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늬당의 다람쥐들] 이 게임은 원래 개미굴 탐험 게임이었습니다

PAAN CUL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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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4-27 오후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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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 1인용 보드게임 공모전에 <보늬당의 다람쥐들>을 출품한 판 컬처스입니다.

0Q님의 개발 과정을 읽고 저희의 이야기도 공유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좋은 선례를 만들어주신 0Q님과 한결님께 감사드립니다.

우선 저희 팀 소개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보드라이프에 몇 차례 글을 올렸지만 저희 소개를 제대로 드리는 것은 처음인 것 같네요. 저희 판 컬처스(PAAN CULTURES)는 작년 7월부터 개발 작업을 시작한 보드게임 작가팀입니다. 현재는 게임 기획과 메커니즘 및 시스템 파트를 맡은 저와, 아트 워크와 테마 및 스토리를 담당하는 다른 친구가 함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 보드게임콘 개인작가존에서 2인 카드 게임 <다이노 손해보험>을 소개드린 바 있었는데요. 이번에 1인용 보드게임 공모전이 저희의 성장에 있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보늬당의 다람쥐들>이라는 새로운 게임을 들고 다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다이노 손해보험>도 여전히 열심히 개발 중에 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보늬당의 다람쥐들>의 개발 과정에 대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1. 아주 초기의 버전

저희 게임은 처음에 다람쥐의 탐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1인용 게임으로 실현시킬만한 아이디어들을 놓고 궁리하던 중에, 지도 타일을 직접 놓아가며 탐험을 하는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초기의 테마는 바로 개미굴이었는데요. 개미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개미굴의 내부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굴 어느 곳으로 가나 비슷해 보인다는 점에서 랜덤으로 타일을 뽑는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멸망한 왕국의 한 일개미가 다른 개미 왕국의 보물을 훔쳐 나오는 게임을 구상했습니다.

이 때 만든 타일의 구조가 현재의 <보늬당의 다람쥐들>의 기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버전에서는 타일을 회전시키는 메커니즘은 없었습니다. 스팟의 모양 조합에 따라 서로 다른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었죠. [동그라미+동그라미]에서는 먹이를 얻을 수 있고, [별+네모]에서는 물건을 운반할 지게를 얻을 수 있고 이런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테스트를 돌려봐도 기대만큼 충분히 재미있지 않아서 고민이 되더라고요. 결국 게임을 크게 뜯어 고쳐야겠다고 의견을 모았고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보늬당의 다람쥐들>이었습니다.

2. 테마 전면 변경

힌트를 얻기 위해 보드게임긱에서 진행했던 작년 PnP 솔리테어 콘테스트의 수상작들을 이것저것 플레이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게임들이 PnP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볼륨이 크더라고요. 특히 <Interplanatery - A giant hop for Squeakind>라는 게임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시나리오와 미션을 제시하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임이 솔리테어 PnP에서도 구현 가능하다는 것을 보고, ‘우리도 탐험 게임이니까 아예 시나리오를 넣고 게임 볼륨을 키워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나리오를 따라가면서 마치 책을 읽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줄 수 있다면 1인플 게임의 재미가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지요.

안 그래도 개미 테마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와 겹친다는 점에서 아쉬웠던 차에, 새로운 테마를 구상하면서 주인공으로 도시를 탐험하는 다람쥐를 앞장세우기로 했습니다. 다람쥐 입장에서 도시 역시 개미굴과 비슷한 역할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초반에는 특정 타일에 도착하면 사방에 새로운 타일들이 깔려 지도가 자동적으로 확장되는 시스템을 사용했는데, 이 시스템은 지도의 공간을 정말 하나하나 직접 알아간다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현재의 ‘내다보기’ 행동으로 바뀌었습니다.

3. 에피소드 제작과 게시

<보늬당의 다람쥐들>은 에피소드 0 ‘홀로 여행을 시작하다’로 시작됩니다. 에피소드 0는 게임을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규칙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이 방식은 <안도르의 전설>을 참고했습니다. 액션 포인트 메커니즘을 사용했기 때문에 튜토리얼을 통해 각 행동을 수행해보면 에피소드 1을 시작할 때 더 쉽게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에피소드 0를 게시하고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의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피드백을 살펴보면서 저희는 에피소드 1을 제작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하기도 하고 어려웠던 지점이 이야기의 흐름이 단선적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시나리오에 선택지가 있긴 하지만 다음 에피소드와의 연결을 위해 결국 특정 선택을 강요하는 구조였다는 것에 저희는 크게 공감했고, 에피소드 1에서 선택의 자유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보시다시피 게임의 요소가 더 늘어났습니다.^^ 위 이미지는 개인판으로 사용하는 탐험일지인데요, 에피소드 0에 비해 ‘흔적’, ‘평판’ 등 새로운 요소가 많이 추가되었습니다. 주요 미션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여러 갈래로 설정하였고 군데군데 기믹들을 숨겨 놓았습니다. 8개에 불과했던 상호작용 참조표 항목은 80개 이상으로 늘었고요. 아마 한 판만으로는 게임의 모든 요소를 다 경험해보실 수 없을 것입니다. 볼륨이 커지면 그만큼 PnP를 준비하기가 번거롭다는 점은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저희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이번 대회에 최대한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여기까지가 간략히 요약한 <보늬당의 다람쥐들> 개발 과정입니다. 저희는 앞으로 <보늬당의 다람쥐들>을 더 많은 에피소드를 가진, 다인플이 가능한 게임으로 발전시켜 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간단한 게임도 개발 중에 있는데요, 이 게임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되면 이 게시판에서 또 여러분들께 피드백을 요청하게 될 것 같습니다.ㅎㅎ

이번 대회와 <보늬당의 다람쥐들>에 많은 관심을 주신 것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저희 판 컬처스의 행보를 응원해주세요! 더 재미있는 게임으로 곧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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