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싶어 (샀기에) 쓰는 리뷰4: 블루문 시티

yoo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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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0 오후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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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여러분은 믿고 읽는 작가나 믿고 보는 영화감독이 있으신가요? 혹은 믿고 보는 배우가 있으신가요? 저는 소설이나 영화를 크게 좋아하지는 않아서, 두 질문에 이렇다 할 대답을 가지고 있지는 못합니다(꼽자면 장르 정도만). 그러나 즐겨 읽는 만화나, 직업상 접하는 학술논문의 경우는 믿고 읽는 저자가 존재합니다. 어떤 취미를 좋아하게 되면 좋아하게 될수록 더 깊이있게 들어가게 됩니다. 그 결과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되죠. 취향은 장르나 회사일 수도 있지만, 그 물건의 '제작자'일 수도 있죠.

보드게임 역시 접할수록 취향을 점차 알게 되는데요, 작가로 따지자면 저는 '라이너 크니지아'씨의 게임은 일단 관심이 갑니다. 요새는 신작이 뜸하지만 워낙 다작을 하셔서 고전 게임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맛도 있구요. 좋아하는 이유는 복합적이어서 말하기가 어렵습니다만... 저는 처음 보드게임을 하는 사람들이랑도 많이 하는 편이라 그런지 같은 게임을 같은 사람들이랑 많이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만 해보고 남들은 처음인 게임을 플레이하는 일이 잦은데요. 처음하는 사람이 절대 숙련자를 따라갈 수 없는 게임은 피하는 편입니다(+너무 전략적이거나 무거운 게임은 설명하기 싫어서도 피하구요ㅋㅋ). 그런데 크니지아씨 게임은 제가 거의 못 이기는 게임들입니다(처음 해봤을 때 오히려 이겨봤네요..).

오늘 리뷰할 <블루문 시티> 역시 유명하지는 않지만, 가볍고 쉬워서 처음 하는 사람이 이길 수 있는, 그런 게임입니다. 2-4인의 티켓투라이드 정도의 게임을 찾으시는 분들께는 좋은 선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블루문 시티>는 작가의 전작인 <블루문>이라는 LCG(Living Card Game)와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3장에서도 얘기하겠지만, 저는 이 테마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아서...간단하게만 살피자면, <블루문>은 여러 종족 간의 전쟁을 그린 게임이고, <블루문 시티>는 그 전쟁으로 황폐화된 도시들을 여러 종족이 힘을 합쳐 복원하는 테마입니다. 여기서 '복원'이란 결국 복원의 대상이 되는 도시들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영향력'입니다. <블루문 시티>는 크게 보면, 영향력 게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간단히 룰을 살펴보도록 하죠.

2. <블루문 시티> 간단 룰

<블루문 시티>는 굉장히 단순한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중앙의 오벨리스크에 특정량(2인-6개, 3인-5개 , 4인-4개)의 공헌을 먼저 하면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공헌을 하기 위해서는 크리스탈이 필요한데요. 이는 도시를 복원하여 얻을 수 있습니다. 도시를 복원하는 것은 카드를 통해 할 수 있죠. 즉 다음과 같은 흐름입니다.

카드 -(도시 복원)-> 크리스탈 -(오벨리스크 공헌)-> 목표(점수)

엄청나게 간단하죠? 즉, <블루문 시티>는 크게 '도시 복원'과 '오벨리스크 공헌'이라는, 목표를 위한 두 절차 가집니다. 아래는 다이브다이스의 doctorfaust님이 올려주신 요약표입니다. 메인액션인 2단계에 두 절차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각 절차를 중심으로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1. 도시 복원

게임 내에서는 기본적으로 '도시 복원'이 더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요약표의 건축 공헌). 요약표에서 볼 수 있듯, 1) 이동해서 2) 카드 써서 복원하고 3) 손에 카드를 보충하는, 세 단계를 거쳐 자신의 한 턴이 진행됩니다. 이때 누비는 보드판은 총 20개의 도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블루문 시티>의 게임 중 모습(출처: 보드게임긱)

