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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베르나〉는 〈아그리콜라〉와 게임 방식은 거의 같죠. 아그리콜라에는 비대칭적인 개인 손패(직업, 보조 설비)가 있고, 직업 등을 활용하는 재미가 큰 반면 카베르나에는 개인 손패가 없고, 아콜로 치면 설비 성격인 \'방 타일\'이 있죠. 수십 개 방 타일들 전부가 게임 시작부터 공개 진열되는 데다가 경합적(남이 가져가면 나는 못 가져감)이라, 각각 방 타일에 대해 \'저걸 챙겨야할지\' 판단을 일찍부터 해야 하는 점이 큰 부담입니다. 그리고 〈아그리콜라〉는 \'음식 마련\'이라는 과제에 대해 \'어떻게\'를 생각하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나는 화로로 양을 구워 먹어야지\' \'나는 바구니 제작소로, 갈대로 밥을 먹어야지\' 자신이 선택한 과정대로, 뭐 다음엔 뭐를 하고...를 생각하는 것에서 〈아그리콜라〉는 재미를 주었는데 〈카베르나〉는 좀 단순하게 루비로라도 음식을 잘 마련할 수 있어서 \'이래 해도 저래 해도 별 상관이 없는 것 같네\' 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bgg에 하우스룰로, 〈카베르나〉 방 타일을 처음부터 전부 진열하지 않고 10개 정도로 점진적으로 공개하는 룰이 있던데 좋은 하우스룰인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아그리콜라〉는 좀 악명이 있습니다. ‘지인 츄라이했다가 지인이 다시는 보드 게임을 하지 않게 됐다’ ‘양학 당하는 게임’ 이런 얘기가 있죠. 〈아그리콜라〉가 유명한 게임이어서 그런 말이 나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1) 〈아그리콜라〉가 워낙 유명한 게임이라, 많은 사람들이 시도를 했다. 2) 〈아그리콜라〉가 워낙 유명한 게임이라, 많이 고인 사람들이 생겼다. 〈아그리콜라〉는 그래도 액션들이 단순 명쾌합니다. 발 1개 놓기, 곡식 1개 얻기 등. (반면 최근 게임들은 액션을 겉으로는 하나 한다고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두 가지 이상을 처리하는 게 트렌드인 것 같습니다.) 설명을 하는 사람이 잘 하면 입문자분들께도 잘 소화시킬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제가 츄라이하면 잘 소화하셨고 재미있어 하셨어요. 1) 〈아그리콜라〉가 워낙 유명한 게임이라, 많은 사람들이 시도를 했다. 저는 2009년에 〈아그리콜라〉는 대형 마트에서 본 것으로 기억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도를 하다보면, 일단 사고 건 수가 많기 마련이고 게임 픽을 잘 못하는 사람, 게임 설명을 잘 못하는 사람도 시도를 많이 하게 되죠. 보드 게임을 몇 개 안 해보면, 그 사람은 뭐가 얼마나 복잡한지 가늠이 잘 안 됩니다. ‘이 정도가 어려운 건가?’ 하고요. 그리고 설명도 잘 못합니다. 감이 부족한 사람이, 횡설수설하며 2시간 이상짜리 게임을 지인에게 츄라이해봤다가 실패한 케이스가 많은 거라고 봅니다. 들은 사례도 많고 저도 그랬고요. 그런 환경 요인을 걷어놓고 보면, 입문자 게임 문의에 많이 추천되는 〈듄 임페리움〉, 〈에버델〉이 〈아그리콜라〉보다 더 어려운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방식은 전에 그 게임에서 봤던 거네‘ 싶은 게 있으면 쉽게 느껴지곤 하죠. 그래서 ’옛날 게임들은 긱웨이트가 높게 매겨져 있다‘는 말도 있는데, 그에 관해서도 다음에 따로 글을 써볼 생각이 있습니다. 2) 〈아그리콜라〉가 워낙 유명한 게임이라, 많이 고인 사람들이 생겼다. 저는 사람들이 결국에는 보드 게임을 많이 해 보고 모임에 나가 보면 이기는 것에 최선을 다하기만 하기보다는 초보자를 보고 ’이 게임의 재미를 알려줘야지‘ 하는 자세로 게임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바람이고요. 이에 대한 생각도 최근에 좀 더 해봐서 글을 올릴 생각도 있었는데요. 옛날에는 좀 더 이기기만 하려는 사람들 비율이 더 높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면 재미를 못 느끼고 다시 안 하고 싶어할 수 있는데, 온라인 게임은 같이 게임 할 다른 사람이 없어도 되거나, 새로 구하기가 쉬운 반면 오프라인 게임(보드 게임을 비롯하여)은 같이 게임 할 다른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게임이 오래된 만큼 많이 고인 사람들도 있겠고요, 또 옛날에는 〈아그리콜라〉 말고는 이런 자원 운용하는 전략 게임 할 게 별로 없어서 사람들이 〈아그리콜라〉에 많이 고이게 된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촐킨〉 어망을 설치해놓고 나중에 거둬들이는 느낌의 게임인데 기어보다도 \'미래의 일꾼칸을 현재에 당겨 말을 놓을 수 있다\'가 개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을 놓으면 다음 칸이 해금되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죠. 