 도시 확장이 문제였다면 어느 지점의 도시가 문제였던건지… 모든게 아리송할 뿐입니다. 모든게 너무 부드럽게 흘러가기 때문에 돌출된 부분을 찾기가 힘든데다, 설령 꼴찌가 되더라도 시스템 자체적으로 꼴찌들에게 힘을 얹어주기 때문에 금방 경쟁에 합류하게 되거든요.

이렇기 때문에 게임이 끝나도 ‘다음엔 조금 더 돈을 절약해야지’ 라는 생각만 들 뿐 ‘OOO을 고쳤더니 실력이 더 늘었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습니다. 만약 이것을 볼 수 있다면 보다 큰 재미를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3. 결국 후반에 모든 것이 달렸다

시스템적으로 꼴찌를 밀어주기 때문에 게임을 포기하는 낙오자가 없다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게임 종반에서 선의 실수로 인해 낙오되어야 했을 사람들이 게임을 역전하는 일이 종종 벌어집니다. 발전소 / 자원 / 도시를 모두 균형있게 유지해야 하는 게임 특성상, 선두권 플레이어가 살짝만 실수해도 역전을 허용하게 되거든요.

물론 이 ‘꼴찌 버프’를 이용하여 게임 내내 중하위권을 유지하다가 마지막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는게 파워그리드의 전통적인 전략(?) 이라곤 하지만, 2시간에 가까운 노력과 정성이 마지막의 1~2라운드 때문에 모두 허공으로 사라지며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걸 보는건 꽤나 황당하고 씁쓸한 일입니다. 때문에 초중반에 비해 후반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밸런스가 조금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앞으로 언급할 일부 보드게임 게임들이 그렇듯 파워그리드는 제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는 게임 중 하나입니다. 괜찮은 게임이지만 전혀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죠. 중반이 조금 지루하다는 점과 게임 후반이 지나치게 중요하다는 점 때문에요. 책장에 다소곳이 꽂힌채 초~중수 보드게이머들을 기다리며 거의 눈길조차 받지 못하는 비운의 게임들 중 대표 주자이기도 합니다.

물론 파워그리드가 기본 이상의 재미는 주지만 다른 게임을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며, 여러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중고 시장에 내놓을 정도는 아닙니다. 그저 경매 + 경영의 조합이 괜찮은데다 꼴찌를 밀어주는 시스템이 괜찮다고 생각하여 기념비적인 게임으로 보관하고 있죠. 마치 첫 협력게임으로 잘 알려진 반지의 제왕처럼요.

다양한 파워그리드 확장 맵이 존재하고, 다양한 특수 발전소 카드도 존재하며(두 번 해봤는데 두 번 모두 최악의 경험이었습니다), 디럭스 버전도 나온데다, 파워그리드 카드게임이 나올 정도로 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저는 여기에서 파워그리드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급과 수요를 게임으로 구현한 점이나, 꼴찌를 밀어주는 시스템, 조금씩 꾸준히 발전소와 도시를 발전시켜나가는 재미까지. 분명 지금봐도 괜찮은 게임이예요. 그러나 14년이라는 시간동안 더 뛰어나고 재밌는 게임들이 많이 태어났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 이상 파워그리드를 파고들 것 같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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