위 사진을 보면 짐작하시겠지만, 각 도시마다 요구하는 카드의 색상이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어떤 도시에 도착해서 그 도시가 요구하는 만큼을 1~3까지의 해당 색상 카드를 조합해서 내서 그 부분을 복원합니다. 예를 들어, 사진 우하단의 하얀 색 도시는 5/4/3의 숫자를 가지는데, 흰색 2와 3으로 5짜리 부분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도시의 모든 부분이 복원이 완료되면, 크리스탈과 용의 비늘 등 보상을 받습니다. 그런데 앞서 영향력 게임이라고 말씀드렸다시피, 해당 도시에서 가장 복원을 많이 한 사람에게는 특별 보상이 있습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들은 각 도시의 영향력을 높여 가며 복원하게 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복원이 완료되면 모두가 보상을 얻는다는 점입니다. 즉 숟가락 얹는 플레이가 중요하다는 거죠. 남이 열심히 복원하고 있는 도시에 숟가락을 얹어가면서, 내 도시에 남이 숟가락을 얹지 못하도록 플레이해야 합니다.또 복원이 끝난 도시는 주위 도시를 복원할 때 추가적인 보상을 주기에, 하태 핫태인 지역이 생기고 치열하게 눈치를 보면서 낄 때는 껴야 합니다.

말은 그럴싸하지만, 운빨로 카드를 모아서, 눈치보면서 이동해서 복원하는 거로는 게임이 너무 시시하겠죠. <블루문 시티>에는 게임을 보다 맛깔스럽게 해주는 양념이 있습니다. 바로 '카드의 능력'과 '드래곤'의 존재입니다.

(1) 드래곤의 비늘

귀여운 드래곤들(출처: 보드게임긱)

드래곤은 크리스탈을 얻는 또다른 수단입니다. 도시를 복원할 때, 드래곤이 보고 있으면 "녀석...훌륭하구만"하면서 드래곤의 비늘을 주는데요. 이 비늘이 공용풀에서 떨어지는 순간, 비늘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은 크리스탈 6개 그 외에는 3개씩을 받습니다(다 받는 건아니지만 세세한 건 여기서 무시하죠). 따라서 또다른 '하태 핫태' 요소가 생깁니다. 남이 드래곤을 불러놓으면 다음 턴에 그 도시에 쪼로록 달려가서 턱!하니 숟가락을 얹는 거죠. 그럼 보상과 비늘을 모두 얻게 됩니다. '내가 비늘을 얻으려면 드래곤을 불러야 하지만, 남도 이득을 얻을지도 모른다'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거죠. 이런 고민은 게임을 더 풍부하게 해줍니다.

(2) 카드의 능력

다양한 색상의 카드... 아이콘을 통해 능력이 뭔지 알 수 있다(출처: 보드게임긱)

<블루문 시티>는 어쩔 수 없이, 카드가 안 나오면 답이 없습니다. '이런 운빨X망...'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이를 보정해 주는 요소가 카드들의 개별 능력입니다. 각 카드의 색상은 블루문에 사는 서로 다른 종족들을 나타내는데 각 종족들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록은 조커로 어느 색이든 될수 있고(다만 숫자는 모두 1), 회색은 여기저기 텔레포트가 가능하고, 흰색은 다른 카드의 색을 바꿔주고, 녹색/청색/흑색은 용을 소환하는 등. 게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기능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 고마운 건 이런 카드들이 다 낮은 카드일수록(1) 좋은 능력을 가진다는 거죠. 복원에 있어 필요한 높은 카드(3)에 비해 등한시되기 쉬운 카드들이 생명을 가지게 됩니다. 덕분에 '빅피처'를 짜고 행동할 수 있게 되죠. 카드들의 능력콤보와 복원은 몇 번이고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인해 후반에는 펑펑 한 턴에 도시 하나씩이 복원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복원해서 크리스탈을 모았으면, 게임의 목표를 위한 두 번째 절차를 위해 중앙의 오벨리스크로 향합니다.