〈르아브르〉는 작가 우베님이 〈케일러스〉의 장점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개발한 게임이라고 하셨다고 하는데요. 건물을 누가 사고 안 사도 다른 플레이어가 이용할 수 있죠. 그렇게 \'이용 못하게 된다\'가 아닌 점이 저는 좋습니다. 자원이 공급되는 방식도 재미 있고요. 밥 먹이기 부담이 아콜보다 적다는 후기를 많이 봤는데, 실제 해보니 여유롭지 않고 빡세다고 느꼈어요. 행동말이 1개이고 한 2액션 안에 또 밥을 마련해야 하는데 요구 밥 양이 빠르게 증가해서요. 저는 일찍 배를 잘 만들었는데 같이 한 다른 분들은 결국 비효율적으로 먹이게 되셨던 것 같습니다. 〈로빈슨크루소〉는 저는 생존 게임 중 최고의 게임으로 꼽습니다. 〈팔레오〉도 호평이 많던데 저는 다른 게임들이 더 좋았어요. 테마 연결성도 미쳤지만 저는 테마 연결성 별로 신경 안 쓰는 편인데 그 점을 빼고 봐도 게임 구조만으로도 훌륭합니다. 해보기 전에 \'주사위 운빨이 심한 게임이다\'라는 말을 좀 봤는데요, 실제 해보니 주사위 운빨 게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어요. 주사위는 안 굴리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고요(말 겹쳐 놓기). 대신 운은 지형 타일 뽑는 것에서 크게 작용하더라고요. 시나리오 클리어를 위해서, 생존을 위해서 핵심 도구 제작이 필수인데 도구가 \'어떤 지형에서만 제작 가능\'이어서 해당 지형이 뽑히질 않으면 그 도구를 못 만들어서요. 클리어가 어렵긴 어려운데, 만약 하우스룰로 난도를 낮춘다면 시작 아이템을 하나 더 갖고 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10. 〈ROOT〉 (한글로 "루트"라고 적으면 다른 게임 LOOT와 헷갈릴 수 있어서 저는 ROOT라고 적습니다.) 이 게임은 처음부터 다 알고 하기는 힘든데 전부 이해하지 못한 채로 해도 더 알아보고 싶게 흥미를 잘 일으키게끔 매력적으로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룰설명이 힘들다\'는 것이 단점으로 많이 거론되곤 하는데, 저는 그게 유명하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ROOT〉는 그런 말이 있다보니 사람들이 보다 성실하게 룰을 익혀오게 되는 것 같아요. 비단 〈ROOT〉뿐 아니라 다른 게임고, 설명을 잘 준비해야 하고, 룰마 외에도 룰을 익혀오면 좋습니다. \'이 팩션은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구나\', \'저 팩션은 저런 식으로 작동하는구나\'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어리왕조가 혼란에 빠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결국 혼란에 빠지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큰 재미 포인트입니다. 7. 〈아컴호러 카드게임〉 한국어판 출시 전 \'카드가 많은데 저걸 다 번역하셨네\' 하고 관심이 갔습니다. \'카드 게임으로 이렇게까지 구현하다니!\', \'카드 게임이 할 수 있는, 생각지 못한 수준까지 보여줬다!\' 이렇게 워낙 호평 받은 게임이라 궁금했죠. 저는 \'카르코사로 가는 길\' 캠페인 앞 부분과, \'광신도의 밤\' 캠페인만 해봤습니다. 좋은 부분들이 있었는데요. 영화 같은 거 보면 중요 인물이 등장하며 \'두둥-\'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느낌을 받은 순간이 있었고, 그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극찬하시는 분들처럼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게임을 풀어나가는 건 힘들었습니다. 매 라운드 들어오는 건 1손패or1자원, 그리고 3AP를 쓸 수 있습니다(조사자당). 매 라운드 1 조우(위협)가 추가됩니다(조사자당). 