2.2. 오벨리스크 공헌

오벨리스크 공헌은 복원 대신 할 수 있는 액션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공헌을 하러 오벨리스크로 갈 것인지, 군침 도는 도시에 복원을 할 것인지, 플레이어는 늘 갈등해야만 하죠. 오벨리스크 공헌도 녹록치 않은데요, 그 이유는 늦게 할수록 점차 많은 크리스탈을 내야 공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벨리스크, 아래에서 부터 채워져 간다.(출처: 보드게임긱)

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처음에는 크리스탈 7개만 내도 공헌할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12개나 내야 공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남들보다 빨리 공헌하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후반부에 가서는 크리스탈 하나 두 개 차이로 복원을 못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레이싱 게임의 면모도 갖추고 있습니다. 노란색 카드의 능력을 통해 한 턴에 두 번 공헌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복원과 달리 한 번만 가능한 것도 미쳐버리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3. 주관적인 견해

이상으로 <블루문 시티>의 룰을 살펴보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게임이라 장점 위주가 되겠습니다만, 제 견해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3.1. 쉽고 간단하다

큰 흐름이 분명하기 때문에, 설명하기도 쉽고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보드게임을 처음 접해보는 사람이더라도 경험자가 한 턴 진행하는 걸 보면 금새 감을 잡습니다. 공동의 목표가 분명하고, 이익과 손해 역시 바로 알 수 있다는 점이 이해하기 쉬운 이유인 듯합니다. 각 턴도 3단계로 명확하게 이루어져있고, 카드 능력이 좀 복잡할 수 있지만 아이콘이 그려져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니다.

3.2. 치열한 눈치 싸움

영향력 게임의 묘미는 눈치싸움입니다. 이 도시를 전부 복원해서 남이 숟가락을 몬 얹게 할 것인지. 아니면 남이 복원하는 도시에 숟가락을 얹을지. 플레이어는 끊임없이 남이 어디있는지 위치를 확인하고 생각합니다. '아 쟤는 저기 있으니까 못 오겠지? 드래곤들 죄다 불러서 천천히 복원해야지~'라고 생각했더니 다음 턴에 순간이동으로 날아와서 복원당하고(?) 거기다가 도시 1등까지 뺏기면 그렇게 분할 데가 없습니다.

3.3. 일러스트와 구성물

<블루문 시티>의 박스, 도시 일러스트와 드래곤, 비늘, 말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러스트가 상당히 섬세하다.(출처: 보드게임긱)

그런데 이런 섬세한 일러스트와 달리 카드는...이는 테마와 관련해서 따로 아래 절에서 다루겠습니다.

3.4. 테마?

크니지아씨 게임이 늘 지적받는 고질적인 문제는 '테마는 얹을 뿐'입니다. 딱히 다른 테마여도 상관이 없기 때문이죠. <사무라이>를 하면서 일본군주가 되었다는 느낌은 전혀 없고, <블루문 시티>에서도 제가 블루문의 뭐가 되었다는 느낌은 거의 없죠.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이 게임의 테마를 굳이 <블루문>으로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일러스트와 관련해서 카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었죠.

카드들 (출처: 보드게임긱)

어떤 의미로는 멋지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기괴하다;'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종족의 특성이나 색깔이 매치는 잘 되지만...굳이 저렇게 기괴한 외계 종족들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인 판타지 테마였다면... 아니면 일러스트라도 좀 덜 기괴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네요. 이건 제 개인적인 호불호입니다. 외국인들 보면 천편일률적인 판타지 테마가 아니라, 독특해서 좋다는 사람들도 꽤 있더군요.

그리고 아마 <블루문>의 종족의 특성에 맞추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녹색 드래곤을 부르는 것 녹색카드, 빨간 드래곤을 부르는 것은 빨간카드였다면 더 직관적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지금은 녹색용은 빨간카드가, 빨간용은 검은카드가 부르거든요;).

3.5. 그때 그때 다른 게임의 양상?

다양한 게임의 양상을 원하신다면, <블루문 시티>는 그렇게 매 게임 다양하게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도시의 배치만 랜덤하기 때문이죠. 매번 새로워! 최고야! 하는 느낌을 드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이건 이 정도 무게의 게임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된 문제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래도 배치에 따라 양상이 조금씩 변화가 있긴 합니다.

4. 결론

<블루문 시티>는 꽤 잘 만든 입문자용~라이트게이머용 게임입니다. 보드판이 있는 게임을 처음 해본다면 언제든 꺼낼 수 있는 비장의 카드 중 하납니다. 인원에 따라 재미가 크게 반감되지도 않구요(물론 4인이 제일 치열하지만요). 크니지아씨 특유의 테마는 얹을 뿐이나, 저 기괴한 테마에 큰 거부감이 없으시다면, 한번쯤 플레이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엔 '이게 뭐야 복잡해 안 해' 하던 친구들도 곧 깊은 눈치싸움에 금새 빠져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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