그래서 1손패/자원, 3AP로 1조우를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러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는 과거 〈유희왕〉을 했고, 그래서 덱 짜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본판만 해봤을 때에는 덱을 짜는 데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느꼈습니다. 구판은 클래스별 카드는 1장씩만 들어있기도 했고요. 풀확장 있는 카페에 가서 살펴보니 제법 다양하게 짤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반지 여정(경험치 써서 덱 강화하는 게 비슷함, 늦기 전에 목표 달성해야 함, 뭘 할 때 테스트를 해서 결과가 결정됨, 그 테스트에 값을 조정하는 것도 있음, 틈새공격 같은 게 있음 등), 안드로이드 넷러너(격발, 반응 격발 같은 게 있음 등)를 했는데, 공통점이 있어서 〈아컴호러 카드게임〉을 먼저 했던 경험이 두 게임을 수월하게 익히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게임은 1인 게임도 재미가 별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게임 자체에 진행 콘텐츠가 충분히 있어서요. 3~4인보다 오히려 1~2인이 낫지 않나 싶고, 1~2인당 구판 기준 2코어, 개정판 기준 1코어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여느 게임들이 그랬듯이 저는 1조사자 플레이보다 1인 2역 플레이가 낫더라고요. 그리고 2인플이 훨씬 더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스포 방지). 조우 세트 준비하기, 정리하기가 꽤나 번거롭습니다. ¶ 광신도의 밤 캠페인 첫 시나리오인 \'회합\' 시나리오를 준비할 때에는 회합 세트에 대항하는 카드 몇 장, 쥐떼 세트에 해당하는 조우 카드 몇 장, 구울 세트에 해당하는 조우 카드 몇 장, 엄습하는 공포 세트에 해당하는 조우 카드 몇 장, 고대의 악 세트에 해당하는 조우 카드 몇 장, 으스스한 한기 세트에 해당하는 조우 카드 몇 장을 가져와 조우 카드들을 섞어 조우 덱을 구성해야 합니다. 세트마다 장 수가 제각각입니다. 어떤 세트는 장 수가 많고 어떤 세트는 장 수가 아주 적어, \'어? 이게 다인 게 맞나?\' 싶기도 합니다. 해당 세트 카드가 총 몇 장인지 귀에 적혀있으니 그걸 보고 믿음을 가지면 됩니다. 어느 세트에 해당하는 카드인지 아이콘으로 구분되는데, 대부분 세트 아이콘 위치가 카드 가운데이지만 \'#117 리타 챈들러\' 같은 카드는 우상귀에 세트 아이콘이 있어서 못 찾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중립 자산 카드는 우상귀에 아이콘이 없어서 거길 안 보게 되기 쉬워요. 용어가 달리 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용어들이 좀 있었습니다. \'교전\'은 행동 중 하나이고, \'교전 중\'은 상태인데요. \'교전(행동)을 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처음에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귀는 관계가 되는 거라고나 할까요, 붙은 겁니다. 저는 \'교전을 한다\'가 아니라\' 교전 상태에 돌입한다\'나 \'유인을 한다\'고 표현하는 게 나았을 것 같고, 그보다도 \'교전\'이라는 말 대신 \'대치\'라는 말을 썼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대치를 한다\', \'대치 상태(대치 중)\' 이렇게요. 멍컴호러 한국판은 \'냐옹라토텝의 간섭\'이란 부제가 달렸는데, 아쉽습니다. \'니아옹라토텝\'이라고 쓰면 더 좋았을 텐데. 6. 〈오딘을 위하여〉 우베님의 게임을 여럿 해보신 분들은 많이들 〈오딘을 위하여〉를 1위로 꼽으시더라고요. 해보기 전에 구성물, 웨이트를 보기만 했을 때 부담이 있었는데요. 실제 해보니 그렇게 부담인 게임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행동칸이 많은데, 오른쪽에는 왼쪽 행동칸이랑 비슷하되 더 강한 행동칸인 거여서 수에 비해 익히기가 그리 힘들진 않았습니다. 마치 〈푸드체인거물〉에 직원이 많지만 \'버거 만드는 직원\', \'버거 더 많이 만드는 직원\', \'교육시키는 직원\', \'교육 더 많이 시키는 직원\'이 있는 것처럼요. 〈오딘을 위하여〉는 온갖 게 다 타일입니다. 돈도 타일, 동물도 타일, 음식도 타일... 심지어 집는 목재 컴포도 타일 삼아 공간 채우기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빈칸 채우기, 같은 색 인접 금지 제약 같은 건 안 좋아하는 요소에요. 일단 처음엔 빈칸을 줄여보라고 해서 결국 개인보드 빈칸을 다 채우긴 했는데요, 돈 되는 섬을 일찍 가져오는 게 좋을 것 같고 다시 하면 또 \'이걸 다 언제 채우지?\' 하는 부담이 있을 것 같아요. 보통 이 게임을 \'오딘\'이라고 부르는데요, 올 해 다른 게임 〈오딘〉(2024)이 나왔습니다. 한국인 팀 갓겜 스튜디오(Gat~)의 고요한님, 김건희님, 황소망님이 만드신 웨이트 1.27인 간단한 카드 게임이에요. 기회가 있어서 해봤는데요, 이거 물건입니다. 2022년~2024년 출시 게임 중 제 관점에서 1위인 게임이 될 것 같아요. 혼동을 피하기 위해 앞으로는 〈오딘을 위하여〉는 \'오딘을 위하여\'라고 불러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5. 〈이클립스〉 \'한 턴에 행동을 많이 할 수도 있지만, 많이 할수록(개인보드에서 디스크가 빠짐) 돈이 많이 든다(디스크가 치워져 드러난 자리로 비용이 표시됨)\'는 제가 마음에 들어하는 부분입니다. 자기 함대를 이끌고 함선을 강화할 수 있고, 영토 차지 경쟁을 하고... 확실히 이런 거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 포지션의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라마님은 〈사이드〉를 유로게임에 가까운 영향력 게임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이클립스〉도 그런 것 같아요. 4. 〈그레이트웨스턴트레일〉 가이오트님 영상 중 최고라고 생각하는 게 〈그웨트〉 영상입니다. https://youtu.be/r0ydAQzQb64?si=si1aMtSr1wEJ_mU1 https://youtu.be/-1cddnwTAv0?si=hwtcw2bkrnsFUiOr 다른 게임들은 메커니즘이 여럿 들어갔어도 굵직한 핵심 메커니즘 하나가 있고, 나머지는 없어나 약하게 보조적으로 있는 느낌인 게 많았는데 〈그웨트〉는 그렇지 않고 여러 메커니즘이 자기 존재감을 죽이지 않고 뿜뿜 뿜어내는 짬뽕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짬뽕 게임 중 단연 1위인 게임으로 저는 꼽습니다. 고민할 것, 신경 쓸 것이 많지도 않아 훌륭합니다. 먼저 자리잡은 남에게 삥 뜯기는 건 싫어하는 요소인데요, 그럼에도 제가 왜 이 게임을 좋게 느겼는지 생각해봤는데 일단 컨트롤 보드에서 디스크 빼면서 성장하는 게 즐거움을 잘 주고, 직원들 모집해서 말하자면 카우보이AP, 건축가AP, 기관사AP를 키워가고 AP를 쓰는 게 아름답고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다윈의 여정〉에서 인장 추가하는 게 〈그웨트〉의 직원 추가랑 비슷한데, 〈다윈의 여정〉은 게임을 풀어나가는 게 너무 힘들고 답답하다고 느낀 반면 〈그웨트〉는 시원시원하다고 느꼈습니다. 종료 조건도 예술이어서, 보통 3~4인플이 재미 있는 게임이 2인플은 재미가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웨트〉는 2인플이라고 해서 재미가 떨어지지 않는 특이한 게임이라고 생각해, 2인도 괜찮은 전략게임 추천해달라는 요청에 제가 우선 순위로 생각하는 게임입니다. 1. 〈브라스 버밍엄〉, 〈브라스 랭커셔〉 \'brass\'는 황동인데, 동전, 적은 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https://www.learnenglish.de/slang/moneyslang.html 그러니까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게임 이름이 \'쩐\', \'짤짤이-랭커셔\', \'짤짤이-버밍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코보게에서 만우절에 〈클랭크〉 출시 예고를 했을 때 박스에 게임 이름을 \'쩔그렁쩔그렁\'으로 넣었던 게 생각이 나네요. 〈브라스〉는 은근 규칙서 이해가 어렵다는 말이 많이 보인 게임인데요. 그래서 이해를 돕는 글을 간단히 쓴 적이 있습니다. https://game-table.tistory.com/143 다른 게임들은 자기 거 건설하기만 하면 그냥 좋은 걸 주는데 브라스는 놓은 산업타일이 뒤집혀야 좋은 걸(수입↑, 승점) 줍니다. 그래서 자기 산업타일을 뒤집고싶어해야 하는 게임입니다(짓기만 하고 싶어할 게 아니라). 언제 뒤집히나? 제 기능을 다 했을 때입니다(사회의 수요가 있어서). ←이게 다른 게임에서는 못 본, 브라스에 있는 특징이라서 이걸 이해시키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증축\'도, 위 내용을 이해시키면 납득이 됩니다. 어디에 네트워크 연결이 안 돼있으면 산업 카드로 건설을 할 수 없고 석탄 비용이 드는 건설은 \'석탄이 있는 곳\'과의 연결이 필요하죠. 저는 제약 조건으로 행동 선택이 안 되면 많이 답답해하는 편이어서, 이 게임을 안 좋아하는 편입니다. 돈 수급 면에서도 빡빡하다고 느끼고요. - 그 외 〈테오티우아칸〉은 갑자기 \'별빛바다\'라는 출판사가 등장하면서 "Daniele Tascini님의 신작인데, 한국도 동시 발매!(사실 중국이랑 가까워서 동시도 아니고 한국이 가장 먼저 배송 받기까지 함)"라고 해서 놀라움을 줬던 게임이죠. 〈베르사유〉와 아주 비슷한 게임이에요. 〈테오티우아칸〉은 건설 타일들이 비슷비슷한데 〈베르사유〉에서는 건설 타일들이 비용, 점수가 차별적입니다. 〈테오티우아칸〉은 확장의 모듈형 행동 장소와 궁전에 무작위 배치되는 숭배 타일로 게임 준비 때 다양함을 만드는 것 같고 〈베르사유〉는 건설 타일들이 게임 중 꾸준히 양상을 다양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2024-06-04

2.5~2.99 이 구간(2.0~2.49) 제 TOP은 〈유희왕〉, 〈버건디〉, 〈오목(Renju)〉, 〈Amun-Re〉, 〈에볼루션 기후〉입니다. 〈리프트오프〉, 〈언페어〉, 〈라스트윌〉, 〈서버비아〉도 괜찮은데 \'꼭 해보세요!\'까진 아니고 \'웬만하면 한 번 해보세요\' 정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0. 〈레포갤〉 콤보를 많이 내고 싶게 되지만 그러기 전에 너무 일찍 끝나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이콘 읽는 법이 어렵다는 얘기가 많은데요. 저는 숫자 표현이 일관성이 부족한 것 같아요. 검은 숫자는 좌상귀 값이 영입 비용(그만큼 손패를 낼 수 있어야 영입 가능)입니다. 빨간 테 숫자는 군사력이고, 좌상귀는 조건(그만큼 있어야 영입 가능)입니다. 혜택 부분은 검은 숫자는 +는 내 보유 돈이 늘어난다는 것이라, +가 좋고 -가 안 좋은 것입니다. 빨간 숫자는 +는 조건 값이 높아진다는 것이라, -가 좋고(군사력이 덜 있어도 된다는) +가 안 좋은 것입니다. 이렇게 뭐는 같고 뭐든 반대라서 헷갈리는 것 같습니다. 카드 뽑기(탐험) 때 2장 이상을 뽑고, 1장을 가집니다. 나머지는 못 가지고 버려야 하죠. 그래서 뭘 가질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카드에 담긴 내용도 단순하지 않고 이것 저것 많아요. 설비를 놓을 때(개발/정착) 손패를 내야 하는데, 결국 많은 손패를 기능 상관없이 버리게 됩니다. \'내가 이러려고 카드 뽑을 때 고민을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이런 느낌이어서 불호입니다. 9. 〈광기의 저택〉 이건 뭔가 TRPG와 보드 게임 사이 무언가 같은 느낌이에요. 나중에 나온 〈반지 여정〉도 해보니 〈광기의 저택〉과 아주 비슷해서 놀랐습니다. 테마면에서도 〈광기의 저택〉이 더 좋고, 지도 타일 놓는 것도 덜 수고롭고, 퍼즐도 있고, 단판 짧게 할 수 있는 〈광기의 저택〉이 더 좋더라고요. 그래도 알아야 할 것, 신경써야 할 것이 많이 하고 싶은 대로 못하는 게 많아서 저는 비교적 좋아하는 게임은 아니고, 다른 룰마분이 계셔야 플레이 할 게임이에요. 8. 〈블러드 레이지〉 했을 때에는 그런 생각 안 했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니 좀 개성적인 게임인 것 같았어요. AP 쓰는 맛을 잘 줬고, 어느 칸에서 죽어야 한다는 게 꽤 흥미로워요. 미니어처 좋아하시는 분들께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혜자인 게임이었는데 지금은 품귀인 물건이 된 모양이네요. 6. 〈비티컬처〉 투스카니+라인밸리 껴서만 해봤는데 저는 반대로 에센셜로만 하는 게 더 재미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좀 독특한 점이 있는데, 행동칸들이 계절(여름/겨울)에 따라 나뉘어 있어서 겨울에 수행하고 싶은 행동이 있으면 행동말을 여름에 다 쓰지 말고 남겨둬야 해서, 그 점을 신경 써야 해 장고가 유발된다고 느꼈어요. 진로가 \'납품\', \'안 납품(풍차+테이스팅룸+일부건물+깡와인판매+턴순서6번보너스1승점) 두 가지인 것 같은데 적절히 섞는 건 몹시 어려운 것 같고 한 루트를 택했으면 그 루트로만 쭉 가야 하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나무 카드 뽑기 운으로 게임이 너무 안 풀릴 수 있는 것 같아요. 납품 카드는 몇 장을 뽑아도 백포도주를 요구하는 것만 나오고, 나무 카드는 몇 장을 뽑아도 적포도주용 나무 카드만 나왔는데 뭔가 비효율적이더라도 돌파할 수단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았겠어요. 울타리/관개시설 건설도, 내가 어떤 포도나무 카드를 심을 것인가부터 결정한 후에 그에 따라 해야 할 것이고, 내가 어떤 포도나무를 심을 것인가 결정하는 것은 납품 카드에 따라 갈린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심기도 기회가 한정적이고. 심을 나무를 결정하기 전에는 포도 수확도, 와인 제조도 할 수가 없어서 행동 간 순서가 유연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 \'시작\'인 나무 카드 뽑기에 운 영향이 너무 큰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포도 수확 규칙도 자연스럽게 와닿지 않았어요. 한 밭에 같은 색 포도 나무 2개가 있으면 포도 2개가 아니라 가치가 합산된 열매 1개가 나오죠. \'한 밭에 열매 하나\'가 규칙이라면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데 그것도 아니고 한 밭에 \'적포도1, 백포도1\'이면 열매 2개가 나오죠. "같은 색 포도 나무에 한해, 같은 밭에 있으면 가치가 합산된 열매를 얻는다. 왜냐하면 많은 양을 수확했다가 안 좋은 알은 버리고 좋은 알만 남기는 것이다. 개수가 적어도 가치가 높은 걸 얻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기본값이다." 이런 설명이 필요한 것 같아요. 투스카니에는 영향력 경쟁도 추가됐는데요. 보통 지역 영향력 싸움은 한없이 치열해진다고 느꼈는데, 이 게임은 그렇지 않았어요. 그냥 \'신경 쓰면 쓰고, 아니면 말고\' 같았습니다. 재배치를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시간이 널널해서요(라운드마다 메이저를 가리는 게 아니고, 게임 종료 떄 딱 한 번 가리는 것). 어느 지역을 내가 먹을 것인가는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되고 그냥 \'어느 보너스를 얻을 것인가\'만 신경 쓰면 될 것 같았습니다. 심지어 파란 카드 중에 남의 별을 다 빼버리거나 재배치하는 카드가 있더라고요. 그걸 손에 쥐고 있다가 마지막에 쓰면, 게임 진행 중에 뭘 어디로 재배치하고 지지고 볶고 했든 그게 다 아무 의미 없어지는 것 같아요. 5. 〈에버델〉 지금은 예쁜 게임이 많이 보이는데, 〈에버델〉의 비주얼은 처음 등장했을 때 아주 눈에 띄었지요. 게임 보드가 똑바른 사각형이 아닌 점이 큰 것 같아요. 2023 인디게임마켓에서 시연된 〈해바라기〉가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저도 보기 좋다고 느꼈는데요. 왜 그런고 생각해보니 구성물들이 해바라기를 이루는 것들로만 있어서 그런 것 같았어요. 직선으로만 이루어진 보드, 토큰이 쓰이지 않았다는 점이 큰 메리트가 되는 것 같아요. 펠트님의 〈Luna〉처럼, 〈에버델〉 이전에 게임 보드가 사각형이 아닌 게임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Tidal Blades〉도 보드가 사각형이 아니어서 많이 예쁜 것 같아요. 〈에버델〉을 제게 알려주신 분은 \'계절\'을 테포마의 세대 같은 개념으로 알려주셨는데 집에 가서 규칙서를 직접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에버델〉의 계절 넘어가기는 콩코르디아, 센추리에서 손패를 회수하는 것과 같이, 행동말들을 회수하는 거였어요. 계절이라고 하면 모든 플레이어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이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 개인적인 차원의 개념이라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짝꿍 카드가 있는데, 그건 테마적으로는 좋지만 게임에서 잘 안 돌아간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딱 그 특정 카드만 짝인 거라, 뽑힐 확률이 낮아서요. 행동 칸이 있는데 어떤 칸은 행동말이 하나만 수용되고, 어떤 칸은 비경합적이고, 카드로도 행동칸이 추가될 수 있고... 은근 이것 저것 요소가 많아서 입문 전략이라기엔 어려운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정기 수입이 없어서 자원이 빡빡하기도 하고요. 외관 말고 이 게임만의 무언가가 있느냐 하면 저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카드도 간단하지 않아요. ¶ 보통 게임에서 \'뭐를 지불하고 뭐를 할 수 있다\'는, 안 하고 싶으면 지불 안 하고 안 할 수 있는데 〈에버델〉 저글러(나무를 지불하고 뭐를 합니다)는 나무가 없으면 저글러 카드를 내려놓을 수 없다데요. 규칙서 \'카드 뽑기\' 부분에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카드 장수는 8장으로 엄격하게 제한합니다. 만약 상대방에게 카드를 줘야 하지만 상대방의 패가 이미 8장이라면 카드를 버립니다."라고 쓰여 있는데, 우체국(1명을 지목해 손패 2장 주기)을 쓸 때 만약 손패가 8장이 다 찬 플레이어가 있고, 다 안 찬 플레이어가 있을 때 8장이 다 찬 플레이어를 지목(그래서 버리게)할 수는 없고, 가능하면 손이 다 안 찬 플레이어를 지목해야 한다는 설명이 없어요. 이렇게 부연 설명이 많이 필요한 점은 입문 전략 게임으로는 좋지 않은 것 같아요. 2. 〈버건디의 성〉 \'어떻게 이런 게임을 생각해냈을까\' 했던, 구조적으로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한 게임입니다. \'기존에 놓인 것이, 새로 놓는 것과 상호작용이 있다\'를 핵심으로 생각하고 만든 것 같아요. 주사위 면을 고유한 기호로 쓰는 게임들이 꽤 있는데 버건디는 값 계산이 아니라 자리 구분을 위해서 주사위 눈을 쓰면서도 기호를 안 쓰고 1~6 점수(점으로 나타낸 수) 눈을 쓰는데요. 그러면서 일꾼으로 인접한 눈으로의 조정이나 순환이 되도록 해서 눈이 1~6이라는 점을 잘 활용한 점도 멋집니다. 행동 방식이 독특해요. 처음엔 \'주사위를 써서 행동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행동들이 여럿 있는데, 그걸 주사위를 써서 하는 경우에는 눈에 제약을 받고, 다른 걸로 하는 경우(타일 배치의 효과로)에는 눈 상관없이 한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헷갈리지 않고 이해가 잘 됐어요. 부갤에서 어느 한줄평 모음 글을 봤는데 \'버건디는 사실상 롤앤라이트\'라고 하던데, 읽고 보니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타일 배치에 비해 판매 행동을 많이 단순해서, 판매는 부수적인 것이라고 처음에는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판매 행동이 영지 빌딩과 굵직한 두 축이더라고요. 플레이어 간 순서 결정도 무척 재미있는 방식이에요. 멀리 가면 앞 순서인데, 같은 칸 중에는 늦게 온 사람이 앞 순서가 되죠. 거기에서 선택의 재미를 참 잘 준다고 생각해요. "〈버건디〉는 4인플은 하면 안 되는 게임"이란 말고 많이 들었는데요. 코보게 크리에이터 데이에서 4인플을 해봤는데, 전혀 나쁘게 느낀 게 없었습니다. 플탐도 짧았어요. 모두 이미 룰 아는 플레이어들이어서. 탐스크님은 오히려 4인플을 선호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모든 타일이 나와서. 2인/3인 게임은 타일이 덜 공급돼서, 결국 안 나오는 타일이 있어서요. 저는 운으로 일부 안 나오는 걸 더 선호합니다. 제 생각에는 4인플이 비추된 건 첫째, 〈버건디〉도 유명해서(많은 사람들에게 플레이돼서, 불평의 절대적인 수가 많은 것인 것 같고 둘째, 드래프팅으로 가져갈 타일들이, 페이즈가 넘어가야 공급이 돼, 끝 순서 플레이어 입장에서 탐스러운 타일들이 남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4인플이 비추된다면, 이런 건 어떨까 하고 하우스룰을 생각해봤습니다. 2인플만 \'페이즈당 5바퀴\'를 하고, 3인플은 \'페이즈당 4바퀴\', 4인플은 \'페이즈당 3바퀴\'만 하는 거예요. 그럼 총 2인 50턴, 3인 75턴, 4인 100턴에서 2인 50턴, 3인 60턴, 4인 60턴으로, 인원수에 따른 플탐 차별이 줄어들고 선 턴과 후 턴의 차이를 줄일 수 있을 테니까요. 20주년 기념판은 일꾼을 비색으로 하고 건물을 관련 행동과 매칭이 되게끔 그림을 새로 그린 점은 좋은데 노란 타일(수도원/지식)은 그림이 많이 작아져서 알아보기 불편하다는 단점이 생겼어요. 20주년 기념판은 배경 그림 색이 진해서인지 비주얼이 안 좋아졌다는 얘기가 제법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렇더라고요. 처음 전자 화면으로 봤을 때에는 안 예뻤고, 실물로 처음 봤을 때에는 \'와 괜찮은데?\' 했다가, 계속 보니까 다시 안 예뻐 보여요. 기존 판의 연한 색이 워낙 예뻐서 비교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림은 20주년 기념판이 오히려 더 옛날 게임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상품 타일 그림 스타일만 다른 구성물들과 안 어울리게 이질적인 것 같아요. 저는 20주년 기념판을 방출하고 기존 판을 남겼습니다. 〈스시고〉 때 얘기한 것처럼, 저는 셋업에 선택의 여지가 많은 걸 피하는 편이고, 각종 확장들이 그리 아쉽지 않았어요. 2 대 2 보드, 특수 동물 확장은 좀 아쉬웠지만요. SE는 저는 들일 마음이 없습니다. 상자가 크고, 저는 미니어처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에요. 꺼내고 넣기 불편하고, 도색 안 하면 비주얼이 아쉽고. 오버레이도 딱 안 맞고요. 1. 〈팬데믹〉 한때 bgg에서 평점 투표자 수가 가장 많았던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쉽다\'거나 \'알파 플레이어 문제가 있다\'며 좀 과소평가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쉽지 않던데요 ㅋㅋ 전염 카드 수를 조정해 난도를 높일 수도 있고. 그리고 카드가 분산될수록 난도가 올라가서, 전염 카드 수는 같아도 2인플보다 4인플 난도가 확실히 높고. 개인적으로 AP 요소를 특히 좋아하기도 합니다. 〈팬데믹〉의 영향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팬데믹〉 출시 이후 협력 게임 출시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하더군요. https://www.atlasobscura.com/articles/how-do-board-games-go-viral 저는 〈팬데믹〉 포지션의 게임으로는, 이만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재미 있는 협력 게임은 〈팬데믹〉보다 훨씬 어려워요. 〈팬데믹〉은 행동을 그룹화해서 설명하기만 하면 규칙이 굉장히 쉬운 게임이에요(카드를 쓰는 행동, 카드를 안 쓰는 행동. 연구소 관련 행동, 연구소 무관 행동). 처음 질병이 나타난 곳에서 또 질병이 퍼지는 것도 테마연결성 면에서 좋고요. 게임을 처음 해보면 질병 큐브를 없애는 데에 급급한데(박멸을 하고 싶어하기도 하고) 실은 질병 큐브는 공급처에서 소진되지 않을 정도로만 관리하면 되고, \'치료제 개발\'이 중요하죠. 승리 조건이고요. 현실을 생각해봐도, 신종 감염병이 퍼지기 시작했을 때, 일시적으로 어느 곳에서 환자가 몇 명 치료됐다고 안심할 수는 없고 치료제가 개발 됐을 때 안심을 할 수 있죠. 그게 〈팬데믹〉 게임에서도 그러해서, 테마연결성이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드 게임 중에서 마피아류 제외하고 진정한 RPG라고 생각하는 게임이 둘 있는데 하나는 〈데드오브윈터〉이고 하나는 〈팬데믹〉입니다. RPG라고 하면 흔히 \'전투 보상과 아바타 육성이 있는 게임\'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RPG는 역할 수행 게임이죠. 역할 수행에 역할 분담이 필수는 아니지만, 역할 분담은 각 역할을 더 잘 느끼게 해줍니다. 그리고 캐릭터 능력이 있으면 그에 따라 역할 분담이 잘 이루어지죠. 〈팬데믹〉은 캐릭터 능력이 그리 복잡하지 않으면서 역할 분담을 아주 잘 유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역할 수행 느낌을 아주 잘 줘요. \'난 과학자니까 치료제를 잘 개발할 수 있어. 나한테 몰아 줘\', \'난 운항관리자야. 내가 어디로 보내줄게\' 이렇게 〈팬데믹〉만큼 역할 수행 느낌이 잘 나는 게임을 〈데오윈〉 말고는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알파 플레이어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은, 정보를 다 공개하는 게임이라 부정할 수 없지만 그 문제는 게임의 문제이기보다는 \'승리가 전부라고 여기는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알파 문제를 일으키는 그 사람은 경쟁 게임에서는 이기면 양학을 하는 문제를, 지면 징징대는 문제를 일으킨다고 봐요. \'승리의 기쁨이 크기는 하지만, 승리하지 못해도 즐기기를 중시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라마님은 \'팬데믹 시스템\'이라고 묶으셨지만, 저는 따로 구분하는 걸 선호하는 편입니다. 확장에 따로 평점 매기기는 애매모호하긴 해요. 제품별로 돼있는데 어떤 확장 제품에는 둘 이상 모듈이 있고, 한꺼번에 둘 이상 확장을 쓸 수 있는 게임들도 있어서요. 그래서 bgg에서 웨이트, 평점 투표할 때 확장까지 고려해서 본판에다가 투표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 것 같아요. ¶ 파워그리드 중유럽 확장은 좋았는데 베네룩스 확장은 안 좋았다면 \'베네룩스, 중유럽 확장 제품\'에 평점은 어떻게 매길 것인가? 셀레스티아+리틀헬프로도 할 수 있고 셀레스티아+리틀헬프+리틀이니셔티브로 할 수도 있는데 다른 확장을 같이 낀 걸 고려해서 평점을 매겨야 하나? 그래도 결국 저는 어느 게임이나 확장들을 다 따로 매기기로 했습니다. 일단 bgg에 페이지가 따로 있고, 왜인지 생각해보니 확장을 끼면 다른 경험을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돼서요. 스탠드얼론 스핀오프 작품은 확실히 따로 매길 수 있는 것 같아요. 〈알함브라〉 리테마 제품들처럼 단순 리테마에 불과한 것도 아니고, 규칙이 분명 다른 부분이 있으면 다른 경험을 줄 수 있으니까요.

2024-